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주 (월성 관련)

수명연장한 월성1호기 재가동, ‘적신호’

 

 

경주 양남면 주민들, 보상금 합의안 거부지역사회 주민투표 요구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518일 수명연장 승인 무효소송 제기

 

 

3개월 전 수명연장했지만, 아직까지 재가동 못해

경주 월성1호기가 수명연장 승인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재가동을 못하고 있다.

지난 2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새벽 1시에 7명의 위원이 표결에 참가해 만장일치로 수명연장을 승인했다. 야당에서 추천한 2명의 위원은 충분하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표결을 반대하며 표결 직전에 퇴장한 상태였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과 사회단체, 언론 등은, ‘날치기 심사라 불렀다. 이렇게 급박하게 수명연장을 승인했지만, 막상 경주 지역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직까지 재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경주시+동경주대책위 보상금 협상주민반대로 공식 조인식 무산

월성핵발전소 인근 지역은 3개의 읍면으로 이뤄져 있다.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이 핵발전소 반경 5킬로미터 이내에 포함된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이 3곳을 경주지역에서는 동경주라 부른다. 3곳 읍·면의 발전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작년에 월성1호기 동경주대책위원회(이하, 동경주대책위)’를 구성한 바 있다.

227일 수명연장 승인 이후 동경주대책위와 한수원은 본격적인 보상금 협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429월성1호기 계속운전 관련 지역발전 상생협력에 관한 기본합의라는 가합의서를 작성했다. 가합의서엔 동경주대책위 공동대표 3, 조석 한수원 사장, 최양식 경주시장이 서명했으나, 다음 날(430) 동경주대책위 전체회의에서 공동대표 3인은 가합의서 존재를 비밀에 부쳤고 구두합의만 했다고 보고했다.

동경주대책위, 한수원, 경주시는 54일 월요일 곧바로 경주시청에서 공식 조인식을 하려했으나 양남면, 감포읍 주민들의 반대로 그 조인식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가합의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감포읍발전협의회는 가합의서에 동의를 했으나, 월성핵발전소가 소재하고 있는 양남면발전협의회는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양남면 22개 마을, 반대17 찬성3총회 가합의안 승인 부결. 그러나 동경주대책위는 수용키로

그 전후 양남면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조인식이 예정된 54일 오전, 양남면발전협의회 총회에서 가합의서 승인은 무산됐다. 514일 주민공청회를 개최했으나 300여명의 참석자 중 합의안 반대여론이 압도적이었고, 당연히 518일 양남면발전협의회 총회에서도 가합의서를 승인받지 못했다. 양남면발전협의회 지도부는 528일 총회를 다시 개최하여 표결로 강행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518일 이후 양남면 22개 마을 중 17개 마을에서 주민총회를 개최한 결과 16개 마을에서 압도적인 반대결정을 한 바 있다. 주민총회 없이 입장을 정리한 마을까지 포함하면 총 22개 마을 중 반대 17, 찬성 3곳이며, 2곳은 여론수렴을 하지 않았다. 발전협의회 총회는 각 마을에서 추천한 2~3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데, 결국 528일 양남면발전협의회 총회에서 찬성 32 반대 39로 가합의서 승인이 부결됐다.

 

<월성1호기, 보상금 협상 관련 최근 경과>

323- 동경주대책위 협상단 구성(9, 양남·양북·감포 각 3)

49- 동경주대책위 16차 회의[4차 협상 때, 전체 규모 2810(동경주 70%, 1967억원) 제시키로 결정].

4차 협상(한수원 1000억원 제시. 협상단 2810억원 요구)

424- 6차 협상(한수원 1100억원 제시. 협상단, 협상중단 선언)

428- 협상단 내부 회의, 7차 협상 구성 협의(협상단 9명 중 공동대표 3인만 참석, 경주시장, 한수원 사장,

국회의원, 경주시의회 의장, 한수원 월성본부장 참석)

429- 7차 협상(공동대표 3, 최양식 경주시장, 조석 한수원 사장, 정수성 국회의원, 경주시의회 의장, 한수원

월성본부장 참석), 조석 사장 1200억원 제시, 공동대표 31310억원 요구. 조석 사장 1310억원

수용, 배분비율 6(동경주) : 4(시내권) 확정. 가합의서 작성

430- 경주대책위 17차 회의(협상 결과 보고, 가합의서 작성 사실 비공개)

54- 3개 읍·면 발전협의회 총회(양남면, 감포읍 안건 처리 못함, 양북면 가합의서 승인)

514- 양남면 주민 공청회(주민 대부분 합의안 성토)

515- 감포읍 주민 공청회(비교적 차분히 진행)

518- 양남면·감포읍발전협의회 총회(양남면, 28일 총회에서 표결로 결정키로. 감포읍. 총원 64명 중 찬성19,

반대11로 통과)

520~28- 양남면 마을 총회 진행(22개 마을 중 18곳 총회 찬성1, 반대17)

528- 양남면발전협의회 총회(총원 75명중 찬성32, 반대39 부결)

529- 동경주대책위 19차 회의(가합의서 수용 결정, 양남면 위원들 퇴장)

 

 

 

<월성1호기 보상금 가합의서, 양남면 각 마을별 주민총회 결과>

 

양남면 주민들이 가합서를 탄핵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월성1호기 안전성 미확보 협상절차 무시 형편없는 보상금이다.

