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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마지막 남은 현장,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의 송전탑 투쟁에 함께해주세요!

마지막 남은 현장,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의 송전탑 투쟁에 함께해주세요!

 

이보나(대구환경운동연합, 청도 삼평리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


 

지난 611,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거점이었던 움막농성장이 모두 철거됐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공사는 득달같이 이뤄졌다. 수많은 경찰과 행정대집행 관계자들 앞에서 송전탑 공사부지에 있던 움막농성장은 거기에 있던 그 긴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거짓말처럼 쉽게 뜯겨져 나가버렸다.

압도적인 공권력 행사를 보고 기가 질릴 수도 있다.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비관이 들 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밀양 움막농성장이 뜯겨가는 걸 목격하고도 저항의 끈을 놓지 않는 할머니들이 아직 있다. 그리고 그 할머니들은 밀양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할머니들. 삼평리 할머니들은 밀양 할머니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지만, 오히려 지금은 더욱 야무지게 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대도시로 이송하기 위해 세워진다. 생산된 전력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를 통해 북경남변전소로 이송돼 345kV로 감압된 뒤, 두 개의 경로로 나눠진다. 그 중 1분기가 바로 삼평리를 지나게 된다.

삼평리 마을을 휘감은 송전탑 7, 그 중 마을을 관통하는 송전탑은 22~24호이다. 이미 22호와 24호는 송전탑 공사가 완료됐고, 23호는 공사 도중 중단돼 송전탑을 세우는 일만 남았다. 현재 삼평리 주민들은 23호에서 24호에 이르는 송전선로 구간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전은 표면적으로는 지중화(地中化) 비용이 많이 든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의 속내는 주민 반발로 인해 지중화 됐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6년에 걸친 삼평리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

마을의 평화를 깨뜨리는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싸운 세월도 어언 6년이다. 그리고 이제 백번 양보해서 지중화를 요구한다. 20061, 한전은 ‘345kV 북경남 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정작 주민들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서야 주민설명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삼평리 주민 대다수가 이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20093월 한전이 갑작스레 주민들을 방문한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이미 자신들의 이름으로 위조된 주민의견서가 한전에 제출됐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청도군청이 법령에 따라 공고해야할 주민설명회도 공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같은 해 4, 풍각면과 각북면은 함께 송전탑 건설 반대를 시작했다.

하지만 풍각면은 한전과 협상 후 중도하차하게 됐다. 한 마을에 3기가 지나가 피해가 극심한 삼평리는 협상에서 빠졌고 독자적인 싸움을 시작한다.

 

95% 공정 끝난 23호기,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 강행될까봐 지난 3년간 불안에 떨었다!

2012, 삼평리 할머니들은 22·24호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려 노구를 이끌고 해발 350m의 산꼭대기까지 올랐으나 결국 완공됐다. 할머니들은 완강하게 저항했으나 막을 힘이 없었다. 덩치 큰 용역깡패들의 잔인하고, 극악한 욕설과 폭력 그리고 물리적 힘의 차이. 그들이 할머니들을 들면 달랑들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할머니는 실신을 하기도 했고, 피를 흘리며 병원에 가기도 했다. 이차연 할머니는 용역깡패와 대치 중 쓰러져 단기기억 상실증까지 걸리셨다.

 

이억조 할머니, “저 철탑이 선 곳은, 신령님이 계시던 곳인데

공사 저지 중 얻는 일신의 상처도 심각하고, 송전탑에 전깃줄이 걸리면 건강영향, 재산피해도 클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할머니들에게 송전탑은 이런 문제만이 아니다. 22호가 선 노인봉은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농부에게 비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곳은 할머니들의 정신과 삶의 기반이 조우하는 곳이었다.

 

22호 철탑이 저기 서고 우박이 내렸어. 세상 천지에 그런 우박을 처음 본기라. 그해 농사도 우박 때문에로 다 망했어. 거기가 동네사람들이 비 안오면, ~ 몰리가가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거든. 절도 하고 고시레도 하고. 그래 하고 집에 오면 비가 좌르르 와. 비가 와야 뭐든 되지. 그런 곳인데 아침마다 저기(22) 저 자리에 서 있는데 속이 안 디비지겠나. 쳐다만 봐도 눈이 아픈 것 같아. 저게(22) 밭에 가면 밭에 따라오고, 집회장 가면 집회장 따라오고, 집에가면 집에 따라와

 

그곳에 송전탑이 섰고, 이제 마을 사람 모두 함께 기우제를 지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억조 할머니는 꼭 같은 상황에 처한 밀양 할머니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밀양 행정대집행 3일 후 열린 밀양송전탑 150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억조 할머니는 스크린을 통해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의 폭력이 난무하던 현장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들이 어떻게 사람이가. 사람이면 어떻게 같은 사람한테 그렇게 하나. 어떻게 할머니들을 경찰들이 때리 직일라고 그카나. 철탑 저거 때메로 할매들이 다 죽어. 눈물만 나고오래 싸운 저 할매들은 저래 철탑이 서가 기분이 어떻겠노. 나도 아침에 일나면 졸졸 따라오는 철탑 때메로 속에 천불이 나는데

 

결국 밀양 송전탑은 섰다. 속수무책으로 경찰에 끌려나오는 밀양 할머니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이억조 할머니의 모습에 세상이 너무 잔혹하다고 생각해보고, 아무래도 송전탑을 막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이억조 할머니는 진심으로 이 잔혹한 세상에서 굽은 몸을 앞세워 송전탑을 막아낼 작정이다.

 

우쨌든동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목숨 걸고 하는 데 까지는 해야지. 우리만 하나. 아무도 없을 때는 억시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대책위원회에서도 많이 와서 안도와 주나. 농성장에 연대오는 사람들도 많고 이제 우리 식구도 많이 늘어서 든든타

 

청도 삼평리 송전탑 싸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말이다. 송전탑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밀양의 움막이 철거됐지만 밀양 싸움이 끝난 것도 아닐 뿐더러,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한 기를 몇 안 되는 연로한 삼평리 할머니들이 막고 있기에 끝났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물론 다년간의 싸움으로 할머니들은 지쳐있고, 특히 간헐적인 싸움과 상시적인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이 많이 쇠약해졌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노쇠한 몸을 이끌고 천막농성장과 고공농성장을 오가며 여전히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한전은 언론 방송을 통해 23호기 공사 부지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된 고공농성장 철거를 위해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방송을 접한 할머니들도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할머니들은 백번 양보해서 22~23구간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전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할머니들은 그저 말뿐인 으름장이 아니라 정말로 막아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충돌은 기정사실화됐고, 공권력은 강하고, 할머니들은 애처로울 정도로 힘이 없다.

이에 호소한다. 함께 싸워달라고 하기에는 공권력의 폭력이 너무나도 잔인해 버겁다. 다만 확실한 것은, 누군가가 연대의 마음을 가지고 할머니들 곁으로 와 주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들은 대단한 힘과 위로를 받는다.

송전탑에 반대하는 당신, 약자를 짓밟는 권력에 반대하는 당신, 삼평리 할머니들과 일면식도 없는 당신, 그리고 밀양에서 있었던 압도적인 공권력에 좌절한 당신을, 삼평리 할머니들은 그리워한다.

 

 

<사진 제공 : 이보나>

 

발행일 : 2014.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