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핵운동가가 바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사고 핵발전소 폐로 계획부터 바로 잡아야
일본 각 언론은 10월 들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10월말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도했다. 일본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반대 여론이 높아졌고, 그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결국 일본 정부는 발표를 11월 중으로 한 달 미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연기되었을 뿐, 일본 정부가 해양 방출 방침을 바꾸거나 결정을 더 미루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시민사회는 그동안 일관되게 해양 방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오염수 보관 방안도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탈핵신문은 일본 반핵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의 반 히로유키 대표에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 대표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면 오염수는 육상에서 장기적으로 보관해야 하며, 종합적인 폐로 계획부터 다시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반 히로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출을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염려되는지?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생태계에 끼칠 방사능 영향이다. 방사능이 생태계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인간의 피폭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 어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방출된 방사능으로 후쿠시마현과 그 주변 지역 연안 어업은 괴멸적인 타격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조업을 재개했지만, 또다시 방사성 물질 해양 방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로 수산물의 해외수출 금지 조치가 연장되거나 확대됨으로써 일본의 1차산업 관계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현 어업조합은 해양 방출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죠?
어업조합은 강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의견 수렴회’에서도 어업조합은 일관되게 반대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2015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 내 지하수를 바다로 방출할 때 오염수의 향후 추가 방출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얻지 않고서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해양 방출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와 도쿄전력의 태도에 어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오염수는 현재까지 약 123만 톤, 2022년 여름까지 137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왜 이렇게까지 오염수가 늘어났는지?
그동안 오염수 발생을 줄이기 위해 땅을 얼리는 동토차수벽이나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리는 바이페스 등의 대책을 실행해 왔다. 결과는 실패였다. 특히 ‘동토차수벽’ 기술은 최악의 실패였다. 동토차수벽을 도입할 당시 도쿄전력은 지하수를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하수 유입을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었다. 현재도 오염수가 평균 하루에 약 180톤씩 발생하고 있다.
오염수 탱크 추가 설치는 못 하는 건인지, 일본 정부가 해양 방출을 고집하는 이유는?
저장 탱크를 증설할 공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 내 북쪽에 흙 처리장으로 확보된 곳이 있다. 그 자리를 활용한다면 탱크 증설이 가능하다. 오염수는 육상에서 장기 보관하는 것이 제일 합리적이다.
일본 정부가 해양 방출을 고집하는 이유는 비용적인 면이 제일 클 것이다. 해양 방출은 오염수를 제일 값싸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은가. 그리고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폐로 작업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처음부터 염두에 둬 왔으며, 오히려 오염수 발생을 최대한 줄일 노력을 게을리 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동토차수벽의 일부를 보수한다든가, 지하수가 유입되는 균열을 막는다든가 하는 대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일본 시민사회가 대안으로 주장하는 육상 보관 방안은 무엇인가
일본 시민단체들은 주로 두 가지 방법을 대안으로 주장해 왔다. 하나는 대형탱크를 설치해 장기 보관하는 방안이다. 석유 비축 기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10만 톤급 대형탱크에 옮기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면적 당 저수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튼튼하니까 안정적인 보관이 가능하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인데 그 기간을 견디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하나는 모르타르와 함께 고체화한 후 콘크리트 용기에 넣어 반지하에서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미국 사바나 강 핵시설에서 오염수를 처분하기 위해 사용된 적이 있다. 반지하로 보관하기 때문에 오염수 누출 위험성을 차단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방사능의 자연적 감쇠를 기다릴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사고 핵발전소 폐로를 30~40년 안에 완료할 계획이던데 가능할까
폐로 작업을 어떤 형태로 끝내는지, 즉 사고현장의 최종적인 마무리 모습이 어떤 건지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적어도 현재 기술로는 데브리(녹아내린 핵연료 덩어리)를 밖으로 꺼낼 수 없다. 그러니까 석관으로 덮어 적어도 100년 이상 보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폐로와 복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폐기물을 부지 밖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다. 어떤 지자체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현 주민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결국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각종 방사성 폐기물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 내에 저장해야 한다. 그것을 전제로 로드맵을 재검토하지 않는 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으로 방출하기 전에 ALPS(다핵종제거장치)로 2차 처리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도쿄전력은 지난 9월부터 시험적으로 2차 처리를 시작했다. 적절한 시기에 필터를 교환하는 등 제대로 진행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 있고, 기준치 이하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준치 이하가 되었다 하더라도 ‘제로’ 는 아니다. 예를 들어 세슘의 기준치는 리터 당 90베크렐이다. 만약 오염수 총량인 130만 톤(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음)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서 버린다 하더라도 최대 1170억 베크렐에 이른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한국 정부와 시민들이 보내준 염려의 목소리는 일본 정부가 10월 말 결정을 미루는 큰 요인이 되었다. 앞으로도 무모한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 계획에 함께 반대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1월(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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