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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5호> 월성핵발전소 1호기 역사적인 수명마감!

월성핵발전소 1호기 역사적인 수명마감!

경주지역 시민단체들, “수명마감 환영!”

이상홍 편집위원(경주환경운동연합)


지난 1120일 경주시 양남면에 소재한 월성핵발전소 1호기가, 30년 수명을 다하고 육중한 몸짓을 멈췄다. 사실 수명마감일 한참 전에 이미 발전을 중단한 상태였다. 월성1호기는 자신의 임종이 다 된 것을 알기라도 한 듯, 1029일 고장을 일으킨 이후 발전이 중단된 상태였다.

경주 시가지에는 월성1호기 수명마감과 가동중단을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민주노총 경주지부는 “30년 수명마감! 월성원전 1호기 가동중단을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현수막을 게시했고, 그 외 경주핵안전연대, 경주시민포럼, 경주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단체와 야당들도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경주 시내 곳곳에 게시했다.

특히, 경주핵안전연대 소속 회원들은 지난 812월성1호기 수명마감 D-100일 기념 성명서를 발표 한 이후, 경주시청 앞에서 매일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쳐왔다. 이들은 1120일 역사적인 월성1호기 임종 일을 맞이하여 100일 동안 진행된 1인 시위를 마무리 하고, 시내에 위치한 한수원 사업소 앞에서 ‘30년의 기다림, Goodbye 월성1호기 시민 문화제를 개최했다. 문화제에 참가한 100여 명의 시민들은 늦은 밤, 추위 속에서도 연신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여 가동중단을 축하했고, 월성 1호기가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만큼 끝까지 싸우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문화제의 압권은 김윤근 씨(68,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의 마무리 퍼포먼스였다. 김 씨는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등장해 정성들여 써온 월성1호기 조서를 낭독한 후, 살풀이춤을 추고는 곧바로 손에 먹을 묻혀 하얀 벽면에 그림과 글씨를 써 내려갔다. 글씨는 탈핵을 큼지막하게 쓰고, 그림은 핵발전소 원자로에 천사 날개를 달아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을 재치 있게 그려 넣었다. 시민문화제 참가자 중 100일 동안 1인 시위를 가장 많이 했다는 박철호 씨(49)이번 대선에서 투표 잘해, 월성1호기 꼭 폐쇄시키자고 호소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경주시의회, “월성1호기 폐쇄 촉구

월성1호기 수명마감을 하루 앞둔 1119일 경주시의회도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경주시의회의 이번 성명서 채택은 의례적인 성명서 발표와는 크게 달랐다. 이번 성명서는 경주시의회 제181(임시회) 본회의에 시의원 19명의 발의로 안건이 공식 상정됐고, 시의원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다. 성명서가 법적 효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조례를 제정하는 것과 같은 절차를 거쳐 시의회에서 채택된 만큼 정부와 한수원에서도 쉽게 나몰라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의회의 수명만료 월성원전 1호기 즉각폐쇄를 촉구한다성명서에서 정부와 한수원이 국민혈세 수천억원 투입하여 압력관을 교체하고, 계속운전을 강행하려는 밀실행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를 규탄했다. 더불어 원전발전 중단과 폐쇄과정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심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앞으로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해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다.

산 넘어 산,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냐, 완전폐쇄냐

1120일부로 가동정지에 들어간 월성1호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직 6개월의 심사 기간이 남아있다고 했으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왜냐면 원자력안전법에서 심사 기간을 18개월로 규정하고 있지만, 월성1호기는 벌써 35개월을 넘기고 있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은 ‘6개월 남았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입장을, 대통령 선거 등을 의식한 정치적 접근으로 이해하고 있다. 차기 정권이 친핵발전으로 기울면 슬그머니 수명연장을 허가하기 위해 6개월의 여유를 더 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더라도 수명연장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5개월의 심사 과정에서 수명연장 결정을 못한 것처럼 월성1호기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모두 똑같아 보여도 그 구조와 특성에서 확연히 다른 것들이 있다. 특히, 월성원전 1호기는 별난 핵발전소에 속한다. 우리 정부가 외치는 원자력 르네상스, 원전 수출, 한국형 기술개발등등의 자화자찬과 하등 인연이 없는 특이한 발전소다. 우리 정부의 핵발전 자화자찬은 모두 경수로에 국한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수명연장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는, 경수로와 전혀 다른 중수로다.

현재 우리나라에 가동 중인 23기의 원자로 중 중수로는 월성핵발전소 1,2,3,4호기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1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경주에 있는 이들이 중수로라 불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원자로가 냉각수로 일반 물(경수輕水, H2O)을 사용하는데, 중수로는 무거운 물(중수重水, D2O)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냉각수로 중수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기에, 일단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에 비해 일반 경수로는 농축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한다.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은 다음과 같다.

운전 경험이 부족하다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논란은 바로 중수로라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세계적으로 운전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수로는 중수로를 설계한 캐나다와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운영되고 있고, 세계 원전 시장에서 이미 퇴출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심지어 캐나다에서조차 신규 핵발전소가 건설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한국의 기술자가 우수하고 2009년 이후 압력관 교체 등 대규모 설비교체를 했기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5천억원이냐, 2조원 이상이냐

한수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근거로 5천억원을 투입한 압력관 교체를 들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캐나다의 예를 들어 이를 반박한다. 월성1호기와 같은 기종인 캐나다의 포인트레푸르 원전은 2조원 이상의 돈을 들여 압력관 뿐 아니라 발전기와 터빈까지 모두 교체하고, 수명연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젠틀리 2호기는 정부로부터 수명연장 승인을 받았으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비개선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수명연장을 포기하고 폐쇄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캐나다와 비교해 보면 월성1호기 설비개선 비용 5천억원은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비상 노심 냉각설비, ‘1대냐, 2대냐

월성1호기 비상 노심 냉각설비가 1대인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안전기준에서는 2대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비상 노심 냉각설비는 쉽게 비유하면 비상 소화기와 같은 것이다. 보일러는 과열되면 불이 나지만 원자로가 과열되면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설비가 소화기 역할을 하는 비상 노심 냉각설비다. 이런 중요한 설비가 안전기준에 미달한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한수원에 2대 설치를 명령했으나, 한수원은 월성1호기가 노후 설비라 2대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2대 설치 대신 1대로도 충분한 냉각효과가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제출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안전기술 기준은 꼭 지켜져야 하며, 1대의 냉각효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2대로 여유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성 기준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수소 감지기, ‘필요 없다냐, 있어야 한다냐

월성1호기에 수소 감지기가 없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격납용기 안의 수소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수소를 감지하고 제거하는 것은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나 월성1호기에는 수소 감지기가 없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수소 제거설비가 있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수소 제거설비가 수소를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 감지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설비인 것이다.

전력대란이냐, 0.8%로 근거없다냐

정부와 한수원은 월성1호기를 폐쇄하면 전력대란이 우려된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월성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체 전력의 0.8%에 불과하다. 실제로 월성1호기가 설비교체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2년간 별다른 전력대란은 없었다. 환경단체는 한수원의 전력난 주장은,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매우 저질의 흑색선전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살펴 본 쟁점 이외에도 많은 논쟁들이 있다. 중수로인 월성핵발전소에서 타 핵발전소보다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H3)5~10배 가량 많이 발생해 건강을 위협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 전체 비중에서, 월성핵발전소에서 절반 이상 발생하는 것도 폐쇄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발행일 : 201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