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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탈핵도서, 출판사와 독자들간 ‘선순환’ 구조 만들자 새롭게 도서 소개 꼭지를 맡게 되었다. 탈핵신문 독자의 입장에서 도서를 선택하고 소개해야 할 터인데, 하고 있는 일이 ‘1인 출판사’이기도 하여 온전히 독자의 눈높이로 접근하지는 못할 것 같고, 출판사의 입장과 혼재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스스로 균형을 잘 잡아가야 할 터인데’라고 다짐해 본다.말이 나온 김에, 비록 출판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탈핵 관련 도서 현황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출판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탈핵’과 관련된 분야의 책은 전체적으로 잘 팔리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한국탈핵(김익중, 한티재, 2013)』, 『탈핵학교(김종철 외, 반비, 2014)』 등의 책은 몇 쇄를 찍어내기도 했지만, 그 외 서적들은 출판사 입장에서 고전을 면치.. 더보기
<책소개>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다…소가 가르쳐준 것들 『소와 흙』 신나미 교스케 지음, 우상규 옮김, 글항아리, 2018. 3 이 책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이후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방사능 오염구역에 살고 있는 소들, 그리고 그 소들을 보살피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 르포이다. 소는 그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고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땅이 고선량 피폭되어 많은 소들이 굶어죽거나 살처분 외에는 길이 없다고 했지만 그들은 굶어죽은 소, 살처분된 소에게도 자신과 똑같이 태어난 날이 있고 젖을 먹은 날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행복한 죽음에 대해 성찰하듯이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온 소의 죽음 또한 고귀하게 존중받아야함을, 쓸모없어져 버린 상품을 폐기하듯 안락사라는 이름의 대량 살처분은 아니어야 한다고 눈.. 더보기
어른들이 먼저 보아야 할 반전반핵 그림책 『바람이 불 때에』, 레이먼드 브릭스, 시공주니어, 1995 레이먼드 브릭스는 『눈사람 아저씨』, 『곰』 등의 그림책으로 친숙한 유명한 영국 작가다. 그의 『바람이 불 때에』는 1982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한국어로는 1995년에 초판이 나왔고 작년에 벌써 41쇄를 찍었다. ‘세계의 걸작 그림책’이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있는 만화 형식의 그림책이지만 과연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무섭고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시골에서 은퇴 후의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던 노부부는 갑자기 분주해진다. 핵전쟁 발발을 예고하는 라디오 방송을 심각하게 들은 할아버지가 정부에서 나눠준 전시대비 지침서에 따라 방공호를 짓고 각종 비상물품을 준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식수를 받아두고 창문.. 더보기
지진과 핵발전을 심각하게 성찰하기 『바스러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 사사키 아타루 지음, 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 이 책은 본격적인 탈핵도서는 아니다. 핵발전 문제를 다루는 게 핵심도 아니고 관련 분량도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의 ‘인기’ 소장 철학자인 사사키 아타루의 성찰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부여잡고 있던 ‘근거’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지진과 핵발전에 대해서 심각한 이야기를 던진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과 『이 치열한 무력을-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자음과모음, 2013) 같은 저작들로 한국에도 상당히 알려진 저자의 이야기는 『사상으로서의 3.11』(그린비, 2012)에도 실린 적이 있다. 제목 그대로 3·11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다. 우선 저자는 핵발전소 사고와 지진은.. 더보기
두 개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할 때 김수진 외,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도요새, 2011 이 책은 후쿠시마 사고 직전인 2011년 1월에 출간되었던 탓에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핵발전의 위험성 인식 자체가 압도적이기도 했거니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너무도 형편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둘러싼 논박이 맥빠진 상태였던 것도 이유였다. 즉 한국에서는 핵발전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이들도 드물었고, 찬핵론자들이나 핵산업계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핵발전 홍보에서 양념처럼 얹어 놓는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외국 특히 미국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지구를 자율적 생명체로 이해하여 인간의 모든 행위가 지구를 파괴.. 더보기
