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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공동소송

실제상황 설명 못하는 ICRP 이론, 수정 필요 -방사능 피폭의 건강영향에 관한 ECRR 2010 보고서 내용

지난 8월말 ECRR(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 European Committeeon Radiation Risk) 과학위원장 크리스토퍼 버스비(Christopher Busby) 박사가 내한하여, 한국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법정증언을 비롯해 저선량 방사선 내부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강연과 토론회를 서울 등에서 진행한 바 있다<탈핵신문 지난 9월호 6면 기사 참조>. 당시,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는 방사선 건강영향과 피폭 기준치 등의 문제에 있어, 한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모델의 근본적인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저선량 내부피폭이 왜 위험한 지 그 원리와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호의 안내에서처럼, 본지는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가 방사능 피폭의 건강영향과 관련하여 주요하게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내한 시 오랜 시간 함께 토론하며 대담을 나눈 한국탈핵 전도사김익중 교수에게 원고를 의뢰했다. 김익중 교수는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를 비롯해 ECRR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함께 집필한 ‘ECRR 2010 보고서의 핵심적인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기고해왔다- 편집자 주

 


한국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암발생 역학조사 결과, 본문과 상이한 결론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가 나던 해에 중요한 연구결과가 정부에 보고되었다. 20년에 걸친 원전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암발생 역학조사 결과였다. 그 조사는 방사능에 민감한 어린이를 제외했다는 점과, 조사 기간 중간에 조사대상자를 지속적으로 더 포함시킴으로써 평균적으로 20년이 아니라 약 5년 정도의 역학조사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주변에는 여성갑상선암이 약 150% 정도 증가하며,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본문에는 이러한 중요한 사실이 기술되어 있으면서도 결론에 가서는 이러한 사실과 원전간의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본문과 결론 사이의 상이함은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는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지적한 ECRR 2010 보고서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ECRR 비판, “ICRP 이론, 실제 발생하는 방사선 암발생 결과 설명 못해


의학 교과서에는 방사선이 암을 일으키고, 암발생 확률은 피폭량에 정비례하며, 역치값(문턱값, 자극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값-편집자 주)은 없는 것으로 서술되어있다. 이러한 서술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ICRP의 보고서들은 방사선 인체영향에 관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의학 교과서도 여기에 기반하여 서술되어있다.


그러나 ECRR은 이러한 ICRP의 방사선 인체영향에 관한 결론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ECRR 2010 보고서에서 지적한다. 여러 가지 지적 중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은 ICRP의 이론이 실제로 발생하는 방사선 암발생 역학조사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방사능 피폭이 있어왔고 이에 따라서 암이 발생하였음을 많은 역학조사들이 밝혀냈지만, 그 결과들은 ICRP 이론을 따라 계산된 예상 암환자 수의 수백 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ECRRICRP의 계산법이 피폭량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CRR 2010 보고서가 지적하는, ICRP 이론의 6가지 문제점


이 보고서에서 ECRR이 지적하는 ICRP 이론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내부피폭을 전반적으로 과소평가하였다. ICRP의 피폭량 계산법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의 영향을 모델로 하여 피폭량을 평가한 것인데, 핵폭탄의 경우에는 대부분 외부피폭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므로 내부피폭의 위험성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계산법이라는 것이다.


