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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연재]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② _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방사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선이 어떤 원리로 생겨나고, 얼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방사선은 현실 속에서 어떤 규정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핵신문은 6회에 걸쳐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의 글을 게재하여 독자들에게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연재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방사선의 양적구분 I -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방사선의 양적구분 II - 실용량과 방호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 의 반인권적 의도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방사선의 보편성 복습

 

방사선의 기본특징을 다시 정리하자면 불완전 동위원소의 붕괴 시에 나타나는 에너지이며, 일반적인 인체의 화학반응보다 1~ 100만 배가 센 에너지이고, 인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와 분자, 분자화합물에 대한 전리작용을 한다는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방사선이 인체의 세포와 충돌하면 원자핵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져 나간 전자는 주변의 분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전자가 전달한 에너지를 주변의 분자가(즉 원자가) 흡수하는 것이죠. 통상적인 화학반응에서는 맨 바깥쪽 전자만 떨어져 나가지만, 방사선에 쪼이면 원자핵 주변의 모든 전자가 떨어져 나갑니다. 이렇게 전자가 떨어져 나간 상태의 원자나 분자를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프리래디컬’(혹은 그냥 래디컬이라고도 한다)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이걸 일반적으로 이온화라고 이야기합니다만, 독자 여러분들은 프리래디컬로 기억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프리래디컬은 대단히 불안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화학적으로 극히 반응이 높은 상태가 됩니다. 왜냐하면, 떨어져 나간 전자 대신에 다른 한 개의 전자와 결합해서 원래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경향이 대단히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프리래디컬은 다른 분자 속에 있는 수소를 끌어당깁니다. 이러면 수소를 빼앗긴 분자는 다시 프리래디컬이 되어버리고 기능에 손상을 받습니다.

프리래디컬은 꼭 방사선 하나만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방사선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프리래디컬의 가장 일반적인 신체 영향은 소위 비특이적 노화’(non-specific ageing)라는 것입니다. 비특이적 노화에 대해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1965년 권고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만, “백혈병은 피폭을 한 개인 중에 몇 명에게 발생하지만, 비특이적 노화는 대체로 모든 피폭한 사람에게 조금씩 발생하는 효과입니다. 비특이적 노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일까요? 대표적으로 수명이 단축되고, 면역기능에 문제가 생깁니다. 1970년대 전문가들은 방사선 피폭이 수명을 단축한다는 점에 대해 상당히 많이 강조했습니다. 수명 단축은 동물실험으로도 입증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ICRP는 방사선 피폭을 확정적 영향확률적 영향으로 구분하면서, 비특이적 노화 현상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저선량에서는 결정적이지 않다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식의 표현을 하면서 외면했습니다. 인체의 영향을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독자 여러분들은 비특이적 노화를 방사선의 보편적 영향으로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방사선의 특수성

 

사실 우리의 일차적인 관심은 방사선 피폭 예방입니다. 이를 위해선 보편성만이 아니라 방사선의 특수성도 알아야 합니다. 특수성을 모르면 방사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만 갖게 되거나, 섣부른 안전론의 극단으로 나타납니다. 방사선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작업은 방사선의 종류를 구별하고 특징을 파악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의 차이, 대응방식의 다양성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방사선은 불안정 핵종의 붕괴 시에 나타나는 에너지라고 했습니다. 핵종의 붕괴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대체로 학자들은 알파, 베타, 감마라는 그리스 문자를 붙여서 종류를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원자핵에 관한 연구가 향상되면서 중성자선이나 양성자선 등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핵종의 붕괴유형이나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방사선을 구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피폭의 관점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특징을 더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피폭의 관점에서 알아야 할 방사선

 

방사선의 특수성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매개변수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전리밀도(density of ionization) 입니다. 전리밀도라는 것은 방사선의 피폭 시에 발생하는 전리작용이 촘촘한가, 듬성듬성한가로 방사선을 구분하는 기준입니다. 방사선은 에너지이고 모든 물질과 상호작용하지만, 상호작용의 수준에 차이가 납니다. 말하자면 인체의 피폭 영향을 고려할 때 방사선의 성질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방사선의 전리밀도를 규정하는 매개변수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선에너지전달(LET, Linear Energy Transfer)라는 것이고, 둘째는 생물학적효과비(RBE)라는 것입니다. LETRBE는 사실상 같은 것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은 LETRBE중에서 하나만 기억하셔도 무방합니다. 두 가지다 높을 수록 촘촘한 전리현상이 발생합니다. 전리가 촘촘한 것과 듬성듬성한 것의 차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이해하시기가 빠릅니다.

