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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연재]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① _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방사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선이 어떤 원리로 생겨나고, 얼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방사선은 현실 속에서 어떤 규정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핵신문은 6회에 걸쳐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의 글을 게재하여 독자들에게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기획 연재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방사선의 양적구분 I -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방사선의 양적구분 II - 실용량과 방호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 의 반인권적 의도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방사선의 일반 특징

 

온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비드-19)로 난리가 났습니다. 세계적으로 비교하면 나름 선방한 것인데도 이런 정도입니다. 코비드19 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이 참 정보수집을 열심히 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론이나 정부에서도 시시각각 관련 정보나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한편으론 사람들은 코로나에는 이렇게 민감한데 방사선에는 왜 민감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방사선의 특성 때문이겠지요. 방사선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냄새도 없고, 느낄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코비드19는 일단 발열 증상이 있고, 기침도 납니다. 발열이라는 것은 우리 인체가 보내는 이상 신호입니다. 인체는 세균에 감염되면 대개 열이 나는데 이는 감염에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세균이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백혈구가 세균을 공격하는데, 체온이 올라가면 백혈구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기능이 향상됩니다.

 

그런데 방사선은 이런 현상이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치사량이라고 알려진 10시버트(Sv)10배인 100Sv의 방사선에 쪼였다고 해봅시다. 인체는 이런 엄청난 양의 방사선에 쪼여도 체온이 단지 0.024도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려도 체온이 보통 1~2도가 올라가는 데 방사선은 이런 증상이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이런 정도의 체온상승으로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방사선에 다량 피폭되면 무엇 때문에 죽는 것일까요?

바로 인간의 살아있는 세포와 방사선이 부딪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포를 손상시키는 방사선

 

세포는 대개 분자와 분자가 결합한 분자화합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분자는 또 원자와 원자가 합쳐진 것이고요. 1개의 방사성 입자는 100에서 수천 개의 분자에 충돌하면서, 전자를 떼어내고 화학결합을 파괴합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만, 위에서 제가 제시한 100Sv의 감마선은 이론적으로 세포 1개당 평균 600,000개의 분자를 대부분 순식간에 파괴하는 수준입니다. 세포는 즉각 괴사하고, 몸 전체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죠. 일본에서 도카이무라 임계사고로 숨진 오우치 히사시라는 노동자의 피폭량이 약 20Sv였습니다. 오우치의 골수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염색체가 전부 조각나 있었습니다.

 

물질의 기본특징과 방사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디까지나 발생빈도가 극히 낮은 사건이죠. 핵폭탄이 터지거나 혹은 후쿠시마처럼 핵발전소가 터질 때 옆에 있으면 모를까 10Sv이상 피폭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세포 수준의 물질과 방사선이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인체가 아니더라도 방사선은 모든 물질에 영향을 줍니다. 영향의 강도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 세상 모든 물질 중에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질이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모든 물질은 방사선에 영향을 받아야만 할까요? 물질의 기본특징 때문입니다.

 

[그림1] 원자의 구조

 

 

△ 출처: [放射線基礎](방사선의 기초, 나가사키대학, 4페이지)

 

 

세상 모든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 최소의 단위를 원자라고 합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또 원자핵은 양성자(proton, 양자라고도 함)와 중성자(neutron)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양성자는 플러스 전기를 띠고 있고 중성자는 전기를 띠지 않습니다. 전자는 마치 지구를 도는 달처럼 원자핵 주위를 궤도를 따라 돌면서 마이너스 전기를 띠고 있습니다. 플러스 전기와 마이너스 전기는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작용을 합니다. 함께 붙어있는 원리이죠.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118개의 원자를 발견했습니다만,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원자의 크기는 100억분의 1미터입니다. 원자핵은 당연히 더 작겠죠. 원자핵은 1000조분의 1미터입니다. 원자와 원자핵의 크기를 실감나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든다면 30평 아파트 방 하나의 평균 크기를 원자라고 한다면, 원자핵의 크기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 정도입니다. 원자핵의 입장에서 전자를 바라보면 지구와 달의 관계보다 훨씬 더 멀어서 아마 지구와 북극성 정도의 수준처럼 느껴질 겁니다. 이렇게 아주 작은 단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죠.

 

안정 원소와 불안정 원소

 

지금까지 발견된 원자의 수를 118개라고 했습니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양성자를 기준으로 한 분류법입니다. 양성자의 수와 전자의 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수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원자번호는 양성자의 수로 분류하는데, 중성자로 분류할 때는 원소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양성자의 수는 같으나 중성자의 수가 다를 때 우리는 이것을 동위원소라고 부릅니다. 핵발전소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세슘을 예로 들면 양성자의 수는 55개이지만, 중성자의 수가 78개일 때를 세슘-133’이라고 부릅니다. 세슘은 세슘-133일 때가 가장 안정적이면서 잘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양성자 55개와 중성자 78개를 합한 수이며, 바로 이 숫자를 질량수라고 합니다. 세슘은 133 외에도 134, 135, 137 등의 질량수가 다른 세슘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대개 불안정 원소입니다. 이들은 화학적으로는 세슘-133과 동일하게 거동하면서도 불안정해서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속성상 좀 더 안정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라는 현상을 일으킵니다. 불안정 원소가 붕괴하는 것은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누구도 모릅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변경시킬 수도 없습니다. 방사선은 이때 원소가 배출하는 에너지입니다. 원소는 방사선을 내보내야 보다 안정적인 원자로 변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운동을 하면 땀을 배출해서 안정적인 신체 온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반응과 방사선 에너지

 

원자핵과 전자가 다른 전기로 결합한 상태를 원자라고 했습니다. 원자핵과 전자는 서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바로 방사선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때의 모든 반응을 화학반응이라고 하며, 적용하는 에너지를 <전자기력>이라고 부르고 영어로 <eV>라고 씁니다. 통상적으론 원자의 화학반응은 가장 에너지가 작은 전자, 즉 가장 바깥에 위치한 전자가 화학반응에 관여합니다. 이것을 고려하면 통상의 화학반응 에너지는 1분자 당 0.1eV에서 대개 수십eV 정도입니다. 아무리 세더라도 100eV를 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사선은 높은 운동에너지를 갖습니다. 가장 센 방사선은 대개 5MeV(M은 메가)수준입니다. 이 값은 앞의 화학반응 에너지의 100만배 정도에 상당한 수준입니다. 또 약한 에너지라도 대부분은 100keV(10만 전자볼트, 혹은 100키로전자볼트)~1MeV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방사선의 에너지는 일반적인 분자의 거동에 필요한 화학반응 에너지의 대개 만 배 ~ 백만 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의 에너지가 워낙 세기 때문에 원자가 방사선 에너지와 충돌하면 전자가 떨어져 나갑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방사선을 전리방사선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방사선의 성질을 잘 드러낸 명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의 세포와 같은 분자구조나 화합물에서 전리현상이 발생하면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 신체의 70%(아동은 80%)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물의 화학구조에서 전리현상이 발생하면 우리말로는 활성산소’, 영어로는 프리래디컬(free radical)’이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파괴하고, 큰 구멍을 만듭니다. 이 구멍으로 방사성물질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세포 안에서 시행하는 신진대사(생명을 만드는 활동)를 혼란에 빠뜨리며, 세포핵 속에 있는 유전자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죠(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박찬호 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방사선 피폭의 역사』, 『핵발전소 노동자』 등을 번역하였으며,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녹색병원 설립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 현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신문 2020년 12월(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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