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은 6회에 걸쳐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의 글을 게재하여 독자들에게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연재
①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②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③ 방사선의 양적구분 I -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④ 방사선의 양적구분 II - 실용량과 방호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⑤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 의 반인권적 의도
⑥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③
방사선의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방사선을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영역이 바로 방사선의 양에 관한 내용입니다. 방사선은 사실상 빛과 같으므로 일반적인 양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철학자 헤겔은 양을 ①순수 양, ②한도, ③ 비례라는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빛은 시간이나 공간과 함께 ‘순수 양’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헤겔은 순수 양의 특징을 무한진행으로 보고, 무한진행이 양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서술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미분이나 적분은 수의 무한진행에 초점을 뒀다고 봐야겠죠. 그렇지만 무한하다고 해서 셀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시간을 인위적으로 구분해서 양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양을 한도가 있는 양으로 분리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양에는 연속성과 분리성의 성격이 통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방사선의 양에 대한 개념도 기본적으로 인위적 구분을 적용해서 만든 개념을 사용합니다.
베크렐은 붕괴의 속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방사선의 양과 관련해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이 접하는 ‘베크렐’이라는 용어를 우선 떠올리기 쉬울 듯합니다. 분명 베크렐도 방사선과 관련 있는 양적 개념 중의 하나입니다. 앞에서 우리는 방사선에 대해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바로 이 붕괴과정, 즉 방사성 원소가 1초간에 1개 붕괴할 때,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1베크렐이라고 하고 기호를 Bq로 붙여줍니다. 말하자면 베크렐은 방사능의 단위라고 할 수 있죠.
‘방사능’이라는 말은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하기 때문에 특정 물질인 방사성 물질 혹은 방사성핵종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방사성 물질과 방사능은 같은 말이라고 봐야 합니다. 원자가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은 다양하겠지만, 베크렐에는 방사선의 종류를 반영하지 않으며, 원자의 종류 역시 반영하지 않습니다. 다만 1초에 1회 붕괴한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즉 베크렐은 붕괴의 속도입니다. 100베크렐은 1초에 100번 붕괴, 1000베크렐은 1초에 1000번 붕괴하는 것이죠. 베크렐은 반드시 킬로그램이나 리터 등 질량단위와 같이 사용하며, 해양이나 토양의 오염 정도를 나타낼 때 많이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베크렐 숫자가 높아지면 초당 붕괴횟수가 많아지는 것이라서 방사선이 많이 나오겠지만 방사선 자체는 아닙니다. 예컨대 월성핵발전소에서 “최대 71만3천 베크렐(Bq/L)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나왔다”라는 표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물속 1리터에 1초당 71만 3천 회 붕괴할 만큼의 삼중수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삼중수소가 배출하는 방사선의 양은 나오지 않은 셈이죠.
베크렐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양은?
베크렐의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과연 베크렐 단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은 얼마나 될까? 특히나 내부피폭을 위해 이용하는 홀바디카운터(WBC)라는 장비로 측정했을 때 이런 관심이 증폭합니다. WBC는 인체 내에 있는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하는 감마선을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감마선만이 인체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WBC의 측정이라는 것은 세슘137의 감마선 주파수에 맞는 신호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슘 137은 방사성 물질이고 방사성 물질의 단위는 우리가 방금 베크렐로 배웠습니다. 따라서 홀바디카운터로 나타내는 양은 베크렐로 나오겠죠. 세슘137의 붕괴속도(=반감기)는 일정하므로 베크렐 양을 알면 방사선의 양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벨라루스 공화국’에서는 [체르노빌 사고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법]이 있습니다. 이 법에는 “연간 1밀리시버트(mSv) 범위에서 0.1밀리시버트 범위로 유효피폭선량의 평균값이 내려가도 방호대책은 중단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등이 저술한 「체르노빌 피해의 전모 조사보고서」 일본어 번역판 294페이지 참조).