방사선의 효과는 일부 핵종의 경우 온몸에 퍼져 전신에 균등하게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칼륨-40입니다만, 그러나 위 그림과 같이 특정 방사선은 지나는 궤적을 따라 전리현상이 촘촘하게 발생합니다. 여기에 방사성 핵종에 따른 집중 집적 현상, 즉 특정 장기나 조직에서 집중적으로 축적하는 효과가 발생하면 촘촘함이 극대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방사선의 ‘LET’를 핸드폰의 ‘LTE’와 헷갈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LET가 높을수록 세포의 원자들과 충돌하면서 전자를 촘촘하게 떼어내기 때문에 이런 전자와의 결합이 떨어져 나간 원자는 더이상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없어집니다. 변형되는 겁니다. 예전에는 LET를 기준으로 방사선을 구분할 때 선질계수’(Quality Factor, QF)라는 수치를 적용했습니다만, 요새는 방사선가중치라고 명칭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선량이더라도 LET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 방사선의 전리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로 인체가 피폭할 경우는 기준이 되는 감마선을 1로 하고, 다른종류의 방사선에 대해선 더 높은 수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기본선량에 선질계수를 종류에 따라 달리 곱해줍니다. 이렇게 선질계수에 흡수선량을 곱한 값을 예전에는 선량당량이라고 불렀고, 지금은 등가선량이라고 부릅니다(나중에 다시설명). , 인체의 실제 피폭량은 기본선량 × 선질계수가 됩니다. 기본선량인 감마선에 피폭하면 선량 = 피폭량이 되겠지만, 만일 알파선에 피폭하면 20을 곱해줍니다. 이것은 알파선이 감마선보다 20배의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즉 전리밀도가 20배라는 점을 나타냅니다. 인체의 피폭 관점에서는 감마선보다 알파선에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이죠.

 

피폭의 유형

 

이제는 지금까지 논의해 온 방사선의 특수성을 피폭의 유형과 관련해서 이해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방사선 피폭은 다 아시겠지만,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방사성 물질이나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체(원폭, X선장비 등)가 몸 외부에 있어서, 이곳으로부터 배출되는 방사선(입자)이 몸에 작용하는 상태를 외부피폭이라고 합니다.

반면 방사성 물질은 원자상태, 분자상태, 미립자 형태의 것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물에 녹아있는 채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사성 물질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몸에 흡착하거나 몸 내부에 들어와 내부의 어딘가에 흡착해서 혈류로 운반되어 몸속을 돌아다니는 거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서 거동할 때, 방사선도 계속해서 배출됩니다. 따라서 방사성 물질이 가는 곳, 흡착하는 곳의 주변이 방사선에 피폭합니다. 해당 지점의 신체조직이 피폭하는 것이죠. 이것을 내부피폭이라고 합니다.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의 최대의 차이점은 영향을 주는 방사선의 차이에 있습니다. 외부피폭의 경우 알파선은 옷으로 차단할 수 있고, 베타선도 피부의 표면 약간 밑 부분까지밖에 도달 못하므로 통상의 경우 영향은 적습니다. 감마선이나 중성자선 및 X선이 몸을 침투하기 때문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인체 안으로 들어오면 알파선이나 베타선도 주변 조직체에 영향을 주며, 이때의 영향은 감마선보다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왜 클까요? 앞에서 언급했던 LTE 때문입니다

 

글쓴이: 박찬호 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방사선 피폭의 역사』, 『핵발전소 노동자』 등을 번역하였으며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녹색병원 설립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현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신문 2021년 1월(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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