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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월성핵발전소 이주대책위 천막농성 ‘1천일’

월성핵발전소에 딱 붙어서 사는 주민들의 이주요구천막농성이 1천일을 넘었다. 월성핵발전소에 접해있는 나아리, 나산리 주민들이 2014825일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래 2017515()을 기점으로 1천일을 넘겼다. 40년 핵발전 역사에서 최장기 주민 농성이다.

 

천막농성 ‘1천일을 맞이하는 경주 나아리 이주대책위 주민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상여와 관을 끌면서 행진을 하고 있다.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의 천막농성장은 특이하게도 핵발전소 제한구역 내에 있다. 제한구역은 넓은 의미에서 핵발전소 부지에 포함된다. 천막농성 초기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쪽은 제한구역을 이유로 천막농성장 철거를 검토했으나, 이주대책위는 월성원전 홍보관을 문제 삼았다.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홍보관이 제한구역 내에 있으므로 천막농성장 철거의 명분이 없었다.

 

주민들은 이주를 위해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으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시기와 맞물리면서 천막농성장은 노후핵발전소 폐쇄 운동의 상징적 공간으로 변했다. 수명연장 심사가 막바지였던 20152월의 혹한에 이주대책위는 수차례 상경 집회를 했다. 20159, 경주시민의 월성1호기 폐쇄 염원을 담은 만인소를 광화문 광장에 펼치고 청와대 민원실에 만인소 사본을 전달했다.

 

또한, 천막농성은 핵발전소 주변의 방사능 피폭을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20161, 이주대책위는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피폭 문제를 고발했다.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몸속에서 100%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5세 아동의 소변에서도 성인보다 많은 삼중수소가 나와서 충격을 주었다. 이주대책위는 지금도 소변을 채취하여 삼중수소 피폭을 꾸준히 감시하고 있다.

 

이주대책위의 끈질긴 투쟁은 국회를 움직이고 있다. 20161122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주민 이주사업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월성핵발전소의 주민뿐만 아니라 영광, 울진, 고리의 주민들도 혜택을 입게 된다. 이주대책위의 작은 투쟁이 큰 역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물론 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서 전방위로 로비하고 있다. 이 또한 이주대책위는 투쟁으로 잘 헤쳐나가겠지만, 어느 때보다 시민사회진영의 도움이 절실한 시기다.

 

주민들의 이주요구는 기본적 인권의 문제다. 논의를 더 좁히면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를 접하면서, 삼중수소 피폭을 알게 되면서, 핵발전소 주변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벌어지면서 더는 이곳에서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주거지를 옮기지 못했다. 핵발전소 주변의 부동산은 거래가 일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때문에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와 사업자가 나서서 자산을 매입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매입한 부동산은 정부와 사업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큰 예산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4개 핵발전소 지역을 대상으로 이주 단지를 조성하는데 8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주 단지를 요청한 바 없고, 그냥 이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뿐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515일을 지나면서 1천일을 넘기는 천막농성이 그리 달갑지 않다. 참 많은 사람이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2015년 유엔 인권대사가 천막농성장을 방문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9·12 지진 발생 직후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탈핵 순례를 하면 꼭 거치는 곳이 천막농성장이다. 이주대책위는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유일한 주민 탈핵운동으로 사회운동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제 주민들을 자유롭게 해줄 때가 됐다.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