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갈던 손으로 망루 오른 할머니를 잊지마세요”
청도 345kV송전탑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보나(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상황실장,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신고리에서 시작되어 밀양을 거쳐 청도로 오는 ‘북경남 송전선로’ 라인에는 총 5개의 현장 농성장이 있다. 밀양의 4개, 그리고 나머지 1개는 바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다.
2009년부터 시작하여 6년째 송전탑 공사를 막고 있는 삼평리의 상황은 밀양 송전탑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다. 2012년 12월 25일, 인권주간을 맞아 대구·경북의 인권단체들이 삼평리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2013년 3월 1일, 평화콘서트가 열렸고 이 날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6년간에 걸친 삼평리 17명 주민들의 싸움…송전탑 마지막 한기 남았다
5년간 끈질기게 싸워오던 주민들은 이들이 첫 방문했을 때, 버선발로 뛰어나와 눈물을 흘릴 만큼 외롭게 싸워왔다. 삼평리의 송전탑 반대 주민은 총 17여명. 그 중 12명은 70~80대 고령의 할머니들이다. 심지어 최고령 할머니는 올해 구십이 되셨다. 이 할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송전탑 반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7월 한전이 공사를 강행했을 당시 고령의 주민들은 포크레인 밑에 들어가고, 도시락을 싸서 새벽에 산을 올라가는 등 온 몸으로 공사를 막았다. 필사의 저항으로 송전탑 공사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공사로 마지막 하나, 삼평리 23호기 송전탑 하나를 남기곤 모두 완공되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송전탑(23호기) 하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끼다. 어차피 이거 못 짓으면 전선 못 걸고 그러면 여태 지은 송전탑 다 씨잘떼기 없다(부질없다)”고 항상 말한다.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주민 5명 등에게 내려진 총 240만원의 벌금
그러던 중, 지난 해 10월 한전은 주민과 대책위 총 23명에게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올해 2월 대구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공사를 방해할 시 1일, 1인당 2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고시했다. 이 판결 때문에 현재 주민 5명과 대책위 1명은 총 240만원의 벌금이 내려진 상태이다. 또한 한전은 대책위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4월 8일까지 송전탑 진입로에 설치한 불법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는 최종 통보를 했지만 주민들과 대책위는 이에 불복종할 것임을 선언했다.
삼평리에 또 다시 공사강행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전은 찬성측 주민들과의 실질적 보상 및 협상에 들어갔고, 연일 현장에 나타나 주민들을 자극하고 압박한다. 경찰들도 끊임없이 주민들에게 전화하고 정보를 캐려는 얄팍한 수작을 부리고 있다.
<사진제공 : 이보나>
높은 망루로 올라간 할머니들과 목에 건 쇠사슬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단결과 의지는 더욱 더 높아지고, 이를 알았는지 하늘에서(?) 23호기 송전탑 진입로에 망루를 내려주셨다. 전면에서 보면 5~6m, 후면에서 보면 3m가량 되는 망루에 올라간 할머니들은 본인들 스스로 목에 쇠사슬을 거셨다.
할머니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현장을 보았다. 특히 울산 현대자동차, 유성기업 등 고공농성 현장을 보며 “우째 저래 사람이 높은데 올라가게 됬노” 안타까워하던 목소리들이 귓가에 맴돈다. 감나무 타던 솜씨를 발휘하여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는 할머니들의 손을 보고있노라면 가슴이 쓰라린다.
맨 손으로 자갈밭을 갈아 농사를 일구던 그 손으로, 연대하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밥이라도 든든히 먹여야 한다며 쌀을 씻던 그 손으로, 이제는 사다리를 잡고 쇠사슬을 잡으신다. 누가 이 싸움이 끝났다고 쉬이 말할 수 있을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송전탑 1기만 못 세워도 전선을 못건다는 할머니들의 굳건한 뜻을 이어받자. 설령 그렇지 못한다면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그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자. 끝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손을 잡아주시라.
발행일 : 201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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