먼저 안전성을 살펴보면, 514일 주민공청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안전이 문제이지 돈이 문제가 아니다”, “월성1호기 폐쇄한다고 주민들 동원해서 집회하더니, 갑자기 협상한 것부터 잘못이다등의 성토가 계속 이어졌다. 가합의서를 살펴보면 월성1호기 안전성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두 번째는 협상절차의 문제로, 가합의서에 공동대표 3인이 서명을 하고서도 이런 사실을 주민들에게 숨겨왔다는 것이다. 또한 요구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협상안임에 불구하고 동경주대책위 전체위원과 사전협의 없이 공동대표 3인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한 것이 문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상금을 살펴보면, 동경주대책위는 총 2810억원을 합의하여 경주시내에 30%를 내어주고 1967억원을 동경주지역 주민 보상금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협상결과는 1310억원을 합의하여 40%를 경주시내에 내어주고, 786억원을 확보하는 초라한 것이었다. 이는 동경주 주민들에게 약속한 목표액의 40%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그러나 하루 뒤인 5월29일 동경주대책위가 급히 전체회의를 개최하여 가합의서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양북면, 감포읍에서 이미 승인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수원도 동경주대책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6월초 재가동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월성1호기가 소재한 양남주민들을 제외한 수용성 확보로 엄청난 주민 갈등과 적법성을 둘러싼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경주 18개 시민단체 월성1호기 폐쇄 경주운동본부()’ 구성, 주민투표 요구

경주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는 월성1호기 폐쇄 경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513일부터 월성1호기 폐쇄 주민투표 요구 만인소(萬人疏)’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경주시청 앞에 천막 농성장을 운영하면서 시내 곳곳에서 만인소 서명을 받고 있다.

만인소 서명은 전통 한지에 붓으로 서명을 받고 지장을 찍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 서명운동 보다 매우 어려운 형식이지만 시민의 정성을 하나하나 모아서 정부와 경주시에 주민투표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만인소 서명은 6월 중반에 달성될 예정이며 이들의 주민투표 요구가 양남 주민들의 보상금 합의안 거부와 맞물리면서 월성1호기 폐쇄운동의 새로운 활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소송, 2167명 시민 참가

한편 경주지역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운동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18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소송(이하,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무효소송의 국민소송 원고인단에 2167명의 시민이 참여해 월성1호기 폐쇄의 염원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원고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소송위임장, 주민등록초본, 소송비 1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2천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것이다. 무엇보다 평소 보수적인 경주 시민도 210명 이상 원고인단에 참여하여, 앞서 살펴본 경주지역 반대운동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무효소송을 맡은 변호인단에 따르면 처음 소송을 준비할 때는 허가취소에 초점을 맞췄으나, 소송자료를 정리하면서 허가무효로 소송내용이 변경됐다고 한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허가가 취소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재심의 가능성이 있지만, 허가 무효가 되면 월성1호기는 곧바로 폐쇄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시험으로 빗대면 허가 취소는 답안지 채점이 잘못 됐다는 통보이며, 허가 무효는 시험 응시 자격이 없었다는 통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법적 구비 행정 서류 누락된 채 심사허가취소소송에서, ‘허가무효소송으로!

무효소송으로 가닥을 잡게 된 결정적 이유는 수명연장 심사에 필요한 법적인 행정서류가 누락된 상태에서 심사를 했기 때문이다.

월성1호기 10년 수명연장은 핵발전소 운영기간을 30년에서 40년으로 변경하는 절차로 운영변경허가에 해당된다. 원자력안전법 20, 동법 시행령 34, 동법 시행규칙 17조 등에 따라 운영변경허가를 받기 위해서 한수원()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에 관한 운영기술지침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운전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해체계획서 등과 변경되기 전과 변경된 후의 비교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들 서류를 기초로 운영변경허가 여부를 심의해야 한다.

그러나 한수원()는 이러한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은 채 안전성 관련 보고서만 제출했다. 결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는 법정 신청서류의 부존재 및 심의 부존재에 해당되어 운영변경허가심사 없이 운영변경허가를 내린 꼴이 됐다. 이는 명백히 무효에 해당한다.

결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1호기 날치기 수명연장은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운동 후폭풍과 무효소송의 암초에 부딪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201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