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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후쿠시마 사고 10년, 한국 탈핵운동의 방향과 과제


탈핵신문이 새해를 맞이하여 <후쿠시마 사고 10, 한국 탈핵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신년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좌담회 내용을 참조하면서 여러곳에서의 활발한 추후 논의를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


탈핵신문 신년좌담회

후쿠시마 사고 10, 한국 탈핵운동의 방향과 과제


탈핵신문이 새해를 맞이하여 <후쿠시마 사고 10, 한국 탈핵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신년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15일 오후 2시부터 약 세 시간 동안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했다. 좌담회 첫 주제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과 시민사회 대응’, 두 번째 주제는 탈핵운동 평가와 향후 과제였다. 좌담회 참석자는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양기석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 윤종호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등 6명이며 진행은 용석록 탈핵신문 편집위원장이 맡았다. 좌담회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주제 1 _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 평가와 시민사회 대응


용석록(탈핵신문 편집위원장): 두 가지 주제 중 우선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 평가하자. 문재인 정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했고,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금지 신규핵발전소 건설금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9차전력수급계획안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제외했다. 하지만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건설 여부를 묻는 공론화를 진행한 뒤 건설을 재개했고, 소형원자로연구와 수출사업, 핵발전소 수출사업을 진행 중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2020년 말까지만 연구하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탈핵 선언했으나 가치관 부족

성과와 한계 진단 필요


안재훈(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을 전환했다는 측면에서는 과거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또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가 탈핵이라는 길로 가는 단초를 만들기는 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나 정책을 세움에 있어서 충분히 탈핵진영의 목소릴 듣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탈원전이 정치쟁점화 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탈원전 정책은 탈핵운동 진영에서 생각해왔던 독일이라든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속도가 느린 느림보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여전히 우리가 탈핵으로 가는 길은 멀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문재인 정부가 시작했어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양기석(천주교 창조보저연대 대표): 정부가 새로운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탈원전 정책을 선택했는데도 실제로 핵발전소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탈원전정책과는 별개로 핵폐기물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도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핵발전소를 상당 기간 계속 유지하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이런 측면을 보면 현 정부가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문제성은 인식했지만,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정부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 생명이나 인권에 기준을 두고 한 사회가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끊임없이 입안하고 펼쳐야 하는데, 그때그때 좋게 말해서는 거시적으로 경제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이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더 넓은 것을 보지 못하는 이런 현상이 과거의 정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탈원전은 선언했으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하려는 가치관은 바뀌지 않아서 계속 괴리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윤종호(핵없는세상을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탈원전·에너지전환을 내세웠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예를 들어 에너지3020을 평가할 역량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탈원전과 관련하여 안재훈 국장이 말했듯이 이 정부가 기존 정부와 다르게 탈핵을 선언한 점은 의미가 있다는 부분은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어떤 가치관과 정체성을 가지고 탈핵을 선언했는가를 본다면 굉장히 약한 탈핵이라고 본다.

기존의 정부는 핵발전의 유지 또는 확대정책을 펴왔다. 흔히 민주정부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는 점진적 감소 입장인데, 대외정책으로 핵을 수출하고 수출의 현장에 대통령도 뛰어다니는 것은 자기 가치관의 분열, 정체성의 혼란으로 보인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2년 총선 때 각 정당이 탈핵의 시점을 발표했었는데, 당시 녹색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은 2030, 통합민주당과 민주통합당은 2040, 자유선진당 같은 곳은 2050, 새누리당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2082년은 2012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비해서도 40년이나 뒤쳐졌다. 이것을 탈핵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굉장히 후퇴한 시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찬핵 쪽 공격이 들어오니까 우회하는 방법으로 에너지전환 쪽으로 전략적 선택을 한 것 같다.

 

이상홍(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대중강연을 가면 보수 야당이 탈원전을 공격하니까 정부의 탈핵 정책(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신규핵발전소 건설 금지)을 옹호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방향전환을 했다거나 탈핵 정책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탈핵이라는 의제를 던진 정부라면 그만한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다.

