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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낡은 기준, 법률 위반, 날치기 표결 -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 무효!

낡은 기준, 법률 위반, 날치기 표결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 무효!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사진 이헌석 제공>

 

새벽 1시에 강행된 표결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가 한참 진행되던 지난 226(). 안전성 문제를 심사하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회의실엔 큰 소리가 오고 갔다. 회의장엔 폄하’, ‘자제’, ‘자격같은 말들이 계속 오고갔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어느 덧 날짜를 넘겨 27() 새벽 1시를 넘고 있었다.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다수의 결정에 따라 승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결정합시다.”

계속 강행된 회의 속에서 표결을 진행하자는 이야기는 반복적으로 나왔고, 결국 다수결’, ‘승복’, ‘결정같은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일로써 세 번째 진행된 원안위 심의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건이 표결로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전부터 있었다. 일부 원안위 위원들이 표결처리로 진행할 것을 이미 여러 차례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안위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원안위 위원장과 4명의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토록 되어 있고, 나머지 4명은 여야가 각각 2명씩 임명토록 되어 있다. 위원 구성상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7 2’ 구성은 예상되었고, 이는 곧 표결 강행=수명연장 통과라는 뻔한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왜 이리 무리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새벽을 넘기면서 표결 강행이 전반적인 분위기가 되자, 야당추천 위원 2명은 퇴장했다. 결국 원안위 회의는 7명 찬성, 2명 기권으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결정됐다.

 

10년 전 낡은 심사기준자료 누락과 미공개, 최신 안전기술 기준 미적용

원안위는 한수원이 제출한 핵발전소 수명연장 심사서류를 검토하여, 그 안전성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다. 현행 법률은 고리1호기 수명연장을 앞둔 2006년 만들어진 이후 10년 동안 큰 수정없이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고리1호기 수명연장 당시에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계속 지적된 바 있다. 안전성 검토와 관련된 자료는 비공개, 해당 지역주민 등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는 빠져있다. 또 경제성에 대한 심사 기준은 아예 마련조차 되어 있지 않아 자기들만의 경제성이라는 비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이번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최신 안전기술 기준인 ‘R-7(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 이후 개선된 안전기술 기준)’ 적용여부와 활성단층 존재 여부는 심사과정 내내 문제제기 되었지만, 그 논란은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안전기준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장치가 설치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신 기술기준의 철학에 맞춰 다른 장치로 보완할 수 있는지 쟁점은 마지막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이 과정에서 기술기준을 다룬 일부 문서가 누락된 채 제출되기까지 해 의도적으로 내용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 법 위반원안위 위원 자격 논란과 주민 의견수렴 의무 규정 무시

심사를 맡은 원안위 위원의 자격과 실제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었다. 현행 법률에서는 원안위 위원은 3년간 관련 원자력사업자 관련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사가 현 원안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임명무효확인 및 효력정지 소송이 제기된 해당 위원의 자격 논란이 당일 원안위 회의 초반 주요 쟁점이 되기도 했다.

또 얼마 전 120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따르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작성돼야 하고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핵발전소 수명연장시, 주민 의견수렴 의무 규정이 월성1호기 적용여부가 회의의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구도 했지만,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향후 15년간, 국내 절반인 12기 수명만료이런 진행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227일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 이후 경주지역 주민은 물론, 서울, 울산, 부산, 충북 등에서 무효 선언, 규탄 집회, 반대 기자회견 등이 열렸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과 함께 무표 선언, 재심사 촉구, 원안위원장 사퇴 요구,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경주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수원이 밝힌 4월 재가동까지는 많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이참에 핵발전소 수명연장 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6,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 신청이 있다. 이외에도 향후 15년 동안 우리나라 핵발전소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수명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평균 매년 1기 꼴이다. 이때마다 친정부, 친산업계 중심 일변도의 원안위원 구성, 심사위원의 자격문제, 절차 문제, 심사의 부당성 등을 갖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월성1호기 경우에도 다수의 국민들이 폐쇄를 원했고, 일부 원자력계 인사들조차 위험성을 지적하는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결국 수명연장이 결정되었다.

이번 교훈을 시작으로 다음을 생각한다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엉성하게 핵발전소 수명연장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이 엉성함을 고치기 전에는 핵없는 사회란 먼 미래의 희망일 뿐일 것이다.

 

발행일 : 20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