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권(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대표)
<장면1: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로 인해 전 세계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었다. 이미 태평양은 절반쯤 오염되었고 지금도 오염수가 사고현장에서 매일 300톤씩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오염이 심한 곳은 후쿠시마현의 토양이다.
NHK 일본방송에 의하면 현재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의 표면을 긁어(겨우 5센티미터) 모은 마대자루가 11만 곳에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모두 합해 920만㎡에 3000만톤이 쌓여 있다. 방사능 농도는 킬로그램당 8000베크렐이다. 식품의 경우 안전기준치가 킬로그램당 100베크렐이다. 산림의 제염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평지 중심으로 제염된 면적이 오염지역 전체의 3.3%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정부는 이 핵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에 동경의 시부야 크기의 땅을 매입해서 향후 30년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저장소’를 만들려고 하였으나 워낙 땅주인들이 많고 팔려고 하지 않아 지금까지 못하고 있다.
<장면2: 한국원자력연구원>
2017년 2월 9일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연구원이 불법으로 핵폐기물을 지속적으로 무단투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11월 방사선관리구역 배수로 공사 때 나온 콘크리트 폐기물 150㎏을 외부에 불법으로 매립했다. 또 그해 6월부터 9월 사이 서울 공릉동에 있는 연구용 핵반응로(=원자로)를 해체할 때 생긴 콘크리트 2톤을 야산에 방치했다. 토양 폐기물 200ℓ들이 드럼 58개는 야산에 묻어버렸다.
이 밖에도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쓰인 장갑과 비닐 등을 2011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매달 20ℓ씩 일반쓰레기로 버렸고, 일부는 태워버렸다. 비슷한 시기 방사성폐기물의 제염 과정에서 생긴 물은 빗물관으로,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착용한 작업복을 세탁하면서 생긴 물은 일반 하수도로 흘려보냈다. 우라늄과 세슘 109톤가량을 허가 없이 녹이는가 하면, 폐기물 소각시설의 배기가스 측정기록까지 조작한 사실도 확인됐다.
<장면3: 고리핵발전소>
경주 중·저준위핵폐기물저장소에 보관할 수 없는 대형방사성폐기물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고리원전본부에는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어 그동안 핵발전소정비 과정에서 나온 대형 핵폐기물을 임시저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특히 1998년 고리핵발전소 1호기에서 나온 증기발생기는 올해까지 19년 동안 고리본부 내 제4방사성폐기물 저장고에 ‘임시보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고리핵발전소 1호기 증기발생기 2대, 핵반응로(=원자로) 헤드 1대, 한울 1~4호기 증기발생기 10대 등 15대의 대형폐기물이 발생했다. 교체 계획이 마련된 고리핵발전소 2호기 핵반응로 헤드 1대 등 9대까지 포함하면 총 24대를 처리해야한다.
한수원은 이미 7천817억원을 새 설비 설치 등 교체비용으로 투입했고 앞으로 7천103억원이 더 필요하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설비를 교체한 뒤 생긴 폐기물이 그대로 원전본부 내에 남겨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한수원은 핵쓰레기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그 처분에 대한 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금수강산이 핵쓰레기로 뒤덮여가고 있다. 위에 적시한 곳들은 근래에 올라온 뉴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만 추린 것이다.
이 장면들은 공통점이 있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통제구역에서 쓰레기가 발생하는데다 한번 발생하면 없애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폐기물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이유는 처분할 방법을 모르는 쓰레기들을 지역주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마구 쌓아놓고 돈 줄테니 잠시만 참아달라고 하고는 결국 그곳을 영구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행태를 고발하고 싶어서이다.
이런 종류의 쓰레기는 세상 어느 누구도 받지 않으리라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아는 일인데 ‘임시’ 또는 ‘중간’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써가며 주민들을 기만하는 정부와 한수원은 지금이라도 핵쓰레기에 대한 진실을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히고 그 처분을 어찌 해야 할지에 대해 참된 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
영광 한빛원전, 주민동의 없이 핵폐기물 보관 공사 한창!
요즘 영광 한빛원전에서는 주민동의와 상관없이 다량의 핵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하나는 2025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한 임시저장고이며, 또 하나는 대형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한 대형창고이다. 전자는 아직 관련 법안이 계류중이라서 터만 잡아놓고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후자는 오는 7월에 완공예정으로 막바지 건축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리방법을 몰라 땅을 파고 영구저장하겠다는 방향만 잡았을 뿐 실제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까지 하겠다는 로드맵이 있어도 지역주민의 반대로 처분장소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에서는 이미 오염된 사고 현장을 처분장으로 쓰려고 했지만 땅주인들의 반발로 못하고 있는 지경인데, 우리는 과연 어느 누가 자신의 생땅을 내놓으려할까? 처리기술도 없고 땅을 확보하는 일도 앞이 안 보이는데 핵발전소부지에 지금 건설하려는 것을 ‘임시저장소’라고 우기면 믿어줄 주민이 있을까.
대형 방사성폐기물은 근래에 새로이 제기된 문제이다. 원래 방사성폐기물은 잘게 잘라 드럼통에 넣어서 지하동굴에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가동 일수가 오래되면서 드럼통에 넣을 수 없는 대형 폐기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핵반응로 헤드와 증기발생기이다. 핵반응로 헤드는 직경 5m, 높이 4m, 무게 90톤이나 되는 대형구조물이다. 한빛원전에서는 그동안 한국형 3·4호기의 헤드를 교체해 2개가 임시 보관되어 있다.
증기발생기는 더욱 크다. 무게만 540톤에 길이는 무려 20m에 이른다. 한빛원전은 2019년까지 3·4호기의 증기발생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한 발전기에 한국형의 경우 증기발생기가 2개가 있으므로 한빛본부에는 수 년 내에 대형폐기물이 헤드 2개, 증기발생기 4개가 발생한다. 지금과 같은 발생주기로 보면 십년 안에 증기발생기 폐기물이 10개가 더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그때 가서 또 축구장만 한 저장고를 지어야할 것이다.
문제는 아직 우리에게는 대형 폐기물조차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그 큰 구조물의 겉을 얇게 깎아 제염하고 잘게 조각내야 하는데 상상만 해도 엄청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한수원, 돈만 벌고 지역 떠나면 그만↔지역주민. 핵쓰레기+핵 사고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대형폐기물이나 고준위폐기물의 공통된 문제점은 둘 다 설계수명의 절반도 안 되어 교체된다는 사실이다. 고준위폐기물의 경우 원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하는 폐기물의 분량을 계산하여 그에 맞는 저장고를 만들었어야 하거늘, 일단 가동부터 해놓고 쓰레기가 차니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저장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들이대고 있다. 증기발생기도 원래 설계수명이 30년이지만 대부분의 핵발전소에서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노후화되어 교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눈앞의 이익만 보고 핵발전소를 가동해 놓고 주민들더러 쓰레기까지 떠안으라는 건 애초부터 지역주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 모든 문제를 돈이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천만의 말씀이다. 돈이라면 지난 30년 동안 실컷 구경도 하고 맛도 보았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핵발전소를 하루빨리 접고 청정한 고향산천을 되찾는 것뿐이다. 이런 식으로 핵폐기물이 쌓이고 늘어나면 갈수록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고 결국은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 거대한 핵쓰레기장이 되고 말 것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핵쓰레기들이 어디로 갔는가? 다 그 자리에 있다. 손도 못 댄 채로. 한수원 관계자들은 지역에 와서 돈만 벌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지역주민들은 늘어만 가는 핵쓰레기를 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고를 기다리며 사는 꼴이다. 부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탈핵신문 제50호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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