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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내가 밀양이다. 밀양의 ‘외부세력’이 응답한다!

내가 밀양이다. 밀양의 외부세력이 응답한다!

 

이보아(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 상황실, 녹색당 탈핵특위위원장)

 


 

<사진: 밀양송전탑공사강행 규탄 시민문화제 '모이자! 밀양의 친구들', 10월 5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솜한새 제공> 

 

밀양의 외부세력이라 불렸던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연대세력이라는 호칭을 얻은 이들에 대해 지면관계상 아주 짧고, 상당히 많이 누락된, 보고를 전한다.

시작이 언제일까. 멀게는 20123월의 ‘1차 탈핵희망버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는 92일이었다. 밀양에서 곧 공사가 재개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르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92일 소위 번개를 쳤다. 당일까지도 과연 누가 올지, 몇 명이나 올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것이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번개에 참여한 그들은 그날로 밀양의친구들이 되어 광화문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고, 한전 서울본부 앞에서 문화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연대팀이 있다. 바로 인권침해감시단이다. 농성을 하고 있는 주민들 숫자에 비해 그야말로 1100으로 몰려든 3천여 명 경찰의 위압 속에서 이들 인권활동가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다. 경찰의 불법도, 주민들의 부상과 연행도 몇 배는 늘어났으리라.

정부와 한전의 무리수는 이렇게 밀양 송전탑의 문제를 개발 이슈, 환경 이슈를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로까지 확대시켰다. 결국 시민사회 전체가 들고 일어났다. 공사가 재개된 지 1주일, 200개가 넘는 시민사회 단체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는 시국선언을 하고, 서울에 밀양송전탑 대책회의와 상황실을 설치한다. 상황실은 밀양 주민들의 1주일 상경 투쟁 시 매일매일의 기자회견, 릴레이 765배와 문화제, 마지막은 24시간 농성으로 마무리했다. 이 기간 동안 향린교회의 교인들은 밀양 주민들이 편안하게 주무시고 이동할 수 있도록 비서가 되어주기도 했다.

2주전에는 밀양의친구들청년모임과 지부도 생겼다. 이들은 부산에서, 홍대 거리 등에서 캠페인을 펼쳤다. 서울에서는 구별로 촛불 문화제와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성명서와 촛불 문화제를 준비 중이다. 정당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연속 정당 연설회를 펼치기도 했다. 1인 시위, 동네 현수막 걸기는 이제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 가장 오랜 동안 밀양을 제 집 드나들 듯 함께 지켜온 부산·울산·경남의 시민들도 빠트릴 수 없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응원과 연대활동들이 100% 자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발행일 : 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