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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통령만 쳐다보지는 말자!

하승수(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이전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적극적인 탈핵공약을 내걸었다. 건설중인 신고리5~6호기를 포함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5~6호기에 대해서는 20166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미 건설승인을 했지만, 그것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울진3~4호기와 삼척·영덕에 추진중인 신규 핵발전소 건설도 취소하겠다고 한다. 이미 공정률이 90%가 넘은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는 항소를 취소하고 폐쇄할 것을 약속했다.

 

이런 공약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대한민국은 탈핵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문제는 핵마피아로 불리는 이해관계집단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그리고 관련된 법률과 예산들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느냐이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벌써부터 관련 부처와 핵산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공약은 했지만, 그렇게 쉽게 탈핵을 밀어붙일 수는 없을 거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미 결정된 사항들을 취소하려면 매우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임명될 관련 부처 장관들의 의지도 중요하고 관료들의 반발도 극복해야 한다.

 

1차적으로는 시급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당장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항소한 것부터 취소해야 한다. 공사가 시작된 신고리5~6호기는 건설계약을 체결한 삼성물산의 공사진행을 보류시키고 계약을 해소하는 과정을 밟는 것부터 추진해야 한다.

 

이런 당장의 현안들과 함께 약속한 탈핵정책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로드맵을 짜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 수립예정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탈핵의 의지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처럼 풀어야 할 일들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회 상황을 보면 더 답답하다. 국회에서 법률과 예산을 통해 풀어야만 하는 문제들이 많다. 핵발전소 건설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각종 법률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원자력진흥법 등은 폐지해야 하고, 탈핵을 위한 법률들을 통과시켜야 한다. 핵발전소 쪽으로 지원되던 각종 예산들도 삭감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지원하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 전기요금 체계도 뜯어고쳐야 한다. 당장 내년(2018)부터 그렇게 바꿔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만약 국회에서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탈핵에 동의하지 않고 발목을 잡는다면 법률하나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탈핵을 바란다면,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공약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이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시급한 현안들부터 풀고, 하루빨리 탈핵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서 로드맵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정권초기에 그렇게 해야 탈핵을 위한 움직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할 일은 하게 하되, 시민들이 할 일도 해야 한다. 탈핵을 위한 더 강한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와 이해관계집단에게 시민적 압력을 행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실제로 탈핵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대선이후에 탈핵운동은 더 할 일이 많다. 정권교체를 통해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지만,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려면 탈핵운동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