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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청도 삼평리, 평화를 되찾는 힘겨운 여정

청도 삼평리, 평화를 되찾는 힘겨운 여정

 

  박혜령 통신원


 

삼평리는 아직도 전쟁 중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며 온 몸으로 싸운 지 829일자로 40.

투쟁은 이어가지만 삼평리 길 위의 농성장 일부를 정리했다. 그 동안 32명이 연행되었고, 매일 부상자가 속출하고 온 몸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거센 저항과 폭력적인 진압이 이어졌다.

삼평리 항쟁은 한전과 공권력의 폭력성과 반민주성을 폭로하는 과정이었다. 한전의 차량 반입을 위해 수시로 수십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되었다. 주민들을 향해 연행하라는 엄포를 쉼 없이 내뱉고, 방패로 주민들을 길 밖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한전의 합의 없는 공사는 합법이라 하고,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했다.

이은주 부녀회장은 팔과 다리에 피멍이 들고 발등 골절로 깁스를 하고 있다. 급기야 허리까지 다쳐 꼼짝없이 며칠을 누워 있어야 한다. 쌍둥이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잡혀가거나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며 등굣길에 오른다. 김춘화 씨는 오른쪽 팔을 아예 쓸 수 없을 정도로 통증에 시달린다. 한전이 객지에 나간 딸에게 엄마를 설득해 달라2천만원을 들고 찾아온 이야기를 내놓았다. “한전이 하는 짓이 이렇게 치떨린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밖에는 못한다며 분개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23번 송전탑은 특수철탑으로 765kV 크기의 거대한 345kV 송전탑이다. 한전은 유독 거리가 긴 22번과 23번 송전탑사이의 거리를 견디기 위해 특수철탑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22번은, 해마다 무너지는 축대를 보강공사하고 있어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가 되는지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삼평리 주민들에게 송전탑의 폐해는 주변경관 훼손과 전자파 피해, 지가 폭락 등 보이는 피해만이 전부가 아니다. 평소에 친하던 이웃과 원수가 되었고, 반면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이웃과는 매일 24시간 함께 한다. 마음을 터놓던 이웃은 사라지고 정제되지 않은 비판과 원망, 불신과 아쉬움의 마음이 때론 투쟁보다 힘들다.

이제는 마을회관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다. 찬반으로 마을 공동체가 갈려 서로가 얼굴을 대면하는 것도 불가능해져버린 삼평리. 농삿일을 품앗이하는 것도, 함께 동네일을 의논하는 것도 어렵다. 반대의견을 가진 집의 개 짓는 소리에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로 서로간의 반목의 골이 깊게 패였다. 언젠가 농성장이 완전히 정리된 후, 이들의 불편부당한 삶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삼평리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며, 연대와 지원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관용 도지사는 약속을 이행하라!

818() 할매 3분은 도청을 방문했다. 김관용 도지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도의 송전탑공사 강행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고,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할매들은 도지사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주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한전과 경찰이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아무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외면하는 나라를 바로잡아 달라고 읍소했다. 김관용 도지사는 할매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적극 중재하겠다고 약속했다.

답변을 기다리며 도청에서 철야농성을 감행했다. 이튿날 오전 출근한 김관용 도지사는 통감의 표정으로 거듭 중재를 약속하였고, 그 직후 경북도는 을지훈련을 핑계로 주민과 연대자 10명을 전격 연행했다.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경북도청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829() 경북도청에 중재요구와 규탄 투쟁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주민들은 지역의 수장으로서 한 약속의 이행을 촉구했고 인자한 미소 뒤에 저지른 폭력적인 연행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8월18일(월) 도청에서 김관용 도지사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이억조 할머니. 사진제공 박혜령>

 

주민들의 요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전은 송전탑 건설의 불가피함과 지중화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주민들의 호소를 외면해왔다.

이은주 부녀회장은 말한다. “이 사업은 공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사업입니더. 국민들이 반대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소를 세우고, 이런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는, 한전과 기업만 배불리는 사업이지예. 이런 사업을 위해 삼평리 주민들을 소수라며 피해를 입히고 죽이려고 하는데, 우리는 청도의 송전탑공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싶습니더.”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평생 농사지어 먹고 살았고, 땅에 내 평생을 바쳤다. 송전탑 들어서면 평생을 일군 땅이랑 동네가 죽는다. 동네에 저 큰 탑이 서고 무시무시한 전기줄이 걸렸는데 누가 여 들어와 살라 카것노. 내라도 자식들 나중에 들어와 살라 말 못한다.” 삼평리 항쟁을 이어온 힘은 20대 젊은이도 아니고 40대 장년도 아니다. 연로하신 70~80대의 할머니들이 자손과 후대를 생각하며 땅과 자연의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는, 소박하고도 가장 중요한 가치를 말하고 있는 투쟁이다.

이어댁 할머니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더 이상 못막아 송전탑이 세워지고 송전이 되어도 우리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아직 싸움은 안끝났어예. 다른 데랑 연대하기 위해 어디든 갈 기라예. 우리같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나라가 바로 설 때까지 죽을 때까지 싸울 기라예.”

 

 

<8월 4일 삼평리 공사현장에서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레미콘 차량을 막다가 여경들에게 들려나오는 이외생 할머니. 사진제공 박혜령>

공생의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는 연대한다

청도삼평리 34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전국의 송전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지역들이, 정부의 합리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결성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송주법,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 송전탑 3대 악법의 개정 운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공동체 회복에도 연대의 힘은 필요하다. 찬반으로 나뉜 주민간 반목을 극복하고, 갈등과 피해의식을 해소하여 심신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 ‘전방위 예술행동 네트워크와 같은 지원단이 삼평리의 공동체 회복에 힘을 보탤 것이다. 또한 곧 삼평리 평화센터를 개장해 투쟁해온 주민들의 쉼터이자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근거지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 투쟁의 과정을 기록하고 역사로 남기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들의 소중한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삼평리를 기억하고,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이 투쟁을 이어가는 연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발행일 : 201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