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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사, 핵폐기물

핵심 빠진 졸속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 문제점과 과제 긴급토론회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가 43일 환경운동연합 1층 회화나무홀에서 긴급 전문가 초청 토론회을 열었다. 토론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전문가검토그룹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다뤘으며, 제대로 된 공론화를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가 4 3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전문가 초청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윤종호


전문가는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을 초청했다. 경주와 울산 현안 지역에서도 두 사람이 참석했으며, 토론회 진행은 안재훈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로 인해 참가자를 제한하고 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 계정으로 라이브 생방송도 함께 진행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압축해 발표자별로 소개한다.

 


안정적 처리보다 현안에 급급한 재검토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는 크게 기술분야와 정책분야로 전문가 검토그룹을 구성해 전문가 검토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7개 분야의 제한된 의제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초기부터 회의적이었다. 공론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 설정 없이 세부 사항에 대한 검토는 제한적인 의미만 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검토위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이미 정해진 서식에 맞추어 온라인 공청회(3/25)까지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재검토 의제 중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 수준에 대해 전문가그룹은 국내의 기본적인 관련 기술 준비가 일천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그룹은 정책 결정 과정과의 합일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적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은 공론화로 무언가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그룹은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의제에 대해서는 부지선정 절차, 원칙, 부지선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국가의 처분시스템 확정과 국민의 요구 사항 도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7가지 항목 검토내용이 별 의미가 없으며, 이는 전문가 참여 이전에 이미 산업부와 재검토위가 시나리오를 다 짜놓은 것으로써 요식적인 절차만 거치고 있다.


지금은 공론 따질 시점이 아니다. 어떤 처분장을 지을 것인지,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공론화는 맥스터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지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제도와 설계가 없다.


 

한수원 민원 해결용 재검토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 재검토위는 지난해 11월 전문가검토그룹을 구성, 올해 1월까지 5~6회 회의를 거쳐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검토그룹 구성원 중 3분의 2 정도는 사용후핵연료 관련해 문외한인 사람들이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충분한 학습 뒤에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5~6회 회의로 검토를 마친 것이다.


재검토위가 발표한 검토보고서는 기초적인 개념학습과 사실 확인조차 생략된 부실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한 예를 들면, 전문가검토그룹 합의사항은 사용후핵연료 회수가능성 개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는 회수가능성의 적용방식과 방식별 위험/편익 평가조차 없다. 또 보고서 5세계 사용후핵연료 관리 동향은 영국이 이미 2018년도에 재처리를 중단했는데도 재처리 국가로 표기하는 등 대부분 3년 전 작성된 각종 자료를 짜깁기한 것으로 전문가 검토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다.



재검토위가 325일 전문가그룹 검토 결과 공개 온라인 토론회를 상공회의소에서 열었으나, 폭넓게 사전 공지가 안 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다. (사진=재검토위원회)


재검토위의 전문가검토그룹 운영은 결국 산업부가 당면한 월성 건식저장시설인 이른바 맥스터의 확장건설 관련 한수원의 민원해결용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산자부와 과기부 등 산하기관별로 진행되는 방만한 사용후핵연료 관련 프로그램들을 중단시키고 조속히 국가 차원의 독립적인 방폐물관리위원회를 설립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정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핵심 의제 누락된 재검토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 : 전문가검토그룹 보고서 9쪽을 보면 사용후핵연료의 정의를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근거로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핵연료물질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핵분열시킨 핵연료물질로 유추하고 있다라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법은 핵연료물질과 사용후핵연료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이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유추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재검토한 것이다. 또 이번 재검토는 건식저장시설의 관리 주체, 법적 지위, 관리기준 등 핵심 의제가 모두 누락됐다. 그러나 지금 재검토위는 맥스터를 지을래? 말래?’라는 단편적인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주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할 때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짓지 않겠다고 특별법에 명시했다. 지금의 공론화 내용을 많은 경주시민은 잘 모르고 있고, 경주실행기구는 회의참관도 안 되고, 회의결과도 공개 안 하고 있으며, 밀실 속에서 진행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그나마 시민사회가 참여했으나, 지금의 재검토는 시민사회가 빠져 있다. 경주실행기구는 회의조차 공개 안 하고 있는데 경주시민도 모르게 진행되는 재검토는 중단돼야 한다. 판을 새로 짜고 재검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주민 수용성보다 안전성 더 중요

 

용석록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울산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에 있어서 경주에 맥스터를 짓느냐 마느냐는 식의 지역 문제로 떠오르는 것을 애초부터 경계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된 관리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울산시청 기준 반경 30km 이내에 전국 사용후핵연료의 약 70%가 쌓여있다.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울산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장, 시의회와 구의회, 주민단체와 시민단체가 수십 차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관련해 의향서나 요구서를 전달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울산은 현재 불통산업부나 재검토위의 공론화 중단을 촉구하면서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는 한국에서도 대표적으로 활성단층대가 많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당연히 안전성을 먼저 고려하고 주민 수용성은 맨 마지막 단계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검토그룹은 공개보고서에 이 논의를 합의 못 하고 미합의 사항으로 남겨 두었다. 금의 재검토는 박근혜 정부의 반쪽짜리 공론화와 다름없는 공론화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핵발전소 소재 지역이나 인근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핵발전으로 인한 사용후핵연료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 현재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검토위원회와 경주실행기구를 해산하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 제대로 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김종필 통신원(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탈핵신문 2020년 4월(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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