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핵발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람직하지 못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람직함이라는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이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핵발전은 바람직한 에너지라고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핵발전은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에너지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를 통해서 전 세계에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반복되는 지진으로 인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에너지가 바로 핵발전이다. 안전성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은 크게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싶다.
그렇다면 가장 대립되는 의견이 존재하는 지점은 핵발전의 ‘경제성’일 것이다. 정부 관료들뿐만 아니라 학자들 중에서도 친핵발전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주장은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근거를 두고 있다. 환경단체 측에서는 각종 숨겨진 비용과 보조금 때문일 뿐이라며, 이들을 제거하고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포함시키면 경제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은 핵발전의 가장 강력한 근거였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로 인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면서, 핵발전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덕분에 외국 업체들은 경제성을 근거로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다 명백한 근거는 핵발전이 수지맞는 장사라고 판단해 고리핵발전소 1호기의 건설업체였던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었던 일본 기업 도시바가 최근 들어 핵발전의 경영 악화로 인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핵발전은 바람직하지 못한 에너지일 수밖에 없다.
끝으로 ‘환경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핵발전은 지양해야 할 에너지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문화재단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저탄소 에너지라고 추켜세우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부정되었던 궤변일 뿐이다.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핵폐기물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핵발전이 청정에너지일 수 없다며 이미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더군다나 핵발전을 저탄소 에너지로 인정할 경우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진짜 청정에너지가 홀대받는다는 문제마저 있다.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핵발전이 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필자가 핵발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안전성·경제성·환경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호전(好戰)’적인 특성 때문이다. 원자력이라는 미사여구의 이면에 감춰진 본명은 핵에너지이다. 인류에게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는 핵폭탄이었다. 이후 한국과 국제사회는 원자력과 핵폭탄의 태생적 연결 고리를 부정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렇다면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이들의 악연이 완전히 끊어진 셈일까? 원자력과 핵폭탄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두 나라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일본은 전 세계에서 독특하게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평화’ 헌법을 채택한 국가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핵발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무기의 보유는 끝까지 부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핵무기 미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물질 재처리를 하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나 재처리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데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핵물질을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를 손쉽게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을 잠재적인 핵보유국으로 분류한다. 즉, 지금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몇 년 만에 막대한 양의 핵폭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다음으로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국가이다. 실제로 노태우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에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조금 의심스럽기만 하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명목 하에 건식 재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핵전문가 프랭크 폰히펠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성이 전혀 없는 재처리를 한국이 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한국의 집착도 일본과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짐작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핵발전소는 대부분이 경수로형인데 반해, 월성핵발전소의 경우에만 특이하게 중수로형이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중수로형 핵발전소는 핵폭탄 제조용 플루토늄의 추출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정부는 단호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핵폭탄 제조를 위해 한국이 중수로를 선택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핵무기라는 측면에서는 한국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나 김정은 체제 이후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인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다. 거기에다 중국과 일본의 우경화와 군비증강으로 인해 가뜩이나 위태로운데 패권주의적인 미국의 트럼프 정부마저 가세하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필자가 핵발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핵발전이 바람직하지 않은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인과 인류를 재앙에 빠뜨릴 핵전쟁과 관련된 위험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번 봄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핵발전으로부터 안전하고 핵전쟁의 공포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사람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탈핵신문 2017년 4월호 (제51호)
진상현(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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