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에토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희망의 목장』, 해와 나무, 2016
오노 미유키, 『빛의 용』, 봄나무, 2016
탈핵도서의 장르가 다양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어린이가 읽을 만한 책들이 등장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핵발전과 방사능이 결국은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임을 생각한다면 이들과 차분히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일이거니와, 딸·아들이나 조카들을 둔 어른들이 더 잘 알겠지만 어린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놀랍게도 똑똑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곤 한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출간된 아동용 탈핵도서가 이제는 제법 종을 헤아린다. 동화책이나 아동서적으로는 명로진 글, 조현주 그림의 『에너지 도둑』(북스토리아이, 2011)과 김해등 외, 『아직 늦지 않았어요』(휴먼어린이, 2011)가 나왔고, 좋은 삽화를 곁들인 박효미 글, 마영신 그림, 『블랙아웃』(한겨레아이들, 2014)과 강양구 글, 소복이 그림, 『핵발전소의 비밀』(리젬, 2014)도 나왔다. 『핵발전소의 비밀』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어른이 보기에도 그 깊이가 만만치 않다.
그림책 작가 김규정은 『무지개 욕심 괴물』(철수와 영희, 2014)과 『밀양 큰할매』(철수와 영희, 2015)를 잇달아 쓰고 그려냈다. 신기해 보이지만 무서운 괴물에 대한 악몽으로 핵에너지를 은유하고, 태극기를 즐겨 그리는 아이와 나라의 일을 존중하던 할머니가 밀양에서 경험한 공권력을 통해 핵발전의 폭력성을 암시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이 어린이들에게 퍼붓는 물량 세례와 비교한다면 아직 양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질적으로는 충분히 훌륭하다.
올해에는 일본 작가의 두 그림책이 눈에 띈다. 『희망의 목장』은 후쿠시마현에서 ‘소치기’로 살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30마리의 소를 키우다가 핵발전소사고 이후 주인을 잃은 소까지 거두어 지금은 360마리를 키우면서 탈핵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다. 정부는 방사능 때문에 먹지도 팔지도 못하게 된 소들을 살처분하라고 명령하지만, 소치기는 생명을 그렇게 죽일 수 없다며 이들에게 계속 먹이를 주고 돌보기로 한다. 그가 소들에게 주는 사료와 받아내는 똥은 우리 모두의 관계와 책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빛의 용』은 우연치 않게도 『무지개 욕심괴물』과 비슷하게 핵에너지의 양면성을 묘사한다. 어느 마을의 임금님이 마을에 신기한 생명체를 데려오는데, 큰 덩치에 순한 얼굴을 가졌고 특별한 돌을 먹으면 일곱 색깔의 빛을 뿜어내는 용이다. 이 빛 덕분에 도시는 밝아지고 추운 집도 따듯해져서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듯 했지만,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빛의 용이 소란을 피워 주민들이 이사를 가야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물론 핵발전소가 만드는 전기와 방사능 사고를 상징한다. 이 책은 후쿠시마사고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한 ‘원전 그림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런 그림책들을 권할 때 어린이들에게 자칫 일방적인 정보나 주장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가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책들은 핵발전의 위험성과 부당성을 강변하지 않고 자연스레 느끼고 생각할 거리들을 솜씨있게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이 책들에서 본 이야기들을 머리와 가슴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다가, 언젠가 더 좋은 생각들로 이어나갈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의 선물이 고민된다면, 탈핵 그림책이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탈핵신문 2016년 5월호 (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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