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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지역, 종교 등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방문,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7월말 한국 청소년 150, 후쿠시마로 출국

지난 729일 한국 청소년 150명이 10일간의 일정으로 후쿠시마를 향해 떠났다. 이번 방문은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 위치한 NPO 단체 후쿠칸넷이 주최하는 행사로, 공익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위탁을 받아 일본 외무성 제네시스(jenesys)2.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한·일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포스터 참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각 시민단체 및 정당들이 성명서를 통해 행사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4년 전에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로 죽음의 땅이 되어 버린 후쿠시마에 우리 청소년들을 150명이나 보낸다는 게 상식에 맞는 판단은 아니다. 행사 예산의 출처가 일본 외무성이라는 것도 이 행사의 숨겨진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럼, 후쿠칸넷이란 도대체 어떤 단체일까. 시민단체 가면을 쓴 유령단체일까? 정부 입김이 닿는 후쿠시마 홍보기관일까? 여러 의혹을 마치 사실인양 담은 기사도 나왔다. 나는 후쿠칸넷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뜻밖에도 후쿠칸넷은 후쿠시마에 사는 한국인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정현실 씨는 무려 15년 가까이 후쿠시마에서 생활하면서 본인 스스로를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후쿠시마인이라 표현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한·일 우호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후쿠시마를 거점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핵발전소 사고 이전에는 활발한 한·일 문화교류 사업을 펼쳐왔지만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한국인 수가 급감하면서 활동도 축소되었다. 한국인의 후쿠시마에 대한 인식이 죽음의 땅으로 되어 버린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한 정현실 씨는 청소년 문화교류를 재개해 후쿠시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일축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현실 씨가 후쿠시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현재 후쿠시마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듯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쏟아지는 비판 여론과 참가학생의 반론, 각 주장의 오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커지는 사이, 나는 후쿠시마에 도착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학생이 경향신문 기사에 올린 댓글을 발견했다. “방사성량은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측정했던 수치보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더 낮게 나타난다. 주최 측 사람들이 계속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고 식사, 과일, 빗물 등 모두 기준치 이하이다. 실제로 시간당 0.25마이크로시버트(μSv) 이상의 수치가 나타나면 그 곳에서 예정된 행사는 모두 취소하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정보를 근거로 안전을 점검하면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 학생의 주장은 크게 나눠 다음과 같은 점에서 오류가 있다.

 

먼저, 학생이 말하는 방사능 측정기는 공간선량을 재는 간이측정기일 것이다. 그것으로는 공간선량만 측정할 수 있고 음식, 빗물 등의 방사선량은 측정할 수 없다. 현재 무엇보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외부피폭이 아니라 음식 등을 통한 내부피폭이다. 설령 학생들이 먹는 음식이 기준치 이하이더라도 내부피폭에는 문턱값(안전한 경계치)’이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공간방사선량이 한국보다 후쿠시마가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원래 일본의 자연방사선량이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사고 전 그곳의 자연방사선량은 0.04~0.08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학생이 말하는 0.25마이크로시버트라는 수치는 엄청나게 높은 것이고, 그것이 핵발전소 사고로 기인한 인공방사선이다. 그래서 한국의 공간선량과 단순 비교해서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 설령 공간선량이 기준치(0.23마이크로시버트) 이하이더라도 도로변 구석이나 운동장 등 흙이나 모래가 쌓이는 곳에서는 국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마이크로 핫스팟 지점이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문제이다.

 

반면, 행사에 반대하는 일부 한국 시민단체 측 주장에도 조금의 오류는 있다. 학생들이 방문하고 있는 60~70km 지점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현재 후쿠시마 전역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 비교가 안 되는 사안을 끄집어내어 공포심을 지나치게 유발하는 방식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생각할 기회를 뺏어버린다.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일본정부 왜곡된 캠페인에, ·일 청소년 교류를 이용

 

이번 문제의 본질은 이 행사가 일본정부가 의도하는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라는 캠페인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후쿠시마를 안전한 곳으로 포장하고, 방사능 위험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학생들이 동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주최 측이 청소년 교류를 통한 한·일 우호라는 아무리 좋은 명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진실을 왜곡하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크다.

 

후쿠시마로 떠난 학생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제한적이더라도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현실을 접하고, 후쿠시마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몸으로 느끼고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더 이상 안 된다고 확실히 인식하고 왔으면 좋겠다.

 

후쿠시마 오염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아픔을 함께하며 탈핵으로 나아가자!

 

후쿠시마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일본 내에서도 아주 크다. 심지어 탈핵진영 내부에서도 그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 피해에 대해 눈을 감지 않는다면, 차이를 넘어 함께 갈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9월에 후쿠시마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그들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후쿠시마의 아픔을 인류문명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한·일 양국이 탈핵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간 차원의 한·일 우호이자 연대가 될 것이다.

 

 

 

사진 설명=729() 새벽 3시경, 전주 지역 학생들이 일본 후쿠시마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있다. 당일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일부 학생은 출발 장소에 오지 않거나, 현장에서 되돌아간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제와서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냐. 하루 아침에 자식을 사지로 몰아넣는 부모가 되어버렸다는 항의도 받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해신문 2015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