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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연재]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⑤ _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의 반인권적 의도

탈핵신문은 6회에 걸쳐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의 글을 게재하여 독자들의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연재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방사선의 양적구분 I -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방사선의 양적구분 II - 실용량과 방호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⑤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의 반인권적 의도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유효선량이 엄청 작은 값이라도 인간에게는 치명적

 

 

이번 달에는 유효선량에 대해 공부할 차례입니다. 유효선량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라는 조직에서 만들었습니다. 탈핵신문에 ICRP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ICRP 한 줄로 요약하면 오늘날 방사선 피폭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 제공자이면서 언제나 핵산업을 옹호하는 조직이라는 내용입니다. ICRP는 방사선 피폭 관련 정책 결정을 각국에 권고하는 민간단체입니다만, 국제 핵산업의 운영을 보호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피폭합리화 단체입니다.

 

ICRP는 물리량이나 측정량과는 다른 방호량이라는 선량개념을 사용해 왔습니다. ‘방호라는 단어는 원래 피폭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의미지만, ICRP는 이 단어를 피폭합리화개념으로 바꿉니다. 예컨대 ICRP1977년 권고부터 노골적인 금전적 계산을 도입합니다. 말하자면 핵물질을 다루는 한 피폭은 불가피하지만, 돈을 벌어 이득도 발생하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때 나온 선량개념이 등가선량유효선량당량입니다. 이후 1990년 권고에서 현재 사용하는 등가선량’, ‘유효선량이라는 명칭으로 바꿔 적용합니다. 사람들은 시버트(S)를 단순한 방사선의 양이라고만 생각합니다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방사선의 물리량에 잡다한 개념과 추정을 적용해 피폭량을 실제보다 작게 만든 단위라고 해야 합니다.

 

ICRP의 방호량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독자들께서 다시 추가로 기억해야 할 방사선의 선량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앞에서 배운 <흡수선량>은 일정한 에너지를 전달하거나 흡수한 양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에너지의 전달이나 흡수는 어떤 특정 지점을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방사선이 입자(알파선, 베타선)와 파동(감마선, 엑스선, 중성자선)으로 구성된다고 했을 때, 원자나 분자의 전리를 통해 물체를 이온화시켜버린다는 개념은 사실 특정 지점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입니다. 피폭에서는 이런 점들로 인해서 방사선의 방향이나 위치 등을 상당히 주의 깊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유효선량의 기만성

특정 부분 피폭을 온몸 전체로 선량 평균화

 

 

입자라는 개념은 공간을 랜덤하게 떠도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나 피폭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방사선과 물질의 충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러한 충돌 결과 발생하는 흡수선량은 특정 지점의 에너지 흡수를 의미하는 것이지, 평균적인 흡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ICRP는 이러한 선량개념을 물질 전체의 평균 개념으로 바꿔버립니다. 1990년 권고문 22절에서는 흡수선량은 어떤 한 지점에서 규정하는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당 보고서에서는 특별히 부정하지 않는 한, 하나의 조직·장기내의 평균선량을 의미한다고 서술했습니다. ICRP는 이렇게 뜬금없이 평균선량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확률적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만을 언급할 따름입니다. 이런 후에 유효선량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것은 특히 인간의 피폭을 적용할 때 온몸 전체를 대상으로 선량을 평균하는 개념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필자가 머리에 CT를 찍어서 감마선 5밀리시버트(mSv)에 피폭했다고 합시다. ICRP에 의하면 이렇게 감마선에 특정 지점을 피폭해도(감마선은 인체를 통과해버립니다만) “온몸에 평균해서 피폭이 발생한다고 판단합니다. 머리나 허리 등의 특정 지점을 쪼였음에도, 피폭선량 5mSv는 유효선량을 산출할 때는 다시 적용해야 합니다. 즉 온몸에 평균해서 피폭했기 때문에 전신을 1로 보고 각 장기별로 할당해서 가중치를 적용합니다.

 

이론상 모든 장기를 다 합해야 1이 되는 조직가중지수(tissue weighting factor)’를 해당 부위별로 곱해줍니다. 머리의 피폭은 조직가중지지수 중에 머리에 할당된 각 값만을 따로 계산합니다. 예컨대 5mSv를 계산하면 머리에는 갑상선 0.04×5mSv + 0.01×5mSv + 침샘 0.01×5mSv + 골수(10%) 0.12×0.5mSv ‥‥‥ = 0.9mSv의 유효선량이 됩니다. 머리 부위에 있는 많은 조직을 아무리 포함시켜봐야 거의 82%가 줄어든 피폭량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을 기만하는 유효선량의 본질입니다.

