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이주대책위 농성 7주년 행사 참가기
“핵발전소 지역주민들과 함께 투쟁”
- 글쓴이: 김윤호 원불교환경연대 활동가
나에게 경주란 곳은 수학여행지와 본관, 그리고 천년고도의 이미지밖에 없었다. 하지만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알게 된 후, 이제 ‘경주’하면 월성핵발전소가 자리한 도시라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지난 8월 27일 아침, 태어나서 처음으로 월성핵발전소를 가기 위한 경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신경주역에 내려 일행분들과 같이 1시간여를 마저 달렸다. 이날, 월성핵발전소 인근 ‘원자력홍보관’ 앞 천막농성장에서 <간절히 바라옵건대, 이주>란 이름으로 이주대책 농성 7주년 행사가 열렸다. 나는 원불교환경연대를 대표하여 참석했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가 주최하고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후원한 이 행사는 농성 7주년 행사와 이주대책 촉구 행진으로 이어졌다. 행사에는 경주뿐 아니라 서울, 대전, 부산, 울산 등 각지에서 참석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이주대책위 주민과 연대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준비한 피켓을 꺼내 들었다. 이날 7주년 행사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인 수십 명이 참석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한수원과 정부, 국회가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쳤다.
월성이주대책위 주민들은 사전에 녹음한 녹취와 현장 발언을 통해 절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외침은 나를 비롯해 연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날 양이원영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양 의원은 행사 전날 ‘원전 인접지역 주민들의 이주대책 지원 내용’을 담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발의한 법안을 설명하고, 법안이 통과되어 천막농성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나누었다.
다음으로 세 명의 연대자가 지지 발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아리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이주대책을 촉구하며 현재 2년 넘게 매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허영구 님, 대학원 박사과정을 위해 나아리에서 8개월 동안 이주대책위와 동고동락한 인연이 있는 김우창 님, 핵발전소를 둘러싼 주민들의 아픔을 깊이 있게 잘 담아낸 영화 <월성>을 만든 감독이자 녹색당 탈핵특위 위원장 남태제 님이 주민들의 이주대책을 촉구했다. 이어 용석록 탈핵울산 집행위원장이 낭독한 자작시는 주민들의 고통과 슬픔을 잘 담아내어 참석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월성핵발전소로 향하는 행진이었다. 먼저, 주민들이 원자로 모양의 상여를 매고 앞장섰다. 연대자들은 만장과 피켓을 들고, 핵폐기물을 나타내는 노란색 드럼통을 밀며 행진했다. 월성원자력본부 퇴근 시간에 맞춰 상여 행렬은 정문에 멈춰섰고, 한 어르신은 삼보일배를 시작했는데, 현장에 있던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월성핵발전소 직원들의 퇴근 차량을 집회 참가자들과 막아서며 한 맺힌 맘을 조금이나마 풀어내는 듯했다.
내가 월성핵발전소의 여러 가지 문제와 주민들의 고통을 몰랐다면, 아직도 경주는 역사유적지이자 관광지로만 기억됐을지 모른다. 월성 나아리 주민들은 지난 7년 동안 안전한 삶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음에도 나는 이제야 처음 그곳 농성장을 찾아갔고, 5천만 명이 편히 전기를 쓰고자 소수의 사람이 고통받는 현실을 목도했다.
여기, 월성핵발전소 지역에 40년 넘게 방사능에 피폭되어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핵발전의 안전신화와 나와는 상관없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의 무관심 속에 지낸 세월이다. 나는 핵산업계의 이권과 영속이 다른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현장에서 핵발전에 영원히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함께 투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핵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며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탈핵’으로 응답할 차례다.
탈핵신문 2021년 9월(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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