지금 사회 일각에서는 이 정부가 끝나면 다시 핵발전소 짓겠지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권 5년 중 지난 4년간 도대체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기에 이럴까. 현 정부 정권 초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민사회가 분투할 때 손 놓고 있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 금지는 대통령 공약인데 왜 뒷짐 지고 있었나. 그때부터 보수정당은 끊임없이 탈원전 반대를 의제화시켰고 여당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탈원전을 국민적으로 의제화시킨 판 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 있게 월성1호기 수사까지 들어온 과정을 보면, 그동안 집권 여당은 무엇을 했는지 냉정한 비판과 평가가 필요하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2017년 초에 탈핵천주교연대와 에너지정의행동이 주관해서 만든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 로드맵을 다시 봤는데, 3대 분야 10개 과제 중 문재인 정부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핵 선언만 했던 것 같다. 현 정부가 시민사회 로드맵의 탈원전 선언을 한 것은 한편으로 성과라고 본다. 그러나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선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후폐쇄 신규건설금지가 법제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조치는 없었다.

정부는 탈핵, 탈원전이라는 단어도 선언 이후에 공식적으로 쓰지 않았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버렸다.

2017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탈핵과 관련한 지형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 그리고 2030년 탈핵이냐, 2040년 탈핵이냐 이런 논쟁에 빠지면 굉장히 먼 미래의 얘기가 되어버리면서 전선이 엉뚱한 곳으로 흐트러질 수가 있다. 보수야당과 찬핵세력은 현재 월성1호기로부터 촉발한 노후핵발전소 문제와 신규핵발전소인 신울진 3·4호기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정수희(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앞서 말씀하신 분들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탈핵 정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상당히 무리라고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충분히 동의한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탈핵 정부가 아니고 가짜 탈핵 정책이라는 얘기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부산을 보면 연구용 원자로를 비롯해 핵산업 시설이 계속해서 집약되고 있다. 정부는 이 산업을 통해서 돈 벌려는 사람들의 태도나 상황을 바꿀 의지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탈핵을 선언했던 것이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은 이 사람 저 사람 달래고 계속 그러면서 핵산업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에도 원자력진흥의 날을 맞아서 원자력진흥을 위한 여러 가지 정부계획이 발표되었는데 그걸 보고 굉장히 좌절스러웠다. 탈핵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현 정부 내에서 공감되고 고민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윤종호: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외쳤고 어느 시점에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면서 탈원전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현 정부가 여전히 탈원전 에너지전환기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탈원전을 선언한 시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탈원전은 회피하고 에너지전환으로 간 것이다. 이것을 가짜 탈핵이라고 이름 붙이면 정부는 내부적으로 억울해할 것 같다.

공약을 100%로 지키지 못했지만, 또 일부는 흔들리고 있지만 뒤집힌 것은 상대적으로 신고리 5·6호기 말고는 없는데 과연 가짜 탈핵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또 다른 측면에서 핵발전소를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정책인데, 약한 탈핵 또는 느린 탈핵인데, 가짜 탈핵은 너무 많은 것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홍: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진짜냐 가짜냐의 논쟁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현 정부가 고리1호기 영구정지 행사 때 탈핵을 선언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와 관련된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한 바들이 있다. 성과를 떠나서 시민사회 또 탈핵을 바라는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탈핵 정부로 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 정부 내에서 최대한 탈핵 정책을 마무리 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운동진영 내에서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가짜 탈핵 정부로 규정한다면 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무조건 투쟁할 수 있는 요소는 많아지겠지만, 문재인 정부를 탈핵 정부로 규정하게 되면 탈핵 정부로서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하나의 수단으로써의 성격도 있다. 이 정부 임기 말까지 우리 운동을 펼쳐 감에 있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재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탈핵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저희가 논쟁을 해도 풀기가 너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탈핵운동 진영 내에서도 탈핵 정책이 뭐냐라는 명확한 상이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탈핵정책이라는 것이 핵발전소가 퇴출되는 속도를 얘기하는 건지. 핵발전소가 제로 되는 시점을 언제로 잡았을 때가 탈핵 정책이 실행된다는 것으로 볼 것인지, 많은 사람은 핵발전소만 퇴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체해나가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나가는 정책이 이행되는 과정을 탈핵 정책으로 이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 각종 연구시설이나 핵폐기물, 방사능, 핵발전소 수출문제 등에 있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싸움은 거기서 벌어지지 않는다. 현재 싸움은 신한울 3·4호기와 월성1호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싸움에 긴장감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수희: 안재훈 국장이 말한대로 싸움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원인이 사실 탈핵진영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탈핵 정책이라고 해서 혼란스럽게 혹은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제대로 된 탈핵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문제의식을 탈핵진영이 갖고 있었다면 싸움의 국면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과제

 

용석록: 문재인 정부를 탈핵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냐는 면에서는 약간씩 이견이 있으나, 탈핵에 대한 가치관이 부족한 부분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참고로 울산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를 막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에 기댔다. 첫 번째 주제를 마무리하기 전에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현 정부의 과제를 이야기해 보자.