대개의 국가에서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일반인의 선량한도로 책정한 것에 비해서 벨라루스는 0.1밀리시버트(mSv) 까지도 방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벨라루스는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선 피폭을 당해보고 난 후에야 이렇게 엄격한 규정을 했습니다만, 이런 이유는 바로 내부피폭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1mSv나 0.1mSv는 방사선의 양을 표현한 것입니다만, 인체 내부의 방사선량은 직접 측정할 수 없어서 베크렐 값을 시버트 값으로 산출하는 변환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소위 ‘환산계수’를 적용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벨라루스의 법에서는 인체 내부의 세슘축적량이 250~280베크렐(Bq/kg)일 때 연간 1mSv에 상당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0.1mSv는 인체 내 세슘축적량이 25~28베크렐(Bq)이겠죠.
우리나라 식품의 방사능 기준은 100Bq/kg(연간 약 0.4mSv)입니다만, 이것과 비교하면 벨라루스는 상당히 낮은 양을 기준으로 정한 셈입니다. 앞에서 월성의 삼중수소를 언급했습니다만, 벨라루스의 공식을 적용하면 71만3천 베크렐은 대개 3시버트(Sv)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붕괴속도와 반감기
베크렐과 관련해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붕괴속도와 관련 있는 반감기입니다. 반감기는 정확하게 방사능의 양이 반이 되는 기간을 말합니다. 어떤 분들은 반감기를 곧 방사능의 수명 전체로 생각하시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감기가 지나도 방사선이 계속해서 방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방사성 물질에서 방사선이 방출되지 않는 시기는 대개 반감기의 10배라는 점을 꼭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표에서 보듯이 세슘137의 반감기는 30년입니다만, 이의 10배인 300년이 지나야 방사선 방출이 최소화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이 방출되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불안정 원소가 붕괴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방출 방사선은 주변의 물질과 충돌하고 그 물질에 들러붙게 됩니다. (유착 혹은 침적) 방사선이 물질과 충돌하고 유착하는 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에너지의 전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방사선에 충돌 당한 물질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에너지의 ‘흡수’(흡착)입니다. 이렇게 ‘충돌’과 ‘흡수’의 과정을 방사선이나 물질이 아닌 제3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방사선의 ‘이동 거리’입니다. 방사선의 이동 거리는 ‘비정’(飛程)이라고 하는데 한문을 풀이하면 ‘날아간 거리’가 됩니다. 이때 방사선의 비정은 그냥 단순하게 날아간 거리가 아니라 에너지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물질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비정은 기본적으로 물질과의 상호작용(전리작용)이 강력하면 짧아지고, 상호작용이 엉성하면 길어집니다. 말하자면 알파선이나 베타선의 비정이 짧은 것은 그만큼 물질과의 상호작용, 즉 전리가 촘촘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감마선이나 엑스선은 전리가 드문드문 발생해서 비정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앞에서 필자는 방사선이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물질과 상호작용해서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고, 떨어진 전자가 다시 다른 전자를 떼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방사선 에너지의 특징이죠. 방사선의 계량이나 측정은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적용합니다. 물질이 다른 무언가로 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분자의 전리 등 변화가 발생한 것을 계량화해서 양으로 표시하는 것은 상당히 그럴듯한 발상입니다. 이렇게 방사선의 종류별로 에너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어떤 물질이 방사선을 흡수했을 때의 양을 ‘흡수선량’이라고 합니다. 흡수선량은 가장 기본적인 방사선의 물리량입니다. 단위명칭은 그레이(Gy)를 씁니다. 흡수선량은 물질의 종류가 무엇인지(인체인가 돌멩이인가, 물인가, 공기인가), 방사선의 종류가 무엇인지(알파선인가, 베타선인가, 감마선인가) 구별하지 않고 단위 질량당(per unit mass)흡수한 방사선의 양입니다.
글쓴이: 박찬호(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방사선 피폭의 역사>, <핵발전소 노동자> 등을 번역하였으며,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녹색병원 설립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 현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신문 2021년 3월(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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