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홍보와는 상반된, 국제원자력기구 영문보고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낙제점’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김익중 교수(동국대) 등은 지난 4월 8일 서울의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IAEA 영문보고서 분석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주기적안전성평가 국제기준 미달,
발전소 전체정전 평가 누락,
모터구동벨트 미교체,
잘못된 방사능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운동연합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월성 1호기 안전점검 보고서’(이하 IAEA 보고서) 분석 결과 발표 이후,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새로운 쟁점이 형성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IAEA 보고서 분석 결과 올 상반기까지 수명연장 결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분석을 주도한 김익중 교수(동국대)는 “(주)한국수력원자력은 IAEA가 9가지 우수사례를 선정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보고서 원문을 보면 9가지 항목에 대해 ‘굿(GOOD)’이라고 평가를 했는데 이는 수우미양가의 ‘미’에 해당된다”며, IAEA가 지적한 13가지 지적사항까지 함께 묶어 평가하면 ‘낙제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수명연장을 준비하고 있는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작년 6월 IAEA를 초청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그리고 2월 18일 IAEA보고서 영문본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IAEA가 월성 1호기를 ‘국제적인 우수 사례’로 확인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IAEA보고서 분석을 통해 한수원과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주기적안전성평가 기준
핵발전소는 10년 단위로 안전성 검사를 하는데 이것을 ‘주기적안전성평가(PSR)’라고 부른다. PSR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결정하는 주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그런데 ‘월성1호기의 PSR이 국제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IAEA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PSR의 국제적인 평가항목은 14가지인데 월성1호기는 11가지에 대해서만 평가를 한 것이다. IAEA보고서는 월성1호기 PSR에서 ▲원전설계(PlantDesign) ▲확률론적 안전성 분석(Probabilistic Safety Analysis) ▲위험도 분석(Hazard Analysis) 등 3가지 평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원전설계 평가는 월성1호기의 설계구조가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맞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60년에 설계된 승용차는 현재의 안전기준에 맞지 않을 것이다. ABS브레이크가 없을 것이고, 타이어가 튜브로 되어 있을 것이고, 파워핸들이 없고, 에어백이 없을 것이고, 엔진출력이 낮아 고속도로에서는 주행이 불가능한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핵발전소에 대해서도 설계구조가 안전기준을 만족하는지 평가하는 것이 원전설계에 대한 평가다. 이 평가를 진행한다면 월성1호기는 1960년대에 설계된 1세대 핵발전소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다.
▲확률론적 안전성 분석 평가는 핵발전소의 각 부품, 계통이 고장을 일으킬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위험도 분석 평가는 앞에서 진행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에 기초해서 앞으로 1년 안에 또는 지진 등이 발생했을 때 중대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80세 된 노인이 앞으로 생존할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도 분석은 그동안 발생한 월성1호기 고장 데이터와 외국의 운전경험 데이터 및 연구결과들을 종합해야 얻어질 수 있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분석 작업이다. 그렇지만 안전성 평가를 위해 꼭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평가를 월성1호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IAEA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② 낡은 부품을 기준으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았다.
핵발전소의 모든 안전 평가는 ‘안전관련 구조물과 부품(SCC)’들의 안전성 평가를 기초로 이뤄진다. 그런데 ‘월성1호기는 이것부터 잘못됐다’고 IAEA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SCC들의 안전성 평가는 30년째 사용되고 있는 가장 낡은 부품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월성1호기는 새것으로 교체된 부품을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압력관 등을 새것으로 교체했으니, 새 원전과 다를 바 없다’는 한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IAEA는 한수원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IAEA는 월성1호기 ‘원자로 집합체’의 부속기기들이 안전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③ 발전소 전체 정전(Station Black-Out, SBO)을 평가하지 않았다.
우리는 작년 고리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한수원은 사고를 은폐했다가 뒤늦게 발각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핵발전소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가 정전사고다. 핵발전소가 정전이 되면 뜨거운 원자로를 식힐 수 없게 되고, 이는 엄청난 핵사고로 이어진다. 후쿠시마 사고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원전은 정전사고에 대비한 안전성 평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월성원전 1호기는 정전사고에 대비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IAEA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지적하면서 수명연장 전에 반드시 정전사고에 대비한 안전성 평가를 끝마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④ 원자로의 모터구동밸브를 수리, 교체하지 않았다.
월성원전 1호기는 압력관 370개가 모여 구성된 복잡하고 독특한 원자로 모형이다. 370개나 되는 각각의 압력관에는 모터로 움직이는 많은 밸브들이 달려있다. 만일 모터가 고장나서 밸브가 움직이지 않으면 원자로는 큰 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 IAEA는 월성1호기가 수명연장을 준비하면서 ‘모터로 움직이는 밸브들을 전혀 수리하거나 교체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수명연장 전까지 모든 모터구동밸브(MOV)를 분해해서 재조립하거나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모터구동밸브 검사를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⑤ 콘크리트 격납건물의 노화를 확인하기 어렵다.
격납건물은 원자로를 보호하는 건물임과 동시에 원자로에서 핵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물질이 발전소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호벽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둥근 돔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물이 바로 격납건물이다. 그런데 ‘월성 1호기 격납건물의 건전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IAEA는 밝히고 있다. 월성 1호기 격납건물은 1998년에 이미 균열, 부풀어 오름 등의 손상이 보고되고 있다.
⑥ 방사능 물질의 대기오염 평가가 잘못 됐다.
만일 월성1호기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폭발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어디를 오염시킬 것인가? 주민들의 피폭양은 어느 정도 될까?
지금으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왜냐면 월성1호기의 방사능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IAEA는 ‘지난 30년간 한수원이 적용한 가우스 모형은 미국처럼 평지에서 사용하는 모형으로 월성1호기에는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1호기 주변의 복잡한 지형 특성, 바람 방향 등을 고려한 방사성 환경영향평가를 2015년 6월30일까지 다시 하도록' 권고했다.
발행일 : 2013.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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