핵발전이 큰아들, 재생가능에너지가 막내아들이라고? 『에너지 명령』, 헤르만 셰어 지음, 모명숙 옮김, 고즈윈, 2012 지난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찬핵진영 또는 핵산업계에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논리를 하나 들고 나왔고, 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말하자면 핵발전과 재생가능에너지는 상충 관계가 아니며, 지금 한국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여건과 기술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핵발전이 수익을 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이 고생하며 집안에 돈을 벌어다 주는 ‘큰아들’이고 재생가능에너지는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막내이기 때문에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비유인데, 실제로도 그러할까? 2010년에 작고한 독일의 학자이자 에너지 정치가 헤르만 셰어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분명한 이야기를 이 책으로 남겼다. 심지.. 더보기
에너지 문제는 정치 문제임을 확인한다 이정훈 외, 『탈핵 비판』, 글마당, 2017 “다만 내가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넉넉한 부존자원을 갖지 못한 우리가 세계의 부강한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검소하고 절약하는 기풍을 계속 길러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름 한 방울을 아끼고, 전기 사용에서도 낭비를 삼가는 알뜰한 생활태도를 미풍으로 삼으면서 한편으로는 태양열 조력 풍력 등 새로운 자원을 연구개발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옛날 말투이긴 하지만 지금도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이는 실은 1978년 고리1호기 준공 및 5·6호기 기공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한 연설의 일부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부분은 40년이 지나도 턱없이 부진한 상태이지만, 이 책.. 더보기
핵발전의 룰렛에서 빠져나와 희망의 대안들을 만날 때 가 스미스 지음, 강병철 옮김, 『원전, 죽음의 유혹』 꿈꿀자유, 2015 책의 표지 그림이 뭔가 들여다보니, 작은 물고기를 꼬드기는 빛나는 더듬이 뒤로 아귀의 커다란 입이 희미하게 보인다. ‘죽음의 유혹’이라는 한글 부제목에서 짐작되듯 핵발전의 한 면모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더 실감나는 것은 영어 원제목인 ‘핵룰렛(Nuclear Roulette)’이다. 핵발전의 룰렛이라는 복불복 게임은 요령을 많이 안다고 해서 늘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임일 리도 없다. 한 방법이 있다면 이 룰렛판에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오는 것뿐이다. 환경관련 탐사보도에 오랫동안 종사해 온 가 스미스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14가지 이유’를 풀어놓는 것으로 지면 강의를 시작한다... 더보기
시민참여와 에너지 민주주의의 당위성과 현실성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이영희, 문학과지성사, 2011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논쟁이 한창이다. 여기서 활용되고 있는 ‘공론화’와 ‘시민참여’라는 방식은 한국에서 아직 낯선 게 사실인데,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과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위한 고민이 상당히 깊이있게 전개되어 왔거니와, 공론화위원회와 유사한 실험들도 수차례 진행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색을 주도해온 이들 중 한 사람인 이영희 교수의 이 논문모음집을 통해 우리는 그 과정과 맥락을 ‘속성학습’할 수 있다. 과학기술을 민주주의와 연결시켜 볼 필요성은 과학기술이 민주주의를 가로막거나 증진시킬 수도 있고, 거꾸로 민주주의를 결여한 과학기술이 이기(利器)가 되기는커녕 우리의 삶을 크게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 더보기
인류가 핵을 불러낸 순간 『히로시마의 그늘』, 윌프레드 버체트 지음, 표완수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5 수년 전부터 일군의 지질학자들은 지금의 지질시대를 우리가 교과서로 알고 있는 신생대 제4기 충적세 대신에 ‘인류세(人類世)’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질시대의 명칭은 양치식물들이 땅에 묻혀 탄화된 시기라고 해서 붙여진 ‘석탄기’ 또는 프랑스 쥐라산맥에 그 시기의 지층이 분포해서 붙여진 ‘쥐라기’처럼 그 시기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이름을 갖는다. 말하자면 인류세는 인류가 하나의 지질시대를 만들어내고 대표할 정도로 어머어마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화로 초래된 기후변화, 플라스틱이나 콘크리트 같은 새로운 물질의 대량 생산은 수만 년 후대에도 인류 활동의 확연한 증거를 남길 것이다. 그런데 인류세의 시작을 .. 더보기
