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기획연재]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④ _ 선량 측정,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불확실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④

 

탈핵신문은 6회에 걸쳐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의 글을 게재하여 독자들에게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연재

①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②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③ 방사선의 양적구분 I -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④ 방사선의 양적구분 II - 실용량과 방호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⑤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 의 반인권적 의도

⑥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선량 측정,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불확실

 

 

 

지난 호에 필자는 주로 베크렐이라는 단위를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흡수선량을 간단하게 언급했습니다. 다시 한번 복습하자면 베크렐은 방사성 원소(=핵종)1초에 1번 붕괴하는 단위이고, 이는 에너지의 전달 개념이라기보다는 방사능의 농도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흡수선량은 방사선의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입니다.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이 방사선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흡수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맨 처음에는 라드’(Rad = 10mGy)라는 명칭으로 부르다가 지금은 그레이’(Gray, Gy)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방사선의 양과 방사선량 구분

 

방사선을 잘 이해하려면 방사선의 양’(Quantity of Ionizing Radiation)이라는 개념과 방사선량’(Dose of ionizing radiation)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강조했던 에너지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강조한 방사선의 양적 이해는 후자를 가리킵니다. ‘방사선량은 영어로 그냥 ‘dose’(도스)라고 줄여 쓰고, 한글에서도 그냥 '선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방사선이 물질과 상호작용한 결과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반면 방사선 자체, 방사성 핵종의 붕괴로 발생했으나 아직 어떤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상태의 순수 방사선 자체를 방사선의 양(저는 앞의 선량과 구분하기 위해 ‘Quantity 이라고 부릅니다)이라고 합니다. 즉 에너지의 상호작용보다는 방사선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죠. 감마선, 베타선, 알파선 등으로 방사선을 구분만 하고, 아직 에너지 상호작용이 없는 상태의 순수한 방사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학자들은 이렇게 구분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불안정 핵종의 붕괴로 방사선이 발생하면 발생 장소가 어딘가에 따라 물질과의 상호작용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주변의 공기와 상호작용을 하던가, 아니면 특정 생물체 내부에서 생물체의 조직이나 세포와 상호작용하던가, 물속이라면 물 분자들과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방사선이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영역, 즉 원자단위의 미시세계를 우리는 양자’(quantum)라고 합니다.

 

양자의 세계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관철되는 곳입니다. 방사선량 자체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측정을 하지만, 측정 행위로 인해 원래의 환경이 변하고 값이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양자의 세계는 값을 확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앞에서 제가 원자의 크기가 100억분의 1미터, 원자핵의 크기가 1000조분의 1미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방사선은 이렇게 작은 단위인 원자핵의 붕괴에서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방사성 아이오딘-1311000조 베크렐에 해당하는 무게는 0.2그램에 불과합니다. 이런 수준의 양이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유착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입니다. 선량 측정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불확실합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선량의 이런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조직입니다. 선량한도를 “5100밀리시버트, 150밀리시버트를 설정해 놓고 오차가 심할 수밖에 없는 측정 선량을 기준으로 노동자들의 피폭 유무를 판단해 직업병을 승인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선량의 개념

 

다시 선량의 개념을 생각해 봅시다. 방사성 핵종의 붕괴로 방사선을 배출합니다. 배출된 방사선은 물질과 상호작용을 시작합니다. 상호작용의 시작은 다르게 표현하면 방사선과 물질과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돌은 물질의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의 흡수이지만, 이런 에너지 흡수가 나타나는 현상은 전리나 여기현상의 발생입니다. 방사선과의 충돌(=피폭)로 인해 물질의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물질의 구성요소가 파괴되거나 직접적인 변경이 발생합니다.

 

아울러 전리현상은 방사선과 직접 충돌하지 않은 주변 물질에도 영향을 주고 변형을 시킵니다. 직접 충돌하지 않았으나 주변 물질에 영향을 주는 현상은 특히 생물체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방관자효과는 전형적인 사례죠. 이를 일반적으로 간접효과라고 부릅니다.

 

방사선의 양적 개념은 이론적으론 어떤 특정 상황에서 전리가 발생한 총합, 혹은 어떤 특정 질량의 물질 중에 유착하는 에너지로 표시하는 유착에너지의 총량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선 전리과정 자체가 상당히 불연속성이 있어 정확한 측정을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측정을 통해 확인하는 실용량

 

측정을 통해서 확인하는 선량, 이것을 실용량이라고 합니다. 흡수선량과 같은 물리량은 특히 의료에서는 방사선 치료 시에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측정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일상적인 생활에서 토양이나 식품 속의 방사능 측정은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식당을 들어갈 땐 체온을 잽니다만, 체온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 측정은 전문가들도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방사선의 측정은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수치가 확 달라집니다. 예컨대 일본에서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체르노빌 법의 일본적용과 관련해서는 측정 위치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체르노빌 법에서는 지상 1센치미터(cm) 위에서 측정하도록 규정하는데, 일본에서는 지상 1미터(m) 높이에서 측정합니다. 방사성 핵종은 대체로 토양에 많이 유착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측정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피폭, 오차가 너무 커서 정확한 값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방사선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한국에서는 수입식품의 방사능 함유량이 문제가 돼서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방사선 평가를 위해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방사능측정기를 구입했죠. 게르마늄반도체검출기라는 측정기였습니다. 게르마늄반도체검출기는 고가라서 제대로 갖추려면 1억 원 이상이 듭니다. 하지만 고감도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식품 속의 방사선을 측정하는 장비로서 게르마늄반도체검출기보다 더 정밀한 장비는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밀하다고 해도 측정하는 사람, 시료의 위치나 차폐시설 등에 의해 많은 오차가 발생합니다. 아울러 정밀도가 높은 게르마늄반도체검출기도 내부피폭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방사선을 공부하면서 늘 갖고 있던 의문은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피폭이 발생하면 인체에 영향을 주고, 또 내부피폭은 차원이 다르게 심각한 것인데, 선량 측정을 유독 강조하는 풍토입니다. 위 [표]에서 우리는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의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부피폭에 대해 선량 측정이나 선량평가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측정한 선량이 실제 존재했던 선량을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현재 시행 중인 모든 방사선 측정은 내부피폭에 대해선 오차가 너무 커서 정확한 값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글쓴이: 박찬호(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방사선 피폭의 역사>, <핵발전소 노동자> 등을 번역하였으며,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녹색병원 설립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 현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신문 2021년 4월(87호)

 

 

 

 

탈핵신문은 독자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 운영합니다.

탈핵신문 구독과 후원 신청 https://nonukesnews.kr/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