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부터 5년. 사고를 계기로 가동을 멈추었던 일본 전국의 핵발전소가 서서히 재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작년 8~10월 사이에 규슈전력 센다이핵발전소 1~ 2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올해 1~2월에 걸쳐서 다카하마 3~4호기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민주당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포기해 2030년대까지 핵발전소 ‘제로’를 실현할 것을 선언했다. 후쿠시마의 뼈저린 경험을 교훈 삼아 탈핵으로 크게 방향타를 돌린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가동을 위한 제도 정비가 착착 진행되었고, 특히 2012년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핵의존 에너지 정책으로 역행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에 발표된 ‘일본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핵 발전을 ‘기저 전원(Base Load)’로 삼았다.
후쿠시마 사고 5년을 맞이하는 일본정부가 핵발전소 재가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책임 소재가 애매해진 핵발전소 가동 (신)규제기준
핵발전 시설 가동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정비할 목적으로 2012년 6월에 ‘원자로 등 규제법’이 개정되었고, 2013년 7월에는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신)규제기준’을 만들었다. 현재 총 22개의 핵발전소와 원자력 관련 시설이 (신)규제기준에 따른 적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심사를 통과하고 재가동에 들어간 핵발전소는 앞서 언급한 센다이 1~2호기와 다카하마 3~4호기이다. 그리고 2015년 7월에 심사를 통과하고 재가동을 앞두고 있는 것이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이다. (표1 참조)
※출처 : 일반사단법인 (일본) 원자력안전추진협회
심사는 주로 ①설치변경허가 신청→②공사계획 인가 신청→③보안규정 인가 신청 순으로 진행되며, 모든 심사를 통과하면 전력회사의 최종 판단으로 재가동할 수 있다. 심사 통과는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결정하지만 원자력규제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에게는 재가동에 따른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핵발전소의 안전성과 만일 일어날 사고 위험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어디가 책임을 갖는지 애매한 구조다.
지역의 재가동 동의는 법적으로는 의무화되지 않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있다. 입지 지자체뿐만 아니라 확대된 비상방재구역에 포함된 30km 권내 지자체 의견을 도외시해서는 재가동이 불가능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동의에 대한 암묵적 원칙도, 자치 단체장의 입장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오히려 재가동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어렵게 얻은 ‘재가동 금지 가처분’ 결정도 너무나 쉽게 뒤집어져…
다카하마 핵발전소3~4호기 재가동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한 ‘재가동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2015년 4월 14일 후쿠이 지방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기억에 새롭다. 가처분 결정 사유는 ‘(신)규제기준에 따른 적합성 심사를 통과해도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내용으로, 현행 재가동 절차에 대해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의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가처분 결정은 쉽게 뒤집어졌다. 간사이 전력이 즉시 이의 신청해 작년 12월 24일 가처분 철회가 결정된 것이다. 그 이틀 전에는 다카하마 핵발전소가 위치하는 후쿠이현 자치단체장이 재가동에 동의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가처분 결정 후 불과 6개월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에 핵발전 추진파들의 역전극이 펼쳐진 것이다. 이로써 다카하마 3호기는 올해 1월 29일 전국에서 세 번째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재가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재가동은 평상 시 가동보다 더 위험하다!
곧이어 재가동에 들어간 다카하마 4호기에서는 재가동 직전인 지난 2월 20일, 1차 냉각수(34리터, 6만베크렐Bq)가 새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설 원인이 되었던 것과 비슷한 배관 밸브 약 80개를 재점검하고, 결국 당초 예정대로 2월 26일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과 3일후인 2월 29일 송전을 시작하자마자 발전기 이상으로 핵반응로(=원자로)가 긴급 정지했다. 이것으로 4호기 재가동은 올 4월 이후로 연기되었지만, 주변 지자체와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재가동 반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이 지적하고 있듯이 장기간 정지한 핵발전소를 재가동할 경우 긴급 정지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으로도 오랫동안 가동을 멈추었다가 재가동한 모든 경우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8월에 첫 번째로 재가동한 센다이 핵발전소 1호기도 재가동 10일 만에 복수기에 해수가 혼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재가동은 평상 시 가동보다 더 위험이 따른다. 참고로 다카하마 3~4호기는 연료로 MOX연료(우라늄-플루토늄 혼합 연료)를 사용한다. 보통의 핵발전소보다 더욱 위험성이 큰 것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노후 핵발전소도 (신)규제기준에 적합?…우려되는 수명 연장 움직임
재가동과 동시에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용인하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월 24일 노후 시설인 다카하마 핵발전소 1~2호기에 대해 (신)규제기준 적합성 심사를 통과시킬 의향을 밝혔다. 대책 공사 상세 설계와 노후 실태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한 달간 국민의 의견 공모를 거쳐 최종적으로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개정된 ‘원자로 등 규제법’에서는 핵발전소 운전 기간을 40년으로 제한했다. 법에는 ‘예외적으로 최대 20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만, 당시 장관은 ‘그런 경우는 예외 중 예외’라고 못 박았고, 바로 5기의 핵반응로 폐쇄가 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벌써 그 첫 번째 예외 사례가 만들어지려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15기의 핵반응로가 운전 기한 40년을 맞이한다. 한번이라도 전례가 만들어지면 무한정으로 다른 핵반응로 수명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5년째인 올해, 핵발전 의존 회귀 흐름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의 핵발전소 반대 여론 또한 여전히 높다. 그 흐름에 시민의 힘이 얼마나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6년 3월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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