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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월성 매설 배관 오염수, 1~2m 땅 뚫고 용출

∥ 월성핵발전소 방사능 누출조사

지하 구조물 곳곳에서 방사능 누출 공식 확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이하 조사단)이 지난 330일 출범 후 5개월 만인 910일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조사단의 공식 보고를 기다려온 시민이 많았다. 왜 아직 아무런 결과가 없느냐 등의 비판 목소리도 있었다. 조사단이 발표한 월성원전(부지내)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 및 향후계획’(이하 보고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심도 9m 지점의 흙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Cs-137)이 최대 370베크렐(Bq/kg) 검출됐다. 세슘은 지하 9m 땅속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다. 또한 370베크렐(Bq/kg)은 발전소에서 자체처분 가능한 허용농도 100베크렐(Bq/kg)을 훨씬 초과하는 양이다. ,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이하 SFB) 주변의 지하 9m 지점 토양이 방사성폐기물 덩어리로 확인됐다.

 

 

[그림1]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단면도

 

                                   - 1997년 보수공사 때 남측의 벽면의 차수막이 끊어짐(A)

                                   - 2010년 보강공사 때 남측의 차수막 상부 유공관 파손

                                   - 2012년 CFVS 공사 때 남측의 차수막 7곳 파손(B)

                                   - 현재 남측 벽체의 균열 및 누수 확인. 특히, 바닥 면을 통한 누수가 많을 것으로 추정

 

 

올해 초 월성핵발전소 지하수에서 다량의 삼중수소 검출이 알려지면서, 방사능 누출 공방이 거세게 일었다. 시민사회는 지하 구조물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누출 중이라고 했고, 한수원은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맞섰다. 세슘 같은 감마핵종이 함께 검출되어야 방사능 누출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조사단이 심도 9m에서 최대 370베크렐(Bq/kg)의 세슘을 확인한 것이다.

 

조사단이 세슘을 검출한 심도 9m 지점이 월성1호기 SFB 남측 벽면 옆 및 바닥 면 아래인 것도 매우 중요한데, 이로써 SFB의 누수에 의한 세슘 검출로 특정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물 시료다. 심도 9m의 물에서 세슘(Cs-137)이 최대 140베크렐(Bq/l), 삼중수소는 최대 756천 베크렐(Bq/l)이 검출됐다. 특히, 삼중수소는 월성1호기 SFB의 삼중수소 평균 농도인 1122천 베크렐(Bq/l)에 육박한다.

 

심도 9m 지점은 2012월성1호기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CFVS) 설치 공사를 하면서 SFB의 차수막이 파손된 지역이다. 차수막은 SFB 하부에 설치되어 오염수의 환경 누출을 방지하는 최후 방벽이다. 쓰레기매립장의 최하단부에 차수막을 설치하여 침출수 누출을 방지하는 것과 같다. 월성1호기 CFVS 공사 때 지반 보강용으로 깊이 박은 강관 파일이 심도 9m에 있는 SFB의 차수막을 뚫고 지나가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한수원은 뒤늦게 월성1호기 SFB의 차수막 보수를 위해 SFB 남측 벽면 주변을 심도 9m까지 굴착했다. 굴착 현장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도굴 현장을 방불케 했다. 지하 9m를 수직으로 파고 내려갔다. 집 몇 채가 거뜬히 들어가는 면적의 거대한 수직 갱도가 생겼다. 인디아나 존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버팀목 대신 거대한 철제빔이 곳곳을 가로지르며 9m 수직 갱도를 지탱하고 크레인,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되어 굴착했다. 조사단은 이곳에서 각종 시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조사단은 굴착 현장에서 세슘과 삼중수소 검출 외에도 매우 중요한 사실을 여럿 확인했다.

 

심도 9m 지점의 유공관이 파손되어 있었다. SFB에서 누설된 오염수가 차수막에 의해 차단되면 유공관을 타고 집수조로 모이게 된다. 그런데 유공관이 파손되어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보고서는 유공관의 손상·막힘이 발생하여 누설수 발생시 SFB 집수조로 유입 기능 저하로 적고 있다. , 차수막이 파손된 가운데 유공관까지 기능을 상실했으니, SFB에서 누설된 오염수가 빠르게 주변 환경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차수막 파손 부위도 처음에 2곳으로 알려졌으나, 굴착 결과 7곳으로 확인됐다.