 

이헌석: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 선언을 할 때 산업부 장관도 없었고 관련된 청와대 라인도 구성되지 안 된 상태에서 선언했다.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혼란이 이어졌다. 월성1호기와 관련한 여러 가지 혼란의 단초를 만든 것도 문재인 정부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를 탈핵 정부라고 부르든 안 부르든 선언 이후 탈핵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행위가 체계적이지 못했고, 이런 것이 혼란을 자초하면서 그 한계가 지난 4년 동안 드러났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이 탈핵진영이 앞으로 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라고 본다.

우리가 탈핵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또 어떻게 체계적으로 탈핵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보면, 그 가운데 하나가 법제화라고 본다. 두 번째는 어떻게 산업부를 재편할 것인가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지, 설사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시스템은 탈핵을 집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상홍: 지금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괘씸한 정부이긴 한데 가짜 탈핵으로 규정하고 투쟁만으로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탈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선언한 정부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역할을 다하라고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있다.

 

안재훈: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계에 대해 집어 볼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는 게 맞는가. 문재인 정부의 이런 정도의 탈원전 정책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핵산업계는 전쟁하듯이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그 싸움은 내버려 두고 문재인 정부와 전선을 긋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생각이 든다.

탈핵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냐. 지금 문재인 정부는 현재 정책을 후퇴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로 초반에 몇마디 하고 나서 거의 정지상태에 있는 거나 다름없다. 다음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지금 정책보다 후퇴할지 어떨지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어떻게 탈핵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종호 :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신규건설 금지와 노후수명연장 금지를 법제화하는 탈핵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책을 내세웠지만, 에너지전환으로 돌아선 과정은 현재의 이데올로기 지형이나 시민들의 인식 분포를 보면 아직 찬핵의 여론도 강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탈원전을 외치는 이해관계자들은 느슨하고 열렬한 지지가 없고, 문재인 정부는 찬핵과 반핵이 붙었을 때 실제로 큰 소득이 없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그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회피가 아니라 에너지전환을 선택했던 거 같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에너지기본법을 법제화를 한다면 또다시 논쟁을 만들 뿐만 아니라 실제 추동하는 힘도 내부적으로 없다. 현 정부의 한계는 흔히 말하는 핵과 관련된 컨트롤타워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쉽지 않지만, 현재 남아있는 1년 몇 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에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제대로 제기하지 못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규제위원회의 성격으로 담아가는 문제 등에 대해 더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과 별개로 차기에 누가 집권할지 모르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반핵운동 내에서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해야 차기 정부에 대한 우리 입장과 요구도 정리될 것이다.

 

양기석: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실망도 많이 했다. 한편으로 오늘 비로소 확실해지는 것 중 하나가, 아까 가치관 얘기도 했었는데 현 정부는 탈핵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이 우리보다 현저히 옅거나 약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마저 아니니깐 다 포기하고 때려치라고 하기엔 우리가 아쉬운 점이 많다. 현 정부 또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갖는 그룹 중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속 편할 거 같다.

탈핵진영 안에서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도 의견이 다른 것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어느 한 방향으로 잘 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까지는 오히려 일정한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조금 더 접근해 보는 거, 그게 고독하고 외로울지는 몰라도 그래야만 계속 운동이 진행될 것 같다. 답답하긴 한데 워낙 긴 싸움이기에 이제부터라도 긴 호흡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모색할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주제 2 _ 한국 탈핵운동의 방향과 과제


용석록: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서 탈핵 시민사회의 역량과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탈핵을 위해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나갈 것인가를 이야기해 보자.

참고로 핵 관련한 한국 사회의 당면과제가 있는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문제, 고리1호기를 시작해서 2030년까지 핵발전소 10기 설계수명 만료와 해체 문제, 갑상선암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저선량 방사선 피폭 영향과 노동자 피폭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점 등이 있다. 또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핵발전 사고위험이 커지는 요소도 있다.


△ 1월 5일 열린 탈핵신문 신년좌담회 1부와 2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열었다.