<새책소개>너무 이른 희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 김정희 글, 오승민 그림, 최열 감수, 사계절, 2017. 3 요시코는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따스한 봄을 기다리던 3월 어느 날 혼자서 지진을 겪는다. 텔레비전의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인 언덕 위 주민센터로 뛰어오른다. 몇 시간 사이 지옥으로 변해버린 마을, 대피소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리고 곧 후쿠시만 제1핵발전소의 폭발 소식에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간다. 언니를 잃어버린 요시코네는 엄마와 요시코만 먼저 도쿄로 떠난다. 방사능 때문에 요시코를 집에 들일 수 없다는 삼촌과 고모의 외면에 다시 대피소로 돌아오면서 요시코는 우리에게 묻는다. “방사능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원자력발전소는 왜 만든 거예요?” 언니의 죽음을 확인한 후 요시코네도 결국.. 더보기
핵발전이라는 비행기의 승객들은 누구인가? 『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2016, 재인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5년, 그러니까 22년 전에 쓴 『천공의 벌』은 지금 읽어도 손에 땀이 차고 등골이 오싹해진다. 소설 중에 등장하는 통신기기가 예를 들어 호출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 오늘 뉴스에 나오는 장면들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현실적이다. 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벌’은 두 가지 의미다. 핵발전소를 공격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납치하여 원격 조정하는 대형 헬리콥터의 별명이기도 하고, 핵발전소의 원초적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일깨우는 핵발전소 사고를 벌의 침에 비유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확신범’들은 스스로를 ‘천공의 벌’이라 칭하며, ‘신양’이라는 이름의 고속증식로 위에 폭탄을 실은 헬리콥터를 띄워놓고.. 더보기
담당 편집자가 소개하는 신간, 『흉터의 꽃』 원폭의 흉터 위에 피워낸 평화의 꽃 김옥숙 장편소설, 『흉터의 꽃』, 새움, 2017년 5월 이번에 내가 편집한 김옥숙 장편소설 『흉터의 꽃』은 원폭 피해자 가족의 눈물겹고도 아름다운 삶을 담고 있다. 제목처럼 소설 속 원폭 피해자들은 원폭의 흉터 위에 평화의 꽃을 피워낸다. 편집하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다. 소설에,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가 내게 감동을 주었다. 저자는 생계를 위해 히로시마로 떠나야 했던 할아버지와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던 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이 소설을 썼다. “나의 고향인 경남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 불리는 곳이다. 광기의 역사가 낳은 원폭이라는 끔찍한 괴물 앞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생명을 보듬어 안는 인간을 통해서 우리의 삶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계속.. 더보기
전문가들의 시간의 지평선을 묻는다! 『핵을 넘다』, 이케우치 사토루, 나름북스, 2017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1950년 핵폭탄 개발의 산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외계인이 왜 아직 지구를 방문하지 않았을까”라고 묻는다. 그런데 외계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가 가능한 별들이 확률적으로 존재하지만, 그들 생명체가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고등문명을 지탱할 시간이 몇 백년이나 될까를 생각하면 그들과 우리가 조우할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인간의 고등문명은 채 1백여년이 못 되는 시간의 지평선을 갖고 있고, 그것은 인간이 핵과 방사능을 다루어 온 기간과 일치한다. 일본의 천체 물리학자인 이케우치 사토루 교수는 이렇게 시간의 지평선을 길게 보고 핵발전을 정면으로 응시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 더보기
찬핵 과학자가 알려주는 핵발전의 모든 것 찰스 D. 퍼거슨 지음, 주홍렬 옮김, 『원자력 재난을 막아라』, 생각의힘, 2014 이 책 자체는 엄밀히 말하자면 탈핵도서가 아니다. 저자인 찰스 퍼거슨은 미국과학자연맹(FAS) 회장도 맡고 있는 핵전문가인데,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확보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2015년 보고서로 국내 언론에 알려져 있다. 요지는 한국은 핵무기 개발 자원과 기술이 충분하고 국제적 경제 비중을 볼 때 경제제재를 돌파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국내의 이른바 자위적 핵무장론자들에게 즐겨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개최된 ‘글로벌리더스포럼 2014’에 와서는 셰일가스를 포함하는 화석 에너지 이용에서 탈피하여 태양광, 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다.. 