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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2호> 30년 수명완료, 경주 월성1호기 폐쇄하라!

이상홍 통신원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올 11월20일이 되면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핵발전소 1호기의 폐쇄를 앞두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 이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해 문제가 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관리하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 심사’ 홈페이지(http://www.kins.re.kr/Wolsong1/)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수명연장 홍보성으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핵발전소의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만큼 핵산업계에 휘둘려 객관성을 상실하게 되면 일본처럼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은 불을 보 듯 뻔하다.

문제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법·제도·절차 등의 설명을 제외하곤 대체로 수명연장을 권장하는 인상을 심어주는 분위기다. 소개된 해외사례들을 보고 있노라면 수명연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세계적으로 100건이 넘는 수명완료 핵발전소의 폐쇄 사례는 한 건도 소개하지 않은 채 오로지 수명연장 사례들만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성 1호기와 같은 종류(PHWR▪ 가압중수로)인 캐나다의 핵발전소 수명연장 사례는 악의적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캐나다는 핵발전소 4기를 수명연장 했다(관련 표 참조). 그러나 더 중요한 정보인 폐로(해체)된 핵발전소 3곳, 영구 및 장기정지 된 핵발전소가 4곳인 사실은 밝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에 설계수명이 끝나, 해체 및 영구 정지된 원전이 있다는 사실은 월성1호기의 폐쇄 및 수명연장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3곳의 폐로된 핵발전소는 '더글라스 포인드'(Douglas Point), 젠틸리(Gentilly)-1호기, 엔피디(NPD)이고, 2곳의 영구정지 된 핵발전소는 피커링(Pickering)-2호기, 피커링(Pickering)-3호기 이며, 2곳의 장기정지 된 핵발전소는 브루스(Bruce)-1호기, 브루스(Bruce)-2호기 이다. 단순히 이것만 비교해도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보다 폐로가 자연스럽다.

또한 수명연장으로 소개된 4곳의 핵발전소도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 피커링(Pickering)-1호기의 경우 ‘1984년~1986년’(3년)과 ‘1998년~2004년’(7년) 이렇게 총 10년간 가동이 중단됐다. 피커링(Pickering)-4호기도 이런 식으로 7년간 가동이 중단된 핵발전소다. 브루스(Bruce)-3호기와 4호기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이들 핵발전소는 가동률이 평균 50% 내외 정도에 불과하다. 즉, 엄밀히 말해서 캐나다의 핵발전소는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수명연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가동률이 90%를 넘는 월성 1호기와는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핵발전소의 가동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노후화가 빨리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5년 된 자동차라 할지라도 3만 킬로미터를 달린 차와 20만 킬로미터를 달린 차의 수명이 같을 수 없는 이치와 동일하다. 이런 까닭으로 환경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월성1호기를 세계최초의 수명연장 가압중수로(PHWR)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 제공은 단순히 홈페이지 운영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월 4일 경주를 방문한 장순흥 회장(한국원자력학회)과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지역주민을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의 경우 수명연장한 핵발전소가 더 많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주민들은 폐쇄한 핵발전소가 더 많다는 주장으로 맞섰고 결국 언쟁은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장순흥 학회장과 주민 간의 말다툼은 자료가 없어서 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앞서 살펴본대로 명백히 주민들의 승리이다. 이는 단순히 웃을 일이 아니다. 안전규제기관에서 기본적인 자료조사도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부실 조사가 아니라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해서 자료를 조작하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결론밖에 남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누구에게 안전을 맡겨야 할까?

발행일 : 20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