 

안재훈: 양기석 신부님의 의견에 공감이 많이 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하겠다고 한 다음 많은 긴장이 풀어지고, 지금 탈핵진영은 상당히 축소되었다. 다른 고민으로 옮겨가신 분도 있고, 여전히 현장과 지역에서는 탈핵운동을 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탈핵운동으로 같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가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해본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단계는 어떠한 탈핵 정책을 하더라도 겪어야 할 문제였을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은 아주 소극적이고 자신의 표를 깎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있다. 우리도 긴 호흡으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핵 관련 정책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과제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각 움직이는 단위가 있지만, 이들이 한군데로 모일 수 있는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탈핵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있으므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나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후쿠시마 사고 10년을 맞이하는데 10년을 즈음하여 이 계기로 서로 고민하고, 탈핵운동을 다시 모아내고, 또 사회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만들어 보면서 이후를 모색하면 좋겠다.

 

양기석: 저는 많은 여건 때문에 결합하지 못하는 비교적 소극적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몇 가지 말씀드린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우리의 동력이 흐트러진 것도 사실이고 한편으로는 내부적으로 어떤 특정한 한 방향만으로 문제를 접근하려는 경향성이 컸던 것 같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탈핵운동을 한 가지 생각으로 모아내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던 운동방식이 자주 강요되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에너지전환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전환의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우선 제대로 세워놓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에너지전환 과정에 벌어지는 것을 보면 우려스러운 것이 있다. 핵발전소 문제가 단순히 위험한 에너지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근본적인 사회구조와 생활방식들, 핵발전 혹은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화석연료 중심의 삶의 방식, 이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성찰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조건 안 좋으니까 다른 것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하면 지금까지 선택했던 삶의 방식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후·신규핵발전소 문제 여전히 중요한 과제

윤리와 차별의 문제 제기와 피해자운동도 필요

 

윤종호: 여러 사람이 신울진 3·4호기와 월성1호기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저는 이중적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민의힘 같은 곳이 제기하는 것에 대해 맞서 싸워야 하는 과제가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현 정부의 탈핵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으니 그것과 싸워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있다.

노후, 신규, 조기폐쇄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우리의 과제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제기되어졌다. 그러나 싸움이 여기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방사능 피해와 영향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핵발전은 사고가 아닌 일상적인 운영으로도 피해를 주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 공해피해처럼 그런 사례에 대한 주목과 사회적 쟁점화가 필요하다.

핵발전은 윤리와 차별에 대한 문제, 사용후핵연료가 가지는 속성, 노동자가 피폭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이 있다. 윤리와 차별의 문제가 사실은 핵발전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사선의 영향과 피해가 세계적으로도 논쟁 중이다. 세계적 논쟁을 한국 사회에 잘 가져와야 하고, 그것을 소개하고 쟁점을 이끌어줄 집단이 의사와 교수 같은 전문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최근에 변호사 모임이 조금 적극적인데 종교계나 전문가 진영이 분발하여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상홍: 피해자 운동을 잘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피폭 문제를 비롯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 최근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균열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하다 보니, 수조 안에 노동자가 직접 들어가서 작업하기도 한다는데 그 작업을 로봇이 하는지 사람이 하는지도 잘 몰랐다. 어떤 장비를 갖추고 일하는지, 피폭 관련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이와 관련한 관심과 운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운동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작년 한 해 울산에서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을 막기 위해 주민투표를 한 것은 탈핵운동 진영의 대중적 성과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보니까 탈핵운동이 너무 지역적인 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안이 있는 영광, 경주, 울산, 부산에서는 계속 싸우고 있다. 울산과 부산 외에 실질적으로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고 제도를 바꿔낼 수 있는, 투표권을 많이 확보한 대도시에 우리의 운동이 없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대도시에 우리 운동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 운동의 흡입력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기후위기 운동과 탈핵운동이 굳건하게 연대하고 손잡아야 하며, 대도시에 탈핵역량을 구축하면 좋겠다.

또 여전히 주된 과제는 노후핵발전소 폐쇄와 신규핵발전소 건설 저지라고 본다. 경주와 울산의 주요과제는 중수로형 핵발전소(월성 1~4호기)를 빨리 폐쇄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탈핵운동의 저변을 확대하고 탈핵을 앞당길 수 있는 주요 지점이라고 본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재처리 부분도 우리 지역 과제다.

