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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구시설, 핵재처리 등)

잦은 핵 사건·사고로 불안한 대전 시민

 

202171일 오후 540분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이하 하나로원자로)가 또다시 멈춰 섰다. 이번에는 냉중성자원 실험시설에서 수소압력 이상으로 자동정지 되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는 사건조사단을 파견하여 현재 상세원인을 파악 중이다.

 

냉중성자원 실험시설은 중성자 산란 등 연구를 위해 원자로에서 생산된 중성자를 액체수소를 이용하여 감속하는 설비다. 다행히 방사선 관련 영향은 없다고 밝혀졌지만, 너무 잦은 하나로원자로의 정지 및 사고는 대전 시민들에게 큰 걱정과 우려를 끼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원장 및 관계자들이 2020년 3월 20일 방사성폐기물 불법방출 최종 결과 발표 때 대전 시민에게 사과하는 장면

 

하나로원자로는 20147월 내진 보강 공사와 전력계통 이상 등으로 가동을 중지한 후, 3년여 만인 2017125일 원안위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재가동 5일도 지나지 않아 원자로 수조 방사선 차폐용 고온층 두께 부족으로 수동 정지하였고, 해를 넘겨 2018515일 재가동 뒤 2달 만인 7월 말 원자로의 정지봉 위치 이상 신호로 다시 자동 정지되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그해 1210일 냉중성자 계통 이상으로 또 정지되었다. 2018년 한해에만 3번의 정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 뒤 하나로원자로는 어렵사리 재가동 승인을 받고 가동하다가 201912월 냉중성자 실험시설의 제어컴퓨터 소프트웨어 오류로 다시 자동 정지되었다. 가동률 5%의 하나로원자로에 국민의 혈세를 퍼붓고 이어 올해 또다시 멈춰 선 것이다.

 

 

영구정지와 폐로 논의 없는 연구용 원자로

 

 

대전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하나로(HANARO)1995년 우리나라에서 자력으로 설계 건조, 운영 중인 연구용 다목적 원자로이다. 핵발전소의 경우 설계수명이 30년으로, 수명이 다하면 연장이나 정지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로연구로는 연구용 원자로의 특성상 설계수명이 없다는 이유로 영구정지 및 폐로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고장이 나면 땜질식으로 고치고, 다시 가동 허가를 신청하고, 가동하다가 다시 멈춰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26년 된 노후한 하나로원자로의 영구정지 및 폐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전지역의 모든 핵 관련 시설의 관리 및 점검, 그리고 안전 대책을 종합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전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 그리고 각종 방사성폐기물 등이 밀집해있는 핵시설 클러스터가 형성되어있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와 같은 주거·상업시설이 형성되어있고 매해 크고 작은 핵 관련 사건·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가 핵폐기물 집합소

 

 

대전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현재 약 3만 드럼(20201분기 기준)으로 고리 핵발전소 다음인 2위이다. 하지만 이 기록도 머지않아 1위의 불명예를 짊어지게 될 것이 예상된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주 방폐장으로 보낸 중저준위 핵폐기물 2600드럼 중에 무려 80%에 달하는 2111드럼의 핵종농도를 잘못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712월부터 경주 방폐장 이송이 중단되었으니 매년 발생하는 폐기물을 총합하면 이미 전국 1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핵종 분석을 하는 국내 유일한 전문기관이라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본적인 방사능 측정과 분석 업무도 못하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2020년 3월 대전의 탈핵단체와 시민단체가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피케팅 하는 장면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물질이라고 이야기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떠한가? 모두 알다시피 대전은 핵발전소가 없다. 그래서 늘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은 대전에 고준위핵폐기물이 쌓여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대전에는 하나로원자로에서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이 이미 저장수조의 절반을 채웠고, 지난 26년간 연구용, 실험 등을 위해 전국 핵발전소에서 가져온 사용후핵연료가 1699(4.2)이나 있다. 그리고 이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하여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고속로 실증사업 등의 위험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고 한다. 위험의 총량은 늘 증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와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관리하면 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정말 그러한가?

 

2017년 대전 아니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불법폐기사건이다. 처음 언론을 통해서 외부에 알려진 이 사건은 원안위의 특별점검을 통해 상세하게 밝혀졌을 때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 구리전선 폐기물 등의 절취, 소실, 콘크리트폐기물 등의 무단폐기, 외부매립, 각종 방사성폐기물의 임의소각, 무단배출 등 관련 건수만 수십 건에 이르렀고 무엇보다 개탄스러운 것은 관련 책임자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허위진술, 조사방해 심지어 협박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연구윤리마저 무참히 깨버린 사건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 더해 2020년에는 방사성폐기물을 자연증발 시키는 시설에서 시설관리자의 운영 미숙, 안전시스템 부재 등으로 오염수가 인근 하천으로 주기적으로 외부 유출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믿는 시민은 마무도 없을 것이다.

 

 

폐로 논의, 안전규제 강화 필요

 

 

그동안 대전지역의 핵 관련 시설에서는 너무 잦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상업용 발전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시보관이라는 이유로, 핵분열하기 전이라 안전하다는 이유로 모든 안전 대책은 방기하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는 대전의 특수성을 고려한 원자력 종합안전망 구축을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늘 묵살되었다. 안타깝게도 대전의 핵 관련 시설은 날로 노후화되고, 밀집되고, 위험성은 증가 하고 있지만, 안전규제를 위한 관련 법 제도는 늘 미비한 상황이다.

 

이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대도심 안에서 이루어지는 위험한 연구 실험을 즉시 중단하고 2, 3중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구체적인 대책과 이행 약속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전면 쇄신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아울러 대전 시민사회는 하나로 원자로 폐로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며, 정부는 대전 시민을 위해 원자력연구시설에 대한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등 법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탈핵신문 2021년 8월(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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