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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삼중수소의 인체영향

오랫동안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소변에서 비정상적으로 삼중수소가 검출돼왔다. 특히 지난 1월의 기자회견은, 인근 지하수 대신 생수를 마신 어린이의 소변에서조차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주었는데, 이는 지하수뿐만 아니라 월성핵발전소 주변지역 대기가 방사성 물질에 의해 오염돼 인근 주민들은 일상적인 호흡을 통해 삼중수소를 흡입·축적하고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삼중수소의 인체영향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란이 있어왔다. 본지는 삼중수소란 무엇이며,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에 대해 반핵의사회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익중 교수(동국의대)에게 전문가 의견을 의뢰했다. 편집자 주

 



삼중수소란?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은 수백 가지에 달하지만, 삼중수소는 기체형태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수소 분자의 형태로 방출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 분자의 일부로서 방출된다. 이렇게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 분자를 삼중수소수라고 부른다.


그동안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관해서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기존의 이론은 삼중수소의 피폭량을 삼중수소의 선량계수만으로 평가해왔기 때문에 다른 방사능 물질보다 선량계수가 낮은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저평가되고 있었다.


선량계수란 수 백 가지의 핵종(방사성 물질)들이 1베크렐(Bq) 당 갖고 있는 고유한 에너지량을 실험과 이론적 계산 등에 의해서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정해둔 숫자인데, 이 선량계수는 핵종들이 발생시키는 방사선만을 고려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방사선에는 알파, 베타, 감마선, 엑스선, 중성자선 등이 있고, 이들의 에너지는 핵종에 따라서 다르다. 예를 들어, 삼중수소에서 발생하는 베타선은 다른 핵종이 발생시키는 베타선에 비해 그 에너지가 작다고 평가된다.

 

방사성 물질의 인체피해


그러나 방사성 물질의 인체피해에는 이러한 방사선에 의한 피해뿐 아니라 다른 피해들도 있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의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왔다면 이들 핵종이 내는 방사선뿐 아니라 이들 물질 자체에 의한 피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라늄은 방사선을 내는 피해 뿐 아니라 중금속으로서의 피해도 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라늄은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을 모두 방출하는 물질이다. 그래서 당연히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일으킨다. 그러나 우라늄은 중금속으로서 인체의 유전자, , DNA에 잘 결합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유전자에 결합된 우라늄은 유전자의 자기복제, 전사(轉寫) 등의 과정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고, 이에 따른 피해는 방사선 피해와는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삼중수소의 인체영향


삼중수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중수소는 인체에 들어오면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당연히 방사선원으로서의 피해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 방사선 피해가 삼중수소 피해의 전부가 아니다. 삼중수소는 방사선보다 더 심각한 핵종전환이라는 피해를 일으킨다. 인체에 주로 삼중수소수라는 물 상태로 들어온 삼중수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체내부의 여러 가지 물질들(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DNA, RNA )의 구성요소가 된다. 이들 물질에 원래 존재하던 정상적인 수소 대신 삼중수소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체구성요소에 삽입된 삼중수소가 나중에 핵붕괴(베타붕괴)를 하면 베타선 하나를 내놓는 동시에 이 삼중수소는 헬륨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 인체구성 물질 분자에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헬륨이 수소 대신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유전자 등 물질의 구조에 변형이 오고, 원래 갖고 있던 기능을 잃게 된다.

 

삼중수소의 위험성 논란


이런 현상, , 수소(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현상을 핵종전환이라고 하는데, 핵종전환의 영향은 베타선의 영향보다 훨씬 커서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는 이 위험을 방사선 피해의 100배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런 핵종전환 현상이 유전자인 DNA에서 발생하면 그 유전자는 손상되고,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체의 유전자인 DNA 분자 한 개는 수 만개의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수 만개의 수소 중 단 한 개가 삼중수소로 치환되고, 나중에 핵종전환이 일어나면 이와 같은 유전자 변형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핵종 전환과 같은 삼중수소의 방사선 이외 위험은 현재까지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핵산업계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세계 핵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하고 짐작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ICRP의 위원들은 대부분 원자력 전공자, 혹은 원자력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학자들로 구성되어있고, 그 운영예산 역시 원자력발전을 추진하는 정부들의 분담금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관한 논란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논란이다. 세계 핵산업계와 이에 맞서는 세계 과학계 사이의 논란이다. 이러한 세계 과학계의 설명을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익중(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동국의대 교수)

탈핵신문 201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