 

이헌석: 후쿠시마 사고 10년이 됐다. 탈핵운동이 후쿠시마 사고 전후로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는가를 보면, 탈핵진영이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반대 운동을 한 거는 후쿠시마 전후의 차이가 없다. 반핵운동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종교계 등으로 확장되었는데 현재도 그 핵심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 다만 많은 사람의 관심이 기후위기 운동으로 옮겨갔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것은 탈핵운동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세월이 많이 흘렀고, 아까 짚어보았듯이 문재인 정부 이후 쟁점이 형성되지 못했다.

이후 과제는 대선을 기점으로 탈핵운동을 어떻게 다시 확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기후위기 운동과 맞물려야 된다고 본다. 한동안 기후위기 운동이 굉장히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 속에도 탈핵운동의 역할이 있다.

지난번 대선 때도 그랬는데 탈핵진영의 요구사항이 분명해야 한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도 다르고 여러 개로 나열되는데 이것을 다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힘들다. 핵심적인 두세 가지 주제를 갖고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반복되지만 법제화 문제로 못 박아야 한다고 본다.

탈핵 정책이 최소한 다시 거꾸로 되돌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 2020년대가 가장 중요한 시점인데, 지금부터 10년 동안 핵발전소 10기가 수명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정부 계획대로라면 10년 동안 핵발전소 10기를 문 닫아야 하는데 이것을 관철하지 못하면 탈핵은 후퇴할 것이다. 이 시점에 우리의 요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정수희: 우리가 굉장히 파이팅이 넘치고 잘하고 있는듯하게 보이는데 사실 현실은 처참하다.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안조차도 지역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거나, 보수진영이 탈핵 관련해 잘못된 정보로 계속 공격하는데도 탈핵진영은 아무런 반응 없는 상황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오늘 이야기 나온 것들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그러한 동력조차도 남지 않은 게 탈핵진영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암울한 심정이다. 지역의 의제를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과 전국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책임 있는 소통과 논의가 향후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서 탈핵에 대한 국민 여론이 굉장히 낮아지고 있다. 탈핵 여론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일 낮은 수준이라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탈핵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대중운동으로 펼쳐내는 것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짜뉴스 대응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탈핵의 필요성을 일상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겠다. 한데 그것이 기후위기 운동과 결합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용석록: 진행자 아닌 참가자로서 얘기한다면, 2020년에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싸우면서 보니까 대체로 수도권에 있는 시민단체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더라. 사용후핵연료 문제야말로 핵발전을 멈출 수 있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들 말해왔는데 그렇더라. 지역은 현안에 맞서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데 왜 이 문제가 현안 지역에서만 제기되어야 하는가. 예전처럼 소모임이나 공부 모임, 이런 게 다시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윤종호: 도발적으로 말씀드린다면 기후위기와 신규-노후-조기폐쇄 운동과 관련해서 조금 비관적이라고 할까, 이런 생각이 든다. 현재 국가의 지배전략·시스템으로 얘기한다면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백날 뛰어봤자 다수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산업계와 이미 지역으로 국한되고 고립되는 판을 만들어놓았다. 수도권도 내 문제라고 상황인식을 하지 않는 이상은 역시 소수의 문제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신규를 막자 노후를 폐기하자고 한들 과연 전략적으로 내 문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이견이 있다.

우리들 내에서 사고위험에 따른 안전문제 또는 규제의 문제, 방사능 방재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해왔던 것이다. 역시나 이 문제는 핵발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고민이라는 생각이다. 이 문제를 수도권 사람들의 문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방사선의 영향과 피해가 드러나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수도권 시민들이 발끈하는 것은 바로 그곳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수도권 사람의 식탁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방사선의 피해는 후쿠시마만이 아니라 국내 핵발전소 지역을 비롯해 전국에서 생긴다는 것. 사용후핵연료도 같은 맥락으로 핵폐기물을 서울로!’라는 주장이 필요하다.

방사선의 문제를 더 들춰내고, 방사선의 영향과 피해를 굉장히 축소시켜 곡해하게 만든 것을 들춰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리고 윤리와 차별의 문제를 들춰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을 죽이는 일, 지역을 죽이는 일, 차별이 생기는 일... 이런 문제를 도덕과 윤리의 문제로 자꾸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전술적으로 연대한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자칫하면 기후위기의 의제에 반핵운동이 투항하거나 소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핵운동 자체는 이미 소수의 운동가밖에 없고 정부는 지역의 문제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반핵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나마 동력이 약간 있는 상태에서 그런 쟁점을 잘 소화해내고 전파하지 않으면 운동은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리의 세력이 약하니깐 기후위기와 병합해서 간다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핵을 '내 문제'로 받아들여야... 탈핵운동 시즌2 필요


양기석: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의욕이 충만해지고 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해야 할 일이 많구나,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탈핵 관련해서 여러 가지 토론회나 세미나, 포럼 이런 것들이 많았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심지어 외국 사람까지 초대해서 국회 안에서도 열고 탈핵진영 안에서도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들었었다. 조금 전문적인 식견을 강화하는 계기였는데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을 거의 없다.

