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에 숨겨진 함정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지난 9월호(탈핵신문 12호)에서 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시기’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때가 아니라 ‘수명연장심사’를 빨리 끝마칠 때라고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수명연장심사를 사실상 중단시켜 놓은 채 스트레스 테스트를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그 명성과 다르게 사실은 매우 쉬운 평가이며 이를 징검다리 삼아 수명연장심사까지 ‘퉁’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쉬운 평가, 이를 빌미로 수명연장심사까지 ‘퉁’치겠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본질은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평가라는데 있다. 설계기준이란 월성1호기의 수명을 30년으로 설정하면서 30년간 고장, 사고 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교체가 불가능한 원자로와 이를 둘러싼 핵심 안전부품은 최소 30년간 고장 없이 작동을 해야만 한다. 30년간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 온도, 압력 등을 계산해서 여기에 사용되는 전선, 볼트, 너트 등은 특수한 재질, 두께, 강도를 지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핵발전소 부지의 지진 가능성을 계산하여 내진설계를 하고, 쓰나미의 가능성을 계산하여 핵발전소 부지의 높이를 결정한다. 이런 모든 것이 설계기준이다.
수명연장심사는 바로 이러한 설계기준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평가한다. 핵발전소를 가동한 지 30년이 지났으므로 부품이 노화되어 설계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변경된 설계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설계기준이 변경되는 이유는 핵발전 안전기준이 계속 강화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설계한 캔두(CANDU) 타입인데 캔두는 비상시(전원 상실)에 원자로 냉각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비상냉각설비를 1대에서 2대 설치하도록 설계기준이 변경됐다. 이 외에도 원자로 용접 재질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수명연장심사는 바로 이러한 설계기준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심사 결과가 설계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면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핵발전으로 판명되어 폐쇄 및 폐로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는 설계기준 ‘만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안전성을 평가한다. 그래서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부른다. 언뜻 듣기에 설계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검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만일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지진, 쓰나미, 전력상실 등이 핵발전소를 덮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핵발전소는 고장이 나고 정상가동이 불가능하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월성1호기의 고장, 정상가동 불가능을 전제로 실시하는 평가다. 이것이 바로 함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월성1호기의 100퍼센트 무고장, 무사고, 정상가동이지 고장과 비정상가동을 전제로 하는 ‘안전’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심사 결과!
그렇다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라인’에 잘 나와 있다.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핵발전소의 ‘대응능력 평가’”라고 기술되어 있다. 핵발전소가 고장, 사고로 정상작동이 불가능할 때의 대응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인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스트레스 테스트의 숨겨진 본질이다.
이처럼 ‘수명연장심사’와 ‘스트레스 테스트’는 전혀 다른 개념의 안전성 평가이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테스트로 수명연장심사를 ‘퉁’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월성1호기의 100퍼센트 정상가동(설계기준 만족) 여부를 평가하는 수명연장심사이다.
발행일 : 20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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