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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탈핵도서, 출판사와 독자들간 ‘선순환’ 구조 만들자

새롭게 도서 소개 꼭지를 맡게 되었다. 탈핵신문 독자의 입장에서 도서를 선택하고 소개해야 할 터인데, 하고 있는 일이 ‘1인 출판사’이기도 하여 온전히 독자의 눈높이로 접근하지는 못할 것 같고, 출판사의 입장과 혼재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스스로 균형을 잘 잡아가야 할 터인데’라고 다짐해 본다.

말이 나온 김에, 비록 출판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탈핵 관련 도서 현황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출판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탈핵’과 관련된 분야의 책은 전체적으로 잘 팔리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한국탈핵(김익중, 한티재, 2013)』, 『탈핵학교(김종철 외, 반비, 2014)』 등의 책은 몇 쇄를 찍어내기도 했지만, 그 외 서적들은 출판사 입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3·11 행사에서 만난 모 출판사 사장이, “재고가 엄청 쌓였다. 다음에는 이런 분야 책은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푸념을 쏟아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동종 업계, 출판업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나름 시의적절한 내용의 책이라고 여겨졌지만, 이 분야 시장(독자층)은 잘 형성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참에 부탁드리고 싶다. 출판사가 분투해야 할 점들이 많겠지만, 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독자들이 많아지고 좋은 책을 사서 읽어준다면 출판사와 독자들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탈핵운동’과도 연관이 있다. 흔히 ‘운동’은 ‘사람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에 앞서 ‘내용’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상 탈핵 도서, 『원전 없는 세상을 부탁해』


 박남범 외 지음, 전국사회과교과연구회 기획, 서해문집, 2018. 12.


『원전 없는 세상을 부탁해』는 부제가 ‘청소년을 위한 탈원자력발전 핸드북’이다. 전국사회과교과연구회가 기획하고, 현역 초·중·고 교사들 6명이 참여하여 집필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국내에서는 경주·포항 지진 등이 잇따랐지만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핵발전, 탈원전 등이 ‘찔끔’ 언급되고 마는 수준이라, 청소년들에게 ‘내 삶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이 책은 기획되었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핵발전의 역사와 이해(우라늄, 방사능 등)에서부터 핵발전의 경제성, 국내외 핵발전 현황을 설명한 뒤, 세계 핵발전소 사고(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핵발전소 사건사고의 현실을 보여주며 탈핵정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대안으로써의 신재생에너지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최열 등, 철수와영희, 2014)』 이후 오랜만에 청소년 대상의 핵발전 도서가 나왔다. 그것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현역 교사들이 집필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청소년 대상답게 약 200페이지 정도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틈틈이 사진, 이미지 등을 넣어 가독성도 높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사실과 관련된 오류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48쪽 핵발전소 입지 지역을 울진·영덕·경주·부산·영광이라고 서술했는데, ‘영덕’이 아니고, ‘울산’이다).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 대상으로 핵발전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전체적으로 잘 보여주는 미덕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일독을 권해볼만 하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