더보기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 호리에 구니오 씀, 고노 다이스케 옮김, 『원전 집시』, 무명인, 2017 노동자 중에서 하청노동자, 그리고 피폭 노동자, 즉 핵발전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생활에 대한 기록. 이 책의 부제인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에 핵심적 메시지가 다 담겨있다. 이 단어들은 이들의 존재적 특징을 의미하기도 하며, 핵발전의 구조적 특징을 알려주기도 한다. 언론인 호리에 구니오 씨는 핵발전 종사 노동자들의 삶과 느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직접 핵발전소에 취업하기로 한다. 1978년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일본의 간사이전력 미하마핵발전소, 도쿄전력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일본원자력발전의 쓰루가핵발전소를 거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혹독한 노동을 체험한다. 호리에 씨가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 곳이나 되는 핵발전소에서 일할.. 더보기
핵사고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세계 핵사고사』, 니시오 바쿠, 김신우·윤금희 옮김, 자주달개비, 2017 불 구경과 사고 구경이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세계의 핵사고를 일별하는 일은 제법 고통스럽다. 비밀주의와 전문가주의가 득세해 온 핵산업계와 핵발전 추진 정부들에서는 이 골치 아프고 마음 아픈 사고들을 은폐하거나 경미한 쪽으로 치장해왔기 때문에 아직 그 실체와 정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수두룩하다. 그런 부분들을 파헤치고 알리는 것을 자신의 본분으로 삼는 일본의 ‘원자력자료정보실’의 공동대표이자 반원전신문[反原発新聞] 편집장이 이런 책을 엮어낸 것은 그래서 무척 적절하다 하겠다. 이 책은 1945년, 즉 핵무기 개발과 사용이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70년간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435건의 핵사고를 요약 정리한 자료집.. 더보기
(책소개) 사용후핵연료가 95% 재활용된다고? 핵마피아 거짓주장 파헤친 장정욱의 부안과 경주의 경우를 보면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만해도 숱한 홍역을 치러야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정작 고준위핵폐기물로 훨씬 더 위험한 사용후핵연료의 문제는 베일 속에 철저히 가려서 우리의 인식영역 밖에서만 존재해 왔다. 적어도 지난 9월 전까진 말이다.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88년부터 2010년까지 7차례에 걸쳐 폐연료봉 1390개와 손상 핵연료 309개 등 무려 3.3톤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고리와 영광, 울진의 핵발전소에서 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유성구 덕진동)으로 옮겨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목적은 미국도 ‘재처리’로 규정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재처리가 아니고 재활용이다, 사용후핵연료의 95% 이상을 .. 더보기
훗날 돌아보자, 탈핵 한국의 시작을!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최재경 옮김, 『에코토피아 비긴스』, 도솔, 2009 지난 미국 대선에서 대표적인 ‘기후회의론자(기후변화의 실체를 의심하고 대응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이들)’로 꼽히는 트럼프의 당선은 기후변화와 화석에너지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을 더욱 심난하게 했다. 트럼프 정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미국 시민들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급기야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칼렉시트(Calexit)’ 주장이 진지하게 개진되기도 했다.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처럼 캘리포니아주를 미국 연방에서 독립시키자는 것인데,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경제 여건을 갖고 있으면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이 지역에서 나올 법한 주장이다. 그런데 이 ‘칼렉시트’를.. 더보기
쉽게 이해되는 핵 문제 『레드맨 우리가 도와줄게!』, 보리, 김규정, 2016년 11월 윤주영(고창 아산초 6학년) 나는 『레드맨 우리가 도와줄게!』를 이미 『개똥이네 놀이터(월간 잡지)』를 통하여 읽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새롭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이 책은 핵발전소 관련 위험성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서 내 나이 또래나 초등학교 저학년도 이해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점이 있지만, 너무 저학년들도 읽을 수 있게 써서 5~6학년들에게는 약간 수준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쓴이라면 레드맨 책을 2권 이상으로 만들어 기본/심화 이렇게 단계별로 만들고 싶다. 또, 책 중간중간마다 있는 탈핵놀이라는 코너 대신 핵발전소 관련된 위험한 근거자료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 아빠가 탈핵 운동을 하기 때문에 핵에 관해 조금 알.. 더보기
