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 노동자와 함께 만들어야
에너지 전환 선언을 환영한다.
오늘 고리1호기의 영구중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에너지 노동자들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에너지 전환을 우리나라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문재인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
동시에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기에 그에 걸맞은 우리사회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에너지 민영화, 시장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는 없다. 에너지 전환은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난 경제 전환, 노동과 환경을 존중하는 사회 전환, 시민과 노동자의 참여에 기반을 한 정치 전환과 함께 가야 한다.
터무니없는 자본과 업계의 반발
알다시피 석탄화력과 원자력 업계를 대변하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에너지 전환을 방해해 왔다. 비용을 탓하거나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며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지만,이는 낡은 논리일 뿐이다. 돈으로 매겨질 수 없는 환경과 안전, 건강 비용이 우리에게는 훨씬 중요하다.
SK, 포스코, 삼성 등 민간 석탄화력 사업자들도 신규 건설이 중단될 경우 수천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 중이다. 원자력업계도 6월 1일 원자력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렇게 자기 이해관계만 지키려는 자들은 스스로를 적폐 세력으로 내세우는 셈이다.
노동과 민주주의가 있는 에너지 전환
반면 에너지 산업의 이해관계자이기도 한 노동자들은 고민 끝에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았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은 한 달 전에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 실행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너지 노동자들은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스스로의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에너지 전환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에너지 민영화, 시장화 조치가 발생한다면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에도 ‘노동’과 ‘민주주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석탄화력과 LNG발전 사업에 진출한 민간 대기업들은 막대한 초과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제어하지 못하고 더욱 확대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본의 로비를 물리치고 노동자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민주적인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시민들, 그리고 지역 사회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받을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들에게 에너지 전환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을 함께 만들자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제안한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산업에 종사해온 노동자들은, 한국 에너지 시스템의 문제를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고민해왔다. 그 시간 속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목격하고 대안을 생각해왔다.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은 석탄과 원자력을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무엇보다 에너지 정책의 철학을 에너지 민영화, 시장화에서 에너지 전환과 민주주의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화력5개사와 원자력1개사로 분할된 한전의 발전공기업을 연료원과 지역 규모를 고려해서 3개 정도로 재편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공기업 내부에서 인력을 재배치하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동력도 생긴다. 한전과 발전공기업,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에 대한 시장주의적 경영평가를 폐지하고, 에너지 전환과 민주주의를 조직 운영의 원리로 하여 공공기관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둘째, 경제급전 원리에 따라 작동하고, 전력산업의 완전 민영화를 전제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전력거래시장을 환경, 안전, 공공성의 측면에서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즉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경제성만을 앞세운 전력산업의 재편을 중단하고 공공성을 앞세워야 한다.
셋째,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은 민주적이고 계획적인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즉, 노동자와 시민, 지역사회의 참여가 보장된 민주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장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공적인 주체들이 주도하는 계획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면 기존 관료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 에너지 대기업의 로비와 압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고리를 단호하게 도려내야 한다. 에너지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적임자를 산업부 정관에 임명할 것을 요구한다.
에너지 노동자들은 협소한 자기 이익에 갇히지 않고 에너지 전환의 길에 함께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그 과정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민주주의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7. 6. 19.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가스기술공사지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정의당, 에너지정의행동,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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