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수명연장 무효소송 항소심 2차 공판 열려
재판부가 핵산업계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방청하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7월 18일(화) 오전 11시 30분, 서울고등법원 제1별관 제303호 대법정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이곳에서 월성핵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에서 1년 넘게 12번의 심리를 거쳐 ‘허가취소’ 판결을 내린 사건이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을 잘 살피지 않고 핵산업계를 두둔해, 쭉 재판을 참관해온 시민들을 실망하게 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피고(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문서 제출명령이었다. 피고가 그동안 월성1호기 안전성 평가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원고 측(경주시민 등 2167명) 변호인이 재판부에 문서 제출명령을 요청했다.
핵발전소의 ‘운영변경허가’에 해당하는 주요 설비교체는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는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심의 의결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월성1호기의 주요 설비교체 허가는 위원회의 심의 의결 없이 사무국의 과장이 결재했다. 무려 19항목에 이르는 방대한 설비교체가 과장 손에서 결정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과장 결재가 위원회의 권한을 잠탈(潛脫)한 것으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 변호인이 요청한 문서는 바로 19항목(설비교체)의 안전성 평가 자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 의결도 받지 않고 과장이 독단으로 처리한 만큼, 항소심 재판에서 안전성 평가를 잘했는지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 측 변호인의 요청에 선 듯 응하지 않으면서, 사업자의 주장을 인용해 문서제출명령을 꼭 해야하는지 되물었다.
문서제출명령을 두고 다투면서 압력관(원자로) 교체가 많이 거론됐다. 압력관 교체도 문제의 19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압력관 교체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발전소 수명이 3년 정도 남았는데 압력관이 못 쓰게 되어 교체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 갈아서 계속 사용해야지 일일이 심의와 허가를 받을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재판부가 이러한 의견을 원고 측에 전달하며 문서제출명령이 꼭 필요한지 되물은 것이다.
6,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년 4개월 동안 실시한 대규모 압력관 교체를 고장난 부품 수리 정도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또한 이 사건은 사업자(한수원)의 영업행위가 아니라, 규제기관인 피고(원자력안전위원회)의 행정행위에 대한 재판이다. 압력관 교체를 포함해 19항목의 설비교체가 ‘최신안전기술기준’을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원고 측 변호인은 사업자의 주장대로 하면 “법이 필요 없는 것 아니냐”며 문서제출명령을 거듭 요청했고, 재판부는 차기 재판에서 이 문제를 더 다루기로 했다.
피고의 자료제출 거부는 1심 재판 때도 계속 문제가 됐다. 피고는 국가기밀, 사업자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재판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원고 측 변호인은 정보가 부족했으나 양심적 핵공학자들의 법정 증언에 힘입어 1심 판결을 승소로 이끌었다. 그러므로 항소심에서 피고의 자료제출은 더욱 중요하다. 19항목의 설비교체를 허가하면서 ‘최신안전기술기준’을 적용했는지 피고가 문서로 입증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의 역할도 이것을 밝히는 데 있다.
탈핵신문 2017년 7월22일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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