2. ICRP의 피폭량 계산법에서는 오로지 방사선의 효과만 고려한다. 방사성 물질들이 외부피폭을 일으킬 때는 오로지 방사선만 인체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내부피폭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방사성 핵종들은 방사선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핵종 자체의 위험도 일으킨다는 것이다. 방사성 핵종들 중에는 유전자인 DNA와 결합을 하는 것도 있고, 각종 효소 활성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우라늄, 스트론튬, 바륨 등의 핵종들은 가중치를 두어 그 위험성을 반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3. 핵종변환의 영향을 무시하고 있다. 방사선 중에서 알파와 베타방사선은 핵종변환을 일으킨다. 알파 붕괴가 일어나면 핵종의 양성자 두 개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베타붕괴의 경우에는 양성자 한 개가 더해진다. 이렇게 양성자 수에 변화가 오면 핵종은 완전히 다른 원자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삼중수소가 베타붕괴를 하면 수소는 헬륨으로 바뀌게 된다. 삼중수소에 의해서 내부피폭이 된 경우 이 삼중수소는 DNA 분자를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삼중수소에서 베타붕괴가 일어나면 DNA를 구성하던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게 되고 이 경우 DNA는 손상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핵종들이 내부피폭 상황에서 알파붕괴나 베타붕괴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핵종변환을 일으키는 핵종들은 위험성 평가에서 가중치를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4. 암세포의 발생은 장기에서 골고루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세포에서 발생한다. 최근 생물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내부피폭의 경우에 체내로 들어온 핵종이 특정 장기에 침투하면 그 장기를 이루는 전체 세포를 고르게(평균적으로) 피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포는 많이 피폭시키고 어떤 세포는 적게 피폭시킨다. 그래서 방사선의 영향을 평가할 때는 세포 단위의 피폭량을 고려해야하는데, ICRP는 방사선이 특정 장기의 모든 세포를 평균적으로 골고루 피폭시킨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 광전자효과를 무시하고 있다. 인체에는 요오드나 철분 이상으로 큰 원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내부피폭으로 인하여 이들보다 더 큰 원자들이 인체 내로 침투할 수가 있다. 우라늄, 플루토늄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렇게 큰 원자들은 방사선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한 후 나중에 베타붕괴로써 에너지를 주변에 내놓는 소위 광전자효과를 갖게 된다. 따라서 원자번호가 큰 핵종에 의해서 내부피폭이 된 경우에는 이 핵종들이 자연방사능이나 의료방사능에 피폭된 이후에 광전자효과를 발생하므로, 이러한 핵종들은 가중치를 주어 그 위험성을 평가해야하지만 ICRP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6. 암 이외의 질병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 방사선 피폭은 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 그러나 ICRP는 이러한 다양한 질병들이 피폭으로 인하여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ECRRICRP가 태아사망, 유아사망, 신장염, 심장질환, 양성종양, 조기노화 등 다양한 질환들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CRR, 새로운 방사선 피폭량 계산법 제안


ECRR은 이 보고서에서 이러한 ICRP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새로운 방사선 피폭량 계산법을 소개한다. 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폭을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으로 완전히 구분하고, ICRP의 문제점에서 지적되었던 여러 가지 생물학적 효과를 가중치라는 방식으로 반영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우라늄의 경우에는 광전자효과와 DNA 결합능력을 가졌으므로 두 개의 가중치가 곱해져 ICRP 방식보다 약 1,000배의 위험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삼중수소는 핵종변환을 하므로 ICRP보다 30배의 위험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방식으로 평가해보면 그동안 세계적으로 이루어졌던 수많은 역학조사 결과들과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론이 실제 상황을 설명 못한다면, 그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


방사능 피폭량을 계산하는 목적은 방사능의 건강영향을 평가하고 예측하는데 있다. 그래서 피폭량을 계산하여 추정된 위험도, 즉 이론치는 반드시 역학조사 결과인 실제 위험도, , 실측치와 일치해야한다. 만일 이 둘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실측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ICRP의 이론은 수많은 피폭 상황 중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황만을 설명할 수 있다. 그 외의 수많은 피폭상황들, 예를 들어서 체르노빌 영향이나 핵실험의 영향, 후쿠시마 영향, 핵시설 주변주민이 받는 영향 등은 설명할 수가 없다. ICRP는 이렇게 자신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피폭영향을 부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자신들이 수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론이 실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실제상황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이론을 수정해야 옳다. 피폭 상황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건강영향을 설명할 수 없는 ICRP의 이론은 ECRR의 이론으로 대체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탈핵신문 2015년 10월

김익중(동국의대 교수, 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