 

 

즉 유효선량은 이론상의 선량이며, 추정값입니다. 이렇기에 유효선량은 측정할 수 없으며, 개인에게 적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ICRP근사값이라는 표현으로 어물쩍 넘어갑니다만, 실제는 어떻습니까? 노동자들의 선량한도를 전부 유효선량으로 정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방사선 피폭 질병을 판단합니다. 특히나 ICRP는 외부피폭을 중심으로 피폭을 고려하기 때문에, 내부피폭이 발생해서 특정 장기에 방사선 에너지가 유착하는 흡수선량 본래의 의미를 완벽하게 무시해 버립니다.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ICRP의 이런 방법으로 인해 내부피폭 리스크가 600배의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유효선량 개념을 도입하여 실제의 물리량을 줄여버리면 누구에게 유리하겠습니까?

 

 

선량 줄이는 유효선량 환산계수

 

 

ICRP는 선량을 줄이는 또 하나의 이론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유효선량 환산계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부피폭을 추정하기 위해 1베크렐을 시버트 단위로 바꿔주는 계수입니다. 각각의 방사성 핵종을 경구섭취 하거나 흡입섭취 했을 때마다 측정을 통해 알고 있는 베크렐 값에 별도의 값을 곱해주는 것입니다. 사람의 나이별로도 다른 값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인이 삼중수소 1베크렐(Bq)을 경구섭취 했다면 이것은 0.000018마이크로시버트(μSv)가 됩니다. 100Bq이라면 0.0018μSv가 되겠죠. 아마도 이런 환산계수는 방사선의 종류나 에너지값에 따라 책정한 것으로 보이는 데, 물론 상세한 근거는 ICRP만이 이용하는 모형에 따라 추정하여 산출한 것입니다. 복잡한 수식을 통해 몸 밖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한 값이 과연 몸속의 실제 선량에 합치하느냐에 대해선 누구도 모릅니다. 이제 구체적인 사례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리 반다제프스키는 벨라루스의 의사이며, 고멜 의과대학의 학장이었습니다. 그는 1997년 체르노빌 사고로 피폭해서 사망한 10세 이하 아동들 52명을 해부해서 장기별로 세슘-137의 유착실태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2003년도에 <스위스 메디칼 위클리>라는 잡지에 논문 <Chronic Cs-137 incorporation in children's organs(아동의 내장기관에 세슘137의 유착)>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세슘-137의 압도적인 양이 갑상선에 몰리고 있음을 나타냈으며, 아울러 신장이나 췌장 등에도 많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다른 저서인 Consequence of the Chernobyl disaster, Reproduction of Human Being in condition of Radiation Exposure(체르노빌 사고의 귀결, 피폭 상황에서 인간의 재생산 문제에서는 체르노빌 사고의 경험을 집대성하여 특히나 세슘-137이 생식계통이나 심장에 많은 손상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직접 사람을 해부해서 확인했지만, 이때의 방사선량은 베크렐(Bq) 기준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선량을 측정하지는 못했고 농도라고 할 수 있는 베크렐로 확인했던 것입니다. 그가 발표한 사망한 아동들의 가장 높은 농도는 갑상선에서 2054Bq이었으며, 가장 낮은 농도는 간의 347Bq이었습니다.

 

 

일반인 선량한도 1mSv

내부피폭에서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

 

 

그런데 ICRP는 세슘-137을 시버트로 환산할 때는 1베크렐당 다음과 같은 수치를 적용합니다.

 

 

반다제프스키가 확인한 베크렐 양을 10세 기준으로 ICRP의 유효선량 환산계수를 적용해보면 2,054Bq × 0.01 = 20.5마이크로시버트, 347Bq × 0.01 = 3.4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옵니다. 아동들의 경우 겨우 최소 3.4마이크로시버트에서 최대 20.5마이크로시버트에 불과한 양이 장기에 유착되어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양은 사망한 후에 측정한 것이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입니다. ICRP는 피폭선량을 가급적 축소하려고 시버트 단위의 유효선량이라는 개념을 채택하고, 또 내부피폭에 대해서는 베크렐을 유효선량으로 바꿔주는 환산계수를 적용합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런 방식은 실제 선량을 너무나 축소해 버립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유효선량으로 발표된 선량은 엄청나게 작은 값이라도 인간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반인의 선량한도라고 책정한 1mSv도 사실 내부피폭에서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인 것입니다.

 

 

 

글쓴이: 박찬호(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방사선 피폭의 역사>, <핵발전소 노동자> 등을 번역하였으며,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녹색병원 설립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 현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신문 2021년 5월(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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