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시민을 위한 에너지 민주주의 강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지음, 이매진, 2016
“에너지는 너무 어려워서…” 뉴스를 보는 평범한 시민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 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에너지는 고도의 기술과 복잡한 원리들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알기도 어렵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상식인 탓이다. 그러나 그 상식이 이제껏 핵발전과 화석연료발전 중심의 일방적인 성장지향형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유지하는 바탕이 되어왔다.
의무교육을 받은 국민 대부분은 학교에서 에너지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을 배웠지만, 그것을 조합해도 에너지는 어렵게 다가온다. 그리고 핵발전소 사고가 나거나 밀양의 투쟁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정작 중요한 에너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평상시 9시 뉴스에 좀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에너지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얘기하듯, 이제 사람들은 값싼 에너지를 풍족하게 쓸 수만 있다면 다른 모든 일에 만족하는 수동적 소비자 정체성을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고, 자기가 쓰는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집까지 오는지 따져 보고, 그 과정에서 희생하는 사람들은 없는지 묻기 시작했다. 이들이 ‘에너지독재’에서 벗어나 ‘에너지민주주의’를 직접 실현하려고 에너지 전환 운동에 동참하는, 필자들이 호명하는 ‘에너지시민’이다.
에너지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의 넓이와 깊이는 많지 않은 분량치고는 만만치 않다. 1부에서 현재의 에너지 사회의 상황을 석유문명, 기후변화, 빈곤과 불평등, 안보와 평화 같은 주제와 연결시켜 전반적인 관심과 이해를 도모한다. 2부에서는 에너지 문제의 최근 쟁점들을 하나씩 다루는데, 필자들이 갖고 있는 차별적인 관심과 시각이 드러난다. 에너지와 기후 위기의 해법으로 흔히 등장하는 시장 위주 접근의 문제점, 녹색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 남한과 북한의 에너지 관계에 대해 독자들에게 심각한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1, 2부에 비해 대안을 이야기하는 3부는 훨씬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다. 에너지시민의 개념과 역할을 환기하고, 지역공동체 에너지와 에너지 협동조합의 사례들이 소개된다. 에너지 국제협력과 그린캠퍼스의 실천까지, 해답들은 이미 도처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알린다.
이 책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수년간 연구와 강의를 통해 축적한 문제의식과 자료들을 정리하여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강의 교재를 만들어보고자 준비되었고, 에너지시민과 기관이 참여한 ‘시민발주 탈핵연구기금’과 에코피스리더십센터의 후원이 큰 보탬이 되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에너지’ 대신 ‘이 책 한권으로 나도 에너지시민’이라 말해 보면 어떨까. 물론 더 많은, 더 재미있고 더 알찬 에너지 시민 교과서와 참고서들이 뒤를 이어야 할 일이다.
탈핵신문 2016년 7월호 (제43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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