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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구시설, 핵재처리 등)

30년간 하천으로 세슘 흘려보낸 원자력연구원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 우수관과 하천 토양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연구원 안쪽 우수관 입구에서는 세슘 농도가 최고 138 (베크렐)/kg까지 검출됐다. 이는 3년 평균 농도의 59배에 달하는 것이다. 대전 시민들은 방사성물질이 우수관을 통해 대전 시내의 관평천까지 흘러들었다며 원자력연구원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자연증발시설 건물 내부의 방사성물질 누출 경로 (출처 : 원자력안전위원회)


△ 우수관에 연결된 자연증발시설에서 나온 pvc배관 (출처 : 원자력안전위원회) 


지난 131,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액체성 방사성폐기물 우수관 방출 사태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사건조사팀은 세슘-137의 농도가 가장 높았던 원자력연구원 내 우수관과 덕진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우수관 약 600m를 따라 맨홀 10개 내의 토양 시료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자연증발시설에 가장 근접한 첫 번째 맨홀에서 최대 선량을 확인하였다.

첫 번째 맨홀 토양의 핵종별 농도를 분석하여 세슘-13731,839Bq/kg, 세슘-134 101Bq/kg, 코발트-60 192Bq/kg이 검출됨을 확인하였. 또 방사성물질을 흘려보낸 자연증발시설의 지하 배수 탱크에서는 세슘-1376,995Bq/kg이 검출되었다. 자연증발시설과 연결된 첫 번째 맨홀 토양 오염도는 이 시설로 들어오는 액체폐기물 방사능 기준치인 185Bq/kg보다 무려 173배에 달한다.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여과기를 거쳐 햇볕에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시설이며, 액체폐기물을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액체폐기물이 하수관도 아닌 우수관으로 방출되어 하천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사건조사팀은 방사성물질 누출 원인을 조사하던 중, 방사능이 검출된 우수관에 연결된 가느다란 PVC 배관을 발견하였고, 이것이 자연증발시설 지하의 배수 탱크에서 나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PVC 배관은 설계도에도 없는 임의로 매설된 배관이다.

원안위는 시설 담당자의 운영 미숙으로 자연증발시설의 사용 정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자연증발시설에서 2년마다 필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50리터의 핵폐기물이 흘렀으며, 30년 동안 모두 13번 유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 지난 123일에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핵재처리저지30km연대


핵재처리저지30km연대는 2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성물질이 흘러나간 총량도 모르면서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만 한다, 원자력연구원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 원안위가 배수구 등에 대해 제대로 점검했다면 적어도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시·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이나 원안위 모두 사후 검증을 하지 않는 등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전을 긴급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 대대적인 환경 역학조사와 주민 건강조사를 시행할 것, 원자력연구원에 그동안 내려졌던 시정 명령과 행정처분 등에 대한 이행 여부를 조사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원안위 해체와 원자력규제위원회 신설, 원자력진흥법 폐지와 탈핵을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대전탈핵희망, 핵재처리저지30km연대,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대전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여 원자력연구원을 규탄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해결대책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또 원자력연구원이 위치한 유성지역에서 출마한 정의당 김윤기 후보 측과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는 인근 하천 토양을 채취하여 방사능 농도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이 건설된 이래 30년간 총 650리터의 액체 방사성폐기물이 무단 방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대전 시민사회는 전체 배출량과 배출 농도를 정확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전체 조사가 끝나는 시점인 3월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전 = 박현주 통신원

탈핵신문 2020년 3월(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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