서울이 줄인 원전 하나, 탈핵한국 초석된다! 원전 하나 줄이기, 에너지소비도시에서 에너지생산도시로! 이유진, 『원전 하나 줄이기』, 서울연구원, 2016 서울시는 2012년 4월, 핵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양의 에너지를 서울시에서 절감한다는 의미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그 전 해에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와 대정전 사태가 배경으로, 2011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지속가능성’과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에너지정책 공약을 적극적으로 다듬은 것이었다. 서울시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다른 지역에 발전소가 덜 들어선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인데, 그 이후 서울 시내버스와 가로판매대마다 붙은 ‘원전하나줄이기’ 홍보물은 서울시의 의지를 체감케 했다. 이 책은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더보기
지진으로 다시 펼치게 된 “안전합니까?” 이이다 데쓰나리·가마나카 히토미 저, 송제훈 역, 『안젠데스까 안전합니까 : 원자력과 자연에너지와 우리들의 삶』, 서해문집, 2012 이 책의 초판 1쇄는 2012년 3월 11일, 즉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딱 1년이 되는 날 발행되었다. 지금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된 것은 “안젠데스까”, 즉 한국말로 “안전합니까”라는 물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잦은 지진과 화산 분출, 태풍이 익숙한 풍경인 일본이지만 후쿠시마사고 이후 이런 자연환경과 지리적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선택한 것은 큰 오류였다는 반성이 일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것은 일본의 일이었다. 그리고 경주에서 잇달아 일어난 진도 5 이상의 지진은 한국도 그런 염려에서 예외가 아님을 불현듯 알려주었다. 물론 정부와 핵발전 관.. 더보기
냉장고를 부탁해? 탈핵을 부탁해! 『전기없이 우아하게』, 사이토 겐이치로, 티티, 2015 “냉장고를 부탁해”는 미덕이 있는 TV 프로그램이다. 냉장고 한 구석에 잊혀진 채 잠자고 있던 재료들을 불러내어 새로운 존재로 탄생시키면서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거니와 사람과 요리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그러나 어느 집이든 냉장고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고, 그렇게 냉장고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상식을 강화하기도 한다. 어쨌든 현대인은 냉장고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다. 다른 많은 가전제품들과 함께. 그런데 냉장고 속의 재료들 처리를 부탁하는 대신 냉장고 자체를 버릴 궁리를 진지하게 한,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사람이 있다. 일본 의 기자이기도 한 사이토 겐이치로 씨는 각종 가전제품과 이별하면서도 우아하고 즐겁게 살게 된 몇 .. 더보기
30년 동안 반핵투쟁 해봤어? 『원전을 못 만들게 하는 사람들 - 이와이시마에서 미래로』 야마아키 신, 바오로딸, 2015 밀양 송전탑 싸움이 한창이던 2013년 11월 초에 도곡저수지 위쪽 농성장으로 찾아온 일본인들이 있었다. 카미노세키 핵발전소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30년 가까이를 싸워왔던 이와이시마의 활동가들이었다. 몇 해 전 히로시마에서 열린 반핵아시아포럼에 참가하여 이와이시마의 투쟁을 보며 이분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꼭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니, 이와이시마와 밀양의 상봉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겠다 싶다. 이와이시마(일본어로 축복의 섬, 祝島)는 지금은 500여명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지만, 철따라 톳과 비파, 도미와 갑오징어가 풍성히 나는 아름다운 마을로 주민들의 공동체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1982.. 더보기
찬핵 작가가 쓴 탈핵소설? 『신의 불꽃』, 이상우, 시간여행, 2016 이 소설의 줄거리는 상당히 당황스럽다. ‘한수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용감한 핵물리학자가 주인공으로 나서서 고리 및 신고리 핵발전소의 관리와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박정희 정권의 핵개발을 위한 비밀 활동에 종사하다가 의문의 사고로 실종된 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내력을 가졌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죽음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당시의 사고 관련 기록을 조사하다가 이것이 프랑스, 미국, 소련, 한국 정부 등이 얽힌 중대한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다. 1978년에 프랑스 파리를 떠나 앵커리지로 향하던 대항항공 여객기가 항로를 이탈하여 소련 영공으로 들어서고 이를 소련 전투기가 피격하여 무르만스크의 얼어붙은 호수에 불시착한 실제 사건이 있었다. 작가는 이를 모티브로 하여 한수.. 더보기
