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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영광원전 범대위 소고

칼럼

영광원전 범대위 소고


황대권 한빛원전 영광군범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이글은 지역 범대위에 대한 단상이지만 탈핵운동의 대중화와 지역 헤게모니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참조가 될 듯하여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하고 사정을 밝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영광의 지역 탈핵조직이 재건될 때 우리는 명칭에 탈핵이나 반핵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했다. 처음부터 찬핵 또는 중도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시작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찬반을 떠나 주민들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은 안전이었다. 해서 영광의 지역조직은 <영광 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이라는 긴 이름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반대만 외치다가 지역에서 고립된 소수로 전락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온 터라 처음부터 찬반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소통을 했다. 2012짝퉁 부품사건으로 한수원이 뭇매를 맞던 때였다. 지역의 목소리를 한데 묶어 한수원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범대위를 제안했다. 당시에 지역 군의회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여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첫 범대위는 군의회의 위상을 존중하여 군의회 의장을 상임위원장으로 하는 5인 공동의장 체제로 출범하였다. 범대위는 큰 무리 없이 주어진 과제를 잘 처리했고 2년 후 의회가 선거로 인해 해산되는 바람에 자동으로 해체되었다.


2013년부터 박근혜 정권이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핵폐기물 문제를 일방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공동행동은 정부의 독주를 막고 여러 가지 원전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어 2015년에 제2차 범대위를 제안했다. 이번에는 군의회를 배제했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자격지심으로 인해 민주적 회의가 잘되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5년이 흘렀고, 영광범대위는 명실공히 원전에 관한 한 지역 3대 권력 축의 하나가 되었다. 문제는 3자가 정립하다 보니 의견이 엇갈리면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이번 한빛원전 3,4호기 재가동문제가 그랬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1230일에 3자 협의체인 한빛원전 공대위가 구성되었다. 일단은 3,4호기 대응에 국한했지만 결과에 따라 상시적 기구로 될 가능성이 크다.


형태로만 보면 영광지역은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단일대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공동행동은 지역을 단일대오로 만들지 못하면 한수원이 사활을 걸고 있는 고준위핵폐물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지 않은 포기와 희생이 뒤따랐다. 먼저 공동행동의 탈핵 논조가 엷어졌고, 그러다 보니 탈핵시민단체와의 연대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민들이 똘똘 뭉침으로써 핵 문제의 지역화가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영광공동행동의 이 선택이 잘 된 건지 아니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직 본격적인 싸움이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가 지역이기주의의 극복이고, 둘째가 탈핵 헤게모니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며, 셋째가 전국 탈핵 연대체와의 관계 정립이다. 이에 대해 전국의 탈핵 동지들의 조언과 비판을 기대한다


탈핵신문 2021년 1월(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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