현 정부 들어서서 탈핵이라는 의제를 정부 정책 안으로 가져갔다는 생각이 든다. 삼삼오오 모여서라도 좀 더 전문적인 식견을 나누는 그런 자리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언론매체를 통해서 사회에 노출시키는 작업을 병행해야 사람의 의식구조를 바꾸거나 정부를 압박하는 흐름이 되지 않을까. 더불어서 몇 해 전에 여러 전문가의 노력으로 탈핵로드맵이 나왔었는데, 생각해보면 큰 성과인데 이것을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없다 보니 우리의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했고 안타까웠다.

우리 운동 판에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인데 열정을 갖은 탈핵운동가도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을 엮어서 대중적으로 알릴만한 문화 컨텐츠 생산도 중요하다. 특정한 캠페인이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작업을 만들어내고, 좀 더 재주가 있는 분들이 이 판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헌석: 아까 윤종호 위원장이 기후위기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근본적으로는 같은데 보는 시각은 다른 것 같다. 실제로 기후위기 운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생태 판이든 지역 운동 판이든 분쟁이 생기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만 잡을 수 있다면 당장 핵발전소는 좀 지으면 어떠냐는 시각도 있다. 기후위기와 같이 가야 하는 문제는 탈핵의 가치를 기후위기 운동 안에도 녹이자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탈핵운동이 확장되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고, 탈핵의 고유한 의제가 있으니까 그것을 우리는 따로 해야 한다고 본다.

 

안재훈: 찬핵진영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예전에 우리가 해왔던 많은 일을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유튜브를 이용한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자며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는 등 엄청난 홍보전을 하고 있다.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어떻게 규정할까에 대해서는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도 제2의 탈핵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문제에 관해 공부도 하고 토론하는 자리도 많이 만들면 좋겠다.

 

정수희: 지역이 고립된다라는 느낌을 계속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연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지역에서의 싸움을 큰 의미에서 탈핵의 필요성이라든가 탈핵의 이유로 전환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작업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

예를 들자면 이번에 울산주민투표를 할 때 울산주민투표의 의미를 여러 지역이나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서 좀 더 큰 의미로 해석해 줄 수 있었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작업이 많이 부족했다. 맥스터 건설자재 반입이 지역 문제로만 계속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은 싸우고 있고, 여기에 왜 전국이 연대해야 하는지를 표명하면서 그에 대한 의미를 지속적으로 생산했으면 한다. 의미를 해석해주는 작업이 세미나든 강연이든 기고 글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많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예전에 고리1호기나 신고리 5·6호기 싸움을 할 때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작업이 굉장히 줄어들었다.

 

용석록: 탈핵운동, 수도권 분들에게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는 한데 예를 들어 전국 단위인 환경단체들에게 이런 역할을 제기하는 것은 힘든 것인가?

 

윤종호: 그것은 이게 내 문제냐 아니면 지역의 문제를 내가 대신해주느냐, 그런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탈핵을 내 문제로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이것을 해결해야 할 시민사회의 과제가 있고 반핵운동의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우리가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대오 정비가 필요한데, 대오 정비는 사람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내용에 대한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즌2로 지금 시기에 문재인 정부를 돌아보고, 후쿠시마 사고 10년을 돌아보면서 탈핵의 평가는 어땠는지,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현장을 잘 아는 이론가들과 이것을 잘 전하는 활동가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하길 제안한다.

 

이헌석: 탈핵로드맵의 시즌2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략적으로 큰 틀에서 다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데 대선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대선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보는데 하나는 운동진영으로서는 쟁점을 잘 드러내는 것이 있겠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는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핵발소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사람을 드러내는 전략이 더 많이 필요하다. 밀양 송전탑 투쟁도 사람의 이야기였다. 좀 더 구체적인 전략에 대한 고민한다면 큰 단체들이 왜 안 움직일까 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

기록: 김현욱 탈핵신문 사무국장

정리: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1월(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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