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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경찰이 점령한 밀양, 인권은 사라졌다

경찰이 점령한 밀양, 인권은 사라졌다.

유성 활동가(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감시단)

 


101, 경남지방경찰청(청장 김종양)은 약 30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밀양의 각 공사현장에 투입했다.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기도 전이다. 이 병력의 대부분이 경찰기동대이고, 각 공사 현장들의 주민들 수가 추산 방법에 따라 200~6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규모의 무력이다. 대다수가 고령의 농민들인 주민 한 명 마다 약 6~15명의 무장 경찰이 투입된 셈이다. 통상적으로 집회 시위에 투입하는 경찰 병력의 규모를 집회 참가자 규모의 2~3배가 되도록 하는 것이 경찰의 내부 방침인 것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각 공사 현장 및 주민들의 마을에 배치된 경찰 병력은, 가장 먼저 공사 현장 근처로 주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고, 이미 형성된 주민들의 농성장은 그곳으로의 접근과 생필품 반입을 차단함으로써 고사시키는 작전을 펼쳤다. 주민들의 마을에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되고, 무장한 경찰기동대와 사복형사들이 상주하며 주민들의 움직임을 밀착하여 감시,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농성장은 공사 현장이 아니다. 공사 현장들로부터 최소한 1~2km, 많게는 5~6km 씩 떨어져 있는 주민 마을들 역시 공사 현장이 아니다. 경찰력이 비례의 원칙에 맞게 필요 최소한도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직권 남용이라는 말이 빈약하게 느껴질 만큼 위험할 정도로 확대되어 행사되고 있다.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사람 대접 받지 못하는분노를 증언하고 있었다. 이는 기본적인 생리적 필요조차 통제받는 처지나, 대놓고 주민들을 찍어가는 채증 카메라, 자기들 편리한대로 주민들을 짐짝처럼 들어 옮겨, 가축처럼 가둬두면서도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인지 설명 하나 없는 고압적인 경찰력의 행사, 고령의 농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듯 대하면서도 도시에서 온 기자들이나 지지방문 온 사람들 앞에서는 달라지는 경찰들의 태도와 같은 것들로부터 받은 주민들의 모멸감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가난한 지역들에 세워지는, 걸핏하면 고장나는 핵발전소들과 쏟아지는 비리를 배경으로, 가진 자들의 땅은 피해서 그어지는 고압 송전선로, 하다못해 주민들의 지중화 요구조차 거부하는 고압적인 태도 등 한전의 공사 강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될대로 훼손되었다.

그런 한전의 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무력으로 보호하는 것이 설령 경찰의 현행법상 정당한 업무라 가정하더라도, 고령의 주민들이 산 위의 농성장에서 천막이나 이불도 없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악조건을 사실상 의도적으로 강요하는 비인도적 학대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열명 남짓의 주민들이 도로에 연좌하며 한전 직원들이나 공사 차량에 항의한다고, 마을마다 몇 백 명씩의 경찰 병력을 상주시키며 강압적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오히려 국가 권력이 이렇게까지 하면서까지 강행하려드는 이 공사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의 이해관계에 잇닿아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 이해관계가 삶터를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를 무력으로 제압하려 드는 한, 우리는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발행일 : 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