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변호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6월 23일(목)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허가 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부산과 울산 사이의 고리-신고리 핵발전단지에는 최대 10개의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부당하다는 것은 이미 수없이 얘기해온 것이다. 다수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미흡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발전소가 남아돌고 있으므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도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법체계 내에서는 이미 허가가 이루어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건설허가가 나기 전부터 이미 주설비 시공업체를 삼성물산으로 정하고, 일부 공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건설허가까지 났으니, 공사를 밀어 붙일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결국 답은 민주주의 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과정이 보여주듯이, 핵발전소건설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이나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다. 정부가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같은 국가계획을 확정하고, 실시계획승인―건설허가 같은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쳐 발전소를 지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도 보고만 받을 뿐, 발전소 건설여부에 대해서는 실제로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에너지 분야 민주주의는 실종된 상태다. 일부 이권집단과 정치―행정 권력이 국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전력 독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신고리5~6호기 마저 이런 식으로 건설되어 버리면,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명백하게 안전성 평가가 부실하고, 명백하게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탈핵을 바라는 조직들, 사람들이라면, 특단의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신고리5~6호기 건설과 관련된 주민투표 운동을 제안한다. 시기는 내년 대선이 본격화되기 이전이면 좋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주민투표를 통해 인근 주민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주민투표는 울산이라는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핵발전 찬성 여론을 조작하려는 세력들은 ‘핵발전소를 건설하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울산 지역경제가 좋아진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건설로 인한 일시적인 건설경기는 울산지역 경제의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기는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고, 핵발전이 아니라 풍력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키우는 것이 울산에도 이익이다. 한 곳에 10개의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는 울산과 부산의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 2월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울산시민 86.9%가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어려운 점들은 많이 있겠지만,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결집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전력 정책의 결정권을 국회로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국민들이 전력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쨌든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이전처럼 정부의 전력정책을 비판하는 립서비스(빈말)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국회가 정부로부터 보고만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전력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을 법률개정해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건설을 중단하고 안전성 등을 재평가할 수 있는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핵발전을 줄여나가고, 미세먼지·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석탄화력발전도 줄여나가는 정치적 의지를 ‘에너지 전환 기본법’의 형태로 모아내야 한다. 탈핵운동도 국회에 대해 이런 입법을 요구하고, 이것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년에 있는 대선에서도 대통령 후보로 나오겠다고 하는 유력정치인들에게 에너지전환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따져 물어야 한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어느 사회에서나 긴 과정일 수밖에 없지만, 결정적 계기가 없이 전환은 불가능하다. 신고리 5~6호기가 탈핵·에너지전환으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탈핵을 바라는 모든 조직과 개인들이 힘을 모으기를 감히 제안드린다.
탈핵신문 2016년 7월호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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