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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밀양 송전탑 뒤에 숨은 또 하나의 꼼수, 고리 핵발전소 수명연장

밀양 송전탑 뒤에 숨은 또 하나의 꼼수, 고리 핵발전소 수명연장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한전은 왜 굳이 밀양 송전탑을 강행하려하나?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가 별다른 해법 없이 건설 강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처음 문제되어 온 것부터 시작하면 8, 20121월 이치우 어르신 분신으로부터 2년여가 지났지만, 그간 제출되었던 많은 대안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보다는 공사강행쪽으로 기울고 말었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있었음에도 한전은 왜 굳이 송전탑을 건설을 강행하려 할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갖곤 한다. 처음엔 신고리 1호기 개통시점에 맞춰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신고리 3~4호기 건설에 필수시설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후 신고리 3~4호기가 완공되더라도 송전엔 문제가 없다는 자료들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지금 당장밀양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의 주요 근거이던 신고리 3호기는 한수원 부품 비리로 인한 부품 교체 계획으로,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되어야 완공이 가능하다. 신고리 4호기가 내년 연말부터 가동된다 할지라도, 기존 송전선의 증설을 통해 신고리 3~4호기 발전량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없다.

한전은 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가 모두 가동 중이면서, 여름철처럼 피크부하(전력 최대 사용치)가 발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역시 8기가 모두 가동되는 경우는 1년에 30%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여름 피크시에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더욱 낮고, 설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고장파급 방지장치나 발전소 출력조정으로 문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논쟁들이 오고갔으나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없으면, 필요없는 밀양 송전탑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그 해답은 향후 고리·신고리 지역 발전소 폐쇄·건설 현황을 보면 잘 드러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고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들이 있다. 설계수명 30년인 고리 1호기는 이미 수명이 만료되었으나 10년간 수명연장 중이고, 설계수명 40년인 고리 2~4호기가 2023~25년 사이 수명이 만료된다.

더 이상 수명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2025년까지 고리지역의 모든 핵발전소가 폐쇄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폐쇄되는 핵발전소의 용량은 모두 3,137MW 이다. 신고리 5,6호기의 용량 합계 2,800MW 보다 많은 양이다. 최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에너지기본계획 논의 상황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계획이 폐기될 경우 이 지역은 점차 발전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송전탑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통해 765kV 송전탑 건설계획을 완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추측했겠지만, 고리 1호기 2차 수명연장(10)을 비롯, 고리2~4호기 수명연장 및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향후 7,8호기까지) 모두 추진하여 고리·신고리 지역을 세계 최대의 핵발전 단지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추진되기 때문에 추가 송전탑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계획을 반영한 듯, 지난 8월 발표된 제6차 장기송·배전설비계획에서는 한수원이 변경을 희망했던 신고리 7~8호기 건설계획이 슬그머니 추가되어 있다. 만약 이러한 계획들이 추진된다면, 이 지역엔 최대 12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말 그대로 핵발전 단지가 되는 것이다.

반경 30km320만명이라 거대한 인구가 있을뿐더러, 중대사고 시 피해예상 범위인 30km에 인구 1인당 핵발전소 숫자가 세계 최대가 되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 지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기 위해서 밀양 송전탑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 것이다.

 

<10월 초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앞두고, 밀양송전탑 투쟁에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 928()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밀양 영남루 앞에서 핵발전소와 송전탑 반대 76.5배 릴레이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 참가자들이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철회라는 절실한 마음을 담아, 각각 76.5배를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박진영>

핵발전 단지가 건설될수록 송전탑으로 인한 눈물도 깊어진다.

러시아, 미국 등 765kV 초고압송전탑을 갖고 있는 나라들의 765kV 송전탑은 1,000km 이상 장거리 송전을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국토 끝에서 끝까지가 1,000km가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765kV 송전탑은 장거리 수송보다는 대용량 수송을 위한 송전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10기가 운전될 울진 핵발전소 단지, 10기 이상 운전될 예정인 당진 화력발전소 단지 등 발전소 밀집지역의 전력을 대도시로 수송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765kV 송전탑은 밀양송전탑 문제가 알려지기 전부터 전국적으로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발전소 밀집 문제는 해당지역의 환경적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밀양송전탑 문제처럼 송전탑 경로에 해당하는 더 넓은 지역으로 문제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과연 밀양에 송전탑을 짓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이 물음은 이제 고리·신고리 지역에 노후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라는 확대된 물음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밀양 송전탑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라는 것을 정부와 한전은 알아야 한다. 

<노후 핵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리·신고리 지역 총발전용량 변화>

발전소 명

수명만료 연도

용량

발전소 폐쇄시 고리·신고리 지역 총 발전용량

신고리 3,4호기만 완공

(7,937MW)

신고리 5,6호기까지 완공

(10,937MW)

고리 1호기

2017(1차 수명연장)

587MW

7,350MW

10,350MW

고리 2호기

202348

650MW

6,700MW

9,700MW

고리 3호기

2024928

950MW

5,750MW

8,750MW

고리 4호기

202586

950MW

4,800MW

7,810MW

 

발행일 : 201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