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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연재]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⑥ _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탈핵신문은 6회에 걸쳐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의 글을 게재하여 독자들의 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연재

방사선의 일반적 특징

방사선의 질적 구분과 개별 특징

방사선의 양적구분 I - 물리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방사선의 양적구분 II - 실용량과 방호량에 대한 올바른 이해

유효선량의 기만성과 ICRP 의 반인권적 의도

⑥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방사선 피폭 영향과 과제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우리는 방사선 피폭의 현재 수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방사선은 종류도 다양하고, 에너지의 세기도 다릅니다만, 모든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 혹은 분자 구조를 파괴하는 보편성을 갖고 있습니다. 방사선은 물질의 기본구성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훨씬 세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가 방사선과 충돌하면 반드시 전리현상으로 인한 손상이 발생합니다. 생물체의 경우는 분자나 분자결합물로 이루어진 세포수준에서 손상이 발생합니다. 사람의 경우엔 특히 유전자 손상이 발생합니다. 다만 방사선은 종류별로 전리현상이 촘촘한가 듬성듬성한가의 여부, 비정의 방향, 충돌 당시 물체나 생명체의 조건, 일회성이냐 다회성이냐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피폭의 특수성이라고 합니다. 피폭의 특수성은 손상의 규모나 심각성을 결정합니다.

 

 

방사선 피폭 영향의 쟁점

 

 

방사선 피폭의 영향에 대해선 몇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이를 추리고 추리면 핵심 쟁점은 3가지입니다. 100mSv 이하의 저선량에서 피폭의 영향 유무(소위 문턱값), 저선량 피폭 영향의 확률적 발생 유무, 피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종류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ICRP 등 핵추진 세력이 100mSv 이하의 피폭 영향에 대해, “영향이 없다라고 하지 않고 확인할 수 없다고 말장난을 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사실 100mSv 이하 저선량 피폭 문제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거의 피폭 영향을 인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미국과학아카데미의 <BEIR-VII>라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BEIR-VII> 보고서의 초점은 바로 저선량 피폭의 영향과 문턱값 실재 여부였으며, 최소한 두 점에 대해선 확실하게 확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학아카데미는 <BEIR-VII> 보고서에서 생물학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검토한 결과, 본 위원회는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은 문턱값 없는 직선형태의 모델을 따라 나타나며, 아무리 작은 양의 방사능이라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자를 추적 조사해 온 역학조사인 수명연구(LSS ; Life Span Study)가 있습니다. 수명연구의 가장 최근 보고서인 <LSS-14>“(피폭) 리스크는 피폭 연령이 10세 낮아질수록 약 29%가 증가했습니다. 모든 고형암에 대해 초과상대위험도가 유의한 최소추정 선량 범위는 0~0.2그레이(Gy)였으며(=0~200mSv), 확정할 수 있는 선량 문턱값 해석(선량반응에 대한 직선형 모델)에서는 문턱 값이 나타나지 않았고, 제로선량이 가장 좋은 문턱값 추정치였다고 서술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INWORKS 코호트연구>로 핵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추적조사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음 표에서 드러나듯이 이들의 평균 피폭선량은 20mGy 에 불과했습니다.

 

 

 

 

ICRP는 방사선 피폭을 확률적 영향확정적 영향으로 나누고, 저선량 피폭은 확률적 영향이라고 주장합니다. ‘확률이라는 말은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ICRP의 이런 주장은 일면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 거짓말입니다.

 

앞에서 이미 세포 수준에서 방사선의 에너지 세기는 인체의 분자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수준보다 최소 1만 배에서 최대 100만 배가 더 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인체의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는 방사선에 피폭하면 무조건 손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달려오는 자동차에 사람이 부딪히면 사람이 다치는 것과 원리적으로는 똑같은 것입니다. 이럴 때 손상이 확률적으로발생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조직이나 연령대, 혹은 분열 도중에 있는 세포가 피폭했을 경우 분자 구조의 손상은 치명적입니다. 다만 인체에는 세포의 손상을 복구하는 수복기능이 있습니다. 세포 손상 자체가 치명적일 경우에는 세포를 죽여 버리거나(소위 세포사, apoptosis), DNA 한 가닥 절단 등 손상이 부분적일 경우 수복기능을 통해 복구합니다. 방사선으로 인한 DNA 손상이 발생하면 수복 단백질이 상처에 집중적으로 쌓이면서 수복기능을 수행합니다. 다만 수복이 잘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수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DNA 두 가닥 절단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수복기능을 통해 복구하는 과정은 확률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분자손상을 확률적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아주 극소량의 방사선이라도 인체 손상이 발생하는 것은 에너지의 세기에 따른 물리적 필연일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역학조사, 인체 해부 등을 통해 확인된 과학적 사실입니다. 결국, 손상은 필연이고 수복은 확률이라는 이런 과학적 엄밀성을 외면하고, ICRP는 두루뭉술 확률적 영향이라고 표현하면서 마치 손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연재 과정에서 지면 부족으로 설명하지 못한 내용 중에 <방사선장>의 문제도 있습니다. 방사선장은 방사선의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을 흡수선량이라고 했을 때, 방사선이 흡수되는 입체적인 공간상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ICRP는 이런 방사선장의 개념을 거의 무시하면서 평균개념을 사용한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아무튼 방사선장의 경계선 부근 같은 곳에서는 세포가 충격은 받았는데 손상은 별로 없는 그런 형태이거나, 혹은 손상은 발생했는데 당장은 문제없어 보이면서 잠복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암 등의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본 전역 역학조사 결과 영유아 선천성심장병 14.2% 증가

 

 

방사선 피폭은 백혈병이나 암 이외에도 많은 질병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심장병에 대한 최근 역학조사만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무라세 카오리(村瀬 )는 일본심장병협회의 지원을 받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전후의 복합 선천성심장병(CHD) 수술의 증가를 조사했습니다.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데이터를 사용해서 일본 전국의 46종류 CHD와 관련된 거의 모든 수술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영유아 10만 명당 복합 CHD의 수술 건수가 사고 이전보다 14.2%(95% CI, 9.319.4)나 증가한 반면, 이들 연령대의 일반적인 수술 건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가 후쿠시마 지역만이 아닌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아동들의 심장병 발생과 수술 건수가 많이 증가한 것은 체르노빌에서도 동일한 현상이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한 가지

 

 

이렇듯 방사선 에너지는 피폭하면 죽음까지 유발하지만, 이때의 물리적인 양은 미미합니다. 즉 방사선은 물리적으로 약 0.5g만 있어도 거주금지구역 수준의 영향이 발생합니다. 또한, 방사선 에너지는 인체에 균등하게 퍼지지 않습니다. 몸 세포 중에 중요한 일부분에 집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생물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방사선 피폭의 인체 영향에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해명하지 못한 여러 영역이 있습니다만, 생명체에 치명적인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거동양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때 우리가 대응할 방법은 하나입니다. 핵물질의 사용을 중단하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 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쓴이: 박찬호(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방사선 피폭의 역사>, <핵발전소 노동자> 등을 번역하였으며,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녹색병원 설립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 현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신문 2021년 6월(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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