에너지시민을 부른다!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시민을 위한 에너지 민주주의 강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지음, 이매진, 2016 “에너지는 너무 어려워서…” 뉴스를 보는 평범한 시민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 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에너지는 고도의 기술과 복잡한 원리들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알기도 어렵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상식인 탓이다. 그러나 그 상식이 이제껏 핵발전과 화석연료발전 중심의 일방적인 성장지향형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유지하는 바탕이 되어왔다. 의무교육을 받은 국민 대부분은 학교에서 에너지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을 배웠지만, 그것을 조합해도 에너지는 어렵게 다가온다.. 더보기
방사능 공포의 일상 속 페이소스 겐유 소큐 지음, 박승애 옮김, 『빛의 산』, 펜타그램, 2015년 10월 지은이는 후쿠시마 현 출신이자 동일본대지진 당시 그곳 절의 주지스님이기도 했던 소설가다. 젊은 시절에는 쓰레기소각장, 나이트클럽 매니저, 영어교재 판매원 등 직업을 경험했고,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에는 재난의 아픔을 글로 전하는 한편 지역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그의 글이 담고 있는 위트와 페이소스가 잘 이해된다. 이 소설집에 실린 여섯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쓰나미에 희생된 가족의 기억, 가설주택 피난 생활의 곤란, 망가진 일상을 그래도 계속해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면면들을 전한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두드러진 모티브는 ‘방사능’인데, 주부들의 먹거리 걱정부터 도쿄전력의 핵.. 더보기
어린이날 선물로 탈핵 그림책 어때요? -핵발전을 이야기하는 아동 도서들 모리 에토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희망의 목장』, 해와 나무, 2016 오노 미유키, 『빛의 용』, 봄나무, 2016 탈핵도서의 장르가 다양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어린이가 읽을 만한 책들이 등장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핵발전과 방사능이 결국은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임을 생각한다면 이들과 차분히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일이거니와, 딸·아들이나 조카들을 둔 어른들이 더 잘 알겠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놀랍게도 똑똑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곤 한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출간된 아동용 탈핵도서가 이제는 제법 종을 헤아린다. 동화책이나 아동서적으로는 명로진 글, 조현주 그림의 『에너지 도둑』(북스토리아이, 2011)과 김해등 외, 『아직 늦지 않았어요』(휴먼어린이,.. 더보기
방사선의 위험성, 정말 알고 있나요? -헬렌 캘디콧 엮음, 『끝이 없는 위기』, 글항아리, 2016 일본의 간 나오토 전 총리의 글로 시작하여 반핵활동가 헬렌 캘디콧의 글까지 스무 편의 짧은 논문을 모은 이 책은 분량에 비해 그리 만만히 읽히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을 답답해하던 캘디콧이 2013년 3월 11일과 12일에 뉴욕에서 후쿠시마 사고의 의학적,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이틀간 심포지엄을 개최한 다음 그 중 중요한 발표들을 엮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서라기보다는 그동안 핵산업계나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 약간은 전문적인 책이지만,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공식 통계에서는 ‘없는 것’ 또는 ‘안전한 것’으로 치부되어 온 저선량 전리(電離) 방사선의 영향을 폭넓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에 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의 .. 더보기
"후쿠시마에 산다" , 아카하타 사회부, 나름북스, 2015 원전만 없었더라면! “방사능이 오염시킨 / 작은 무논 / 전답을 버려두고 / 도망가는 사람들을 / 보았던 그날부터 / 서 있네”. 이 책에 나오는 ‘허수아비’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포크밴드 ‘이와키 피라미 학원’의 곡이다. 이 밴드의 주인공 구보키 씨는 후쿠시마현 이와키 시에서 살아오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고 이런 노래들을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로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 후쿠시마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음악인, 농민, 어민, 목축업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사진가, 주부, 학생들 94명의 목소리가 있다. 지금도 후쿠시마현 주민들 중 12만 명 이상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후쿠시마현 바깥으로 흩어져 사는 이들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