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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쿠시마 사고 후, 방사능 쓰레기 실태③ 후쿠시마현 외 방사능폐기물,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었다. 그것이 광범위한 지역에 소각재, 하수 슬러지, 볏짚과 퇴비 등에 부착됨으로써 엄청난 방사능오염 폐기물을 발생시켰다. 탈핵신문은 앞서 2회에 걸쳐 방사능오염 폐기물 처리에 관한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연재 마지막인 이번 호에서는 후쿠시마현 외 지역에서 방사능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그 문제점을 전하고자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해인 201111월 일본 내각(內閣) 회의에서 결정된 방사성물질오염대처특별법에 의하면, 각 지자체에서 수집된 방사능오염폐기물 처리에 대해 1)8000Bq(베크렐)/kg 이하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처리기준을 기존의 100베크렐/kg에서 80배 확대) 2)8000베크렐/kg 이상의 경우에는 국가가 지정폐기물로 지정해, 각 광역지자체 마다 최종처분장을 설치해 일괄 관리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방사능오염 지정폐기물, 12개 광역지자체에 약 16만톤일본정부, 광역지자체에 최종처분장 설치 요구

후쿠시마 주변 12개 광역지자체에서 수집해 보관하고 있는 지정폐기물의 양은 16만톤이 넘는다(20156월 기준). 현재는 방사능폐기물이 발견된 하수처리장 등 공공시설이나 각 지역별로 설치된 임시저장소에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이 법의 시행령에 따라, 방사능폐기물이 특히 많은 5개 광역지자체(미야기현, 이바라기현, 도치기현, 군마현, 치바현)2014년까지 한군데씩 최종처분장을 설치하도록 했다. 각 지자체에서 발생한 방사능폐기물은 이 최종처분장에서 일원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부지 선정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최종처분장 설치계획은 사고 발생부터 48개월이 지나도록 답보상태에 있다.

 

최종처분장 부지선정, 해당 지역주민들 거센 반대해당 기초지자체장, ‘후보지 거부공식 표명

환경성이 구체적으로 거론한 후보지는 치바현, 도치기현, 미야기현 세 광역지자체다.

먼저, 치바현에서는 도쿄전력 치바 화력발전소 부지가 후보지로 올랐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부지이기도 하고 주변지역도 화학공장들이 밀집한 공업지대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약 3km 정도 떨어진 지역주민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전에 공지하지도 않고 후보지로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후보지 소재 기초지자체인 치바시() 의회는 폐기물이 발생한 각 기초지자체에서 보관을 계속하는 분산보관을 요구하는 결의(決議)를 채택했다. 광역지자체별로 한 곳의 최종처분장을 만들어 일괄 관리하는 정부 방침에 반발한 것이다.

도치기현에서 후보지로 거론된 시오야마치(鹽谷町)에서도 주민과 지자체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시오야마치는 인구 12000명의 작은 농촌 지역이다. 후보지는 산 속에 두 줄기의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다. 후보지로 거론된 직후부터 반대 서명운동과 집회 등 주민들은 활발한 반대운동을 전개했고, 환경성의 후보지 조사 사업 실시를 거부해 왔다. 후보지는 물이 풍부해, 이 지역 샘물은 일본에서 우수한 100선 샘물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옛날부터 수해 또한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동일본을 강타한 집중호우 때도 산간의 시냇물이 범람해 후보지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일어나는 등 방사능폐기물을 관리하는 장소로는 지리적 위치가 부적절하다고 지역주민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25일에 시오야마치 지자체장이 마침내 후보지 선정 거부를 일본정부에게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출저: 시오야마치 지정폐기물 최종처분장 반대 동맹회 홈페이지

 

 미야기현의 후보지는 쿠리하라시, 타이와초, 가미마치의 국유지 세 군데가 거론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환경성은 어떤 후보지에서도 여전히 조사 사업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오염 폐기물 처리라는 골칫거리를 안고 있는 지자체 중 일부에서는 모든 방사능폐기물을 사고가 난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부지 주변으로 옮겨 집중 관리할 것을 주장하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후쿠시마현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내에서 발생한 방사능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태산인데, 다른 지자체에서 나온 쓰레기까지 후쿠시마현이 떠맡게 되면 지역 부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각 광역지자체마다 하나의 최종처분장을 설치해, 보관 및 관리한다는 종래 방침을 향후에도 강행할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갈 곳 없는 방사능오염 쓰레기, 그 최선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책은 무엇인가? 후쿠시마를 희생양으로 삼아 모든 부담을 껴안게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방사성폐기물을 장거리로 이동시키는 것은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고려하더라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각 광역지자체 마다 하나의 최종처분장을 설치하는 정부 방침도 아직 오염되지 않은 특정한 지역을 희생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갈 곳도 없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조차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이 거대한 폐기물의 존재는 핵발전소사고가 난 일본이 숨길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이다. 일본정부는 방사능쓰레기 문제를 비롯해, 핵발전소사고로 인한 각종 문제에 대해 숨기지 않고 모두 공론화해야 한다. 과학적, 사회적 검증을 토대로 전국의 시민들이 공동의 과제로 삼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갈 길이 멀고도 멀지만 핵발전소 사고를 낸 국가와 시민들 모두가 꼭 책임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하는 문제이다.

 

 

2015년 12월호 (제37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