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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핵발전을 윤석열 정권의 악몽으로 만들자

한재각 기후정의동맹(준) 집행위원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반대하며 선거 내내 핵발전 확대를 주장했다. 특히 울진을 방문해 신울진 3·4호기 건설을 공약하면서 탈핵 행보에 정점을 찍었다. 당선 후에도 울진을 재방문해 신울진 3·4호기 건설 공약을 재확인했다. 엄청난 산불이 울진 핵발전소에 접근하여 안전을 걱정하고 초고압 송전선로의 기능 상실로 블랙아웃을 우려했었던 때였다. 산불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게 보상지원책이라도 되는 양, 조기 핵발전소 건설을 약속하는 모습에서 핵발전과 대규모 중앙집중적 전력 시스템에 대한 어떤 경계도 찾을 수 없었다. 위험천만한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미리 본 듯하다.

대선 이후 여러 지역의 탈핵운동이 다시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 윤석열 인수위원회가 백지화된 핵발전소 영덕 천지 1·2호기와 삼척 대진 1·2호기의 건설 사업의 재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차례 핵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계획을 저지해왔던 지역 단체들은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나 328일 삼척과 영덕 그리고 주변 지역주민들은 언제든 투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말하며 주저 없는 결사 투쟁을 선포했다. 철저한 싸움을 다시 준비하는 주민들 앞에서 숙연해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달리 방법이 없다. 삶의 터를 위협한다면 맞서 싸우지 수 밖에. 싸움은 확대되고 있다. 소규모 핵발전소(SMR) 부지로 쿡 찔러본 충남 지역주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지금껏 고통받은 석탄발전소로도 부족해 핵발전소라니 분노가 거대하다. 송전선로 건설을 막아선 주민들의 저항도 지속되고 있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 민주적인 사회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신발 끈을 다시 묶을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막강한 권력과 자원을 가져다 해도, 핵발전 확대는 자기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핵발전 비중을 30%대로 늘린다는 공약을 위해 노후 핵발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핵발전소 부지도 찾아야 하지만, 이미 시작된 저항을 쉽게 꺾지 못할 것이다.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던 소규모 핵발전소(SMR)의 상용화까지는 한참 걸릴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소규모라면 왜 서울에는 안되는가 라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유럽연합(EU) 녹색 금융투자기준에 핵발전이 포함되었더라도 이는 사실상 금지 규정에 가깝다. 이를 빌미로 마치 수출의 길은 쉽게 열릴 것처럼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전세계적 흐름을 거슬러 가기 어렵고, 잘못하면 녹색 자본주의를 열어보려는 자본이 등을 돌려 정권의 지지 기반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핵발전과의 조화를 강조하지만, 이번 산불로 인한 블랙아웃 가능성과 같은 어려움은 계속 정권을 괴롭힐 것이다. 핵발전은 윤석열 정부의 악몽이 될 수 있다.

혹시 이재명이 당선되었으면 나았겠다 생각지 말자. 그는 선거에서 사실상 탈핵 정책을 버렸다. 표가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패배는 강력한 대중운동의 힘 없이 자본주의 성장에 목을 매며 생태적 전환에 불철저한 정당에 기대선 탓이다. 담대하게 다시 싸움을 준비하자. 그리고 더 급진적으로 그리고 더 폭넓게 연대를 구축하자.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후정의 운동과 연대하자. 온실가스 감축이 그런 것처럼, 현재의 체제를 유지한 채 핵발전소만 없애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탈핵신문 202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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