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주에서 건설된 중저준위 1단계 방폐장이 논란 끝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과하였다. 며칠 후에는 준공식을 한다면서 대통령이 참석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경주가 떠들썩하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경주 시민의 한명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방폐장이 안전하게 건설되었고, 앞으로도 안전할 것으로 평가된다면 나 역시 준공식에 참가하고, 그간 공사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입장일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5년 주민투표로서 결정된 경주의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는 원래 신월성3,4호기가 들어설 부지였다. 한수원은 이 부지를 경주 방폐장 부지로 결정하였고, 그곳에 방폐장을 건설하였다. 또한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은 천층식이 아닌 동굴식으로 건설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지하 약 100미터 아래에 총 10만 드럼이 들어갈 수 있는 6개의 사일로로 구성된 방폐장이 완공되었다. 문제는 이곳이 아주 암반 상태가 불량하고, 지하수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었다. 건설기간 내내 불량한 암반과 많은 양의 지하수가 문제가 되어 공사기간도 늘어났고,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결국은 완공되었다. 이후 원안위의 안전성 검토과정에서도 안전성과 관련한 많은 문제점들이 확인되었지만 결국 사용허가를 내줬다.
방폐장의 안전성이란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저준위 방폐물의 보관기간은 전 세계적으로 300년으로 평가된다. 이 300년 동안 방사성 물질들을 방폐장 내부에 가두어둘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방폐장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다시 말해서 300년간 방사성 물질이 방폐장 내부에 갖혀 있으면 안전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 결과 경주 방폐장 1단계는 300년 간 방사능 물질을 가두어둘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평가한 결과에 의하면 경주 방폐장은 폐쇄한 후 10년 정도 지난 후부터 방사성 물질(핵종)의 누출이 시작될 것이다. 모든 핵종들이 이때부터 방폐장의 사일로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들 방사성 물질 중에서 삼중수소와 테크네슘 등 땅 성분에 잘 흡착하지 않는 물질들은 약 100년 후에 방사능 누출의 최고점에 다다를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물질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들 누출된 방사능 물질들은 방폐장 근처의 땅성분, 즉, 바위, 돌, 흙 등에 달라붙어서(흡착) 바다에 도달하는 시간이 삼중수소보다 늦어지게 된다. 이러한 흡착반응이 거의 없는 삼중수소와 테크네슘 등은 모든 핵종 중에서 가장 먼저 동해바다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바로 그점을 표현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자료이다. 흡착을 하지 않는 삼중수소부터 시작하여 각종 핵종들이 순차적으로 동해바다에 도달하는 것이다.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에 관해서 한마디로 말하자면 “300년이 되기 전에 100% 확률로 모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다”라고 요약된다. 이러한 상황이더라도 사일로 내부로 들어오는 지하수를 300년 간 퍼낼 수 있다면 핵종의 누출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선진국들은 중저준위 방폐장의 관리기간이 300년으로 정해져있어서 지하수가 들어오더라도 지속적으로 퍼낸다면 이 기간 동안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저준위 방폐장의 관리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운영이 끝나면 바로 방폐장의 폐쇄를 할 것이고 폐쇄 이후에는 방사능 물질이 누출된다고 해도 대처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폐쇄 이후의 핵종누출은 합법이 된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나는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가 경주시민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왜냐면 방폐장으로부터 나온 핵종들이 동해의 해산물 섭취에 의해서 국민들의 몸 속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동해산 해산물의 섭취량이 방폐장으로부터의 피폭량을 결정할 것이다. 경주시민들이 동해산 해산물을 더 섭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피해는 경주시민들이나 서울시민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원자력환경공단(구 방사성폐기물 관리공단)은 지금 경주방폐장 1단계(동굴식) 준공식을 준비하느라 축제분위기에 들떠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나의 가슴은 이를 막지 못한 미안함, 자책감, 국민 피폭의 우려 등으로 너무나 착잡하다.
그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평가한 경주 방폐장으로부터의 핵종누출 예상시간과 양. 방폐장 폐쇄 후 13년이 지나면 삼중수소가 동해바다에서 검출되기 시작하고, 약 100년 후에 최고조에 달한다. 다른 핵종들은 땅과의 흡착반응에 의하여 동해바다 도달 시간이 늦어진다.
김익중(동국의대 교수,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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