 

 

한수원, SFB 보수공사 사실 감추다가 뒤늦게 실토

 

 

이뿐만이 아니다. 월성1호기 SFB 벽체에 균열이 발생해 1997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한수원은 그동안 이 사실을 조사단에 감춰왔으나 현장 조사가 조여 오면서 뒤늦게 실토했다. 굴착을 통해 드러나 SFB 남측 벽체에 대규모 균열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문제는 1997년 보수공사를 하면서, SFB 차수막을 절단한 후 다시 이어붙이면서 잘못을 범했다. 보고서는 차수막이 차수벽까지 이어지지 않고 SFB 벽체 끝단에서 끊어짐”, “당시 보수된 차수막은 원래 설계와 다른 구조로 시공되어 SFB 저장조 바닥슬래브의 누설수가 집수조로 유입되는 남측 유입경로가 원천적으로 차단으로 적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월성1호기 SFB바닥 슬래브는 지금까지 에폭시 보수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누수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월성 외의 핵발전소 SFB는 내부 마감재를 스테인리스를 사용했으나 월성핵발전소는 에폭시로 마감했다. 에폭시는 부식에 취약해서 오염수 누설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SFB 내부 에폭시를 보수하고 있으나, 바닥 면은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어서 보수가 곤란하다. 조사단은 SFB 바닥 면의 에폭시 보수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누수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림2] 월성핵발전소 굴착지점과 관측정 등의 위치

[출처: 경주환경운동연합]

 

 

매설 배관 오염수가 1~2m 땅 뚫고 용출

 

 

조사단은 지하 매설 배관의 누설도 확인했다. 보고서는 “2012년 이후 보고된 터빈계통수 매설 배관과 물처리중화조 매설 배관의 누설에 따른 보수 이력은 총 18라고 밝혔다. , 방사능 오염수가 흐르는 매설 배관에서 누설이 자주 발생한 것이다. 또한 배관 내 침식·부식 및 접합부 손상에 따라 지상 용출 후라고 적시했다. 지상 용출이란 지하 1~2m 아래의 매설 배관에서 발생한 누설수가 땅 위로 솟았다는 의미다. 월성핵발전소의 매설 배관 관리가 엉망이었다. 실제로 조사단이 매설 배관을 굴착했을 때 기다란 배관이 군데군데 보수되어 있었다.

 

 

지하수에서 28200베크렐(Bq/l)의 삼중수소 검출되어 큰 문제가 됐던 WS-2 관측정은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수원이 WS-2 관측정에서 20197월부터 20213월까지 하루 평균 454리터, 275톤의 지하수를 양수했기 때문이다. 715일 기준 WS-2 관측정의 삼중수소 농도는 2040베크렐(Bq/l)로 대폭 낮아졌다. 조사단은 대규모 양수 이유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문제의 매설 배관들이 WS-2 관측정 옆을 지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월성3호기 터빈 건물의 지하 배수로(맨홀2)에서 삼중수소가 713천 베크렐(Bq/l) 검출된 사건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한수원이 주장하는 삼중수소 수중전이 현상을 검증하기 위한 예비실험을 811일부터 60일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고인 물에 농축되어 713천 베크렐(Bq/l)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한수원 주장의 사실 여부는 빨라야 내년 초에 드러날 것 같다.

 

조사단이 더 주목하는 것은 맨홀2에서 다량의 물이 발생한 경위다. 20194, 맨홀2에 약 1톤의 물이 있었고, 여기서 713천 베크렐(Bq/l)이 검출됐다. 그런데 조사단이 지하수 자료를 검토한 결과, 20194월의 지하수는 맨홀2보다 수위가 낮아 물이 없어야 정상이다. 조사단은 맨홀21톤의 오염수가 유입된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부지 내 오염된 지하수의 외부환경 유출 여부는 1차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아직 지하수 흐름 분석에 돌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하수 분석은 심도 50m의 관측정을 여러 곳에 설치해야만 가능하다. 조사 활동 5개월이 지나도록 관측정을 하나도 설치하지 못했다. 1차 보고서 발표 이후 9월 중순이 되어서 관측정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10월 말이면 관측정 설치를 완료하고 지하수 흐름 분석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탈핵신문 2021년 10월(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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