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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6월 10일 월성1호기 기습 재가동…지역민 갈등 여전히 높아!

68일 보상금 협상 마무리, 이틀만에 전격 재가동

노후 핵발전소의 폐쇄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저버리고, 지난 610일 월성1호기가 기습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610일 오후 3, 월성원전 본관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관계자가 모여 임계전 회의를 개최해 월성1호기 임계를 결정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겨 임계승인 공문이 곧바로 1발전소에 전달됐고, 월성1호기는 자정 무렵 임계에 도달했다. 이후 핵반응로(=원자로)에 장착된 우라늄이 맹렬히 핵분열하며 방사능을 내뿜기 시작했다. 68일 경주시청에서 보상금 협상을 마무리하고, 채 이틀 만에 전격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610일 재가동은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임계전 회의에 앞서 원안위의 지역조직인 월성원자력안전협의회(이하 안전협의회)가 같은 날 오전 1030분에 개최됐다. 회의 안건은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따른 발전소 안전운영 및 주민소통 계획이었고 한수원 관계자가 출석하여 보고를 했다. 보고서 5쪽 하단에 그려진 표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임계(6/10 23:00)’가 인쇄되어 있었다. 한수원은 이런 내용까지 세세히 보고하지는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재가동을 목적으로, 하루 전 문자 통보로 급조된 월성원자력안전협의회 회의

정창교 안전협의회 위원장조차 이날 오후 3시에 임계전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회의를 주제하고 있었다. 회의 후반에 주민들이 배종근 원안위 지역사무소장을 다그치자 임계전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또한 안전협의회 소집은 보통 간사 2명이 안건과 일정을 조율하여 공문 발송으로 회의를 공지한다. 그러나 이날 안전협의회는 전날 문자로 통지했고, 간사도 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11회 안전협의회에는 월성1호기 재가동의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급조된 회의였던 것이다. 회의자료 5쪽의 아주 작은 글씨 임계(6/10 23:00)’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방청을 하고 있던 양남면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의 항의가 쏟아졌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주민수용성이다. 오늘 월성1호기 재가동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동이 안 된 이유가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아닌가! 그렇다면 양남면 주민들이 빠진 보상금 합의가 주민수용성을 확보한 것인지, 아닌지 논의를 해야 하는데 왜 모두 쓸 데 없는 논의들만 하느냐!”고 성토했다. 회의장은 한때 고성이 오가고 술렁였으나 이내 마쳤고, 오후 3시에 예정대로 임계전 회의가 진행됐고 재가동 결정이 이뤄졌다.

 

양남면 이장 7명 이장단협의회 탈퇴계속되는 지역주민 갈등

월성1호기는 618일 재가동이 정부의 마지노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618일은 고리 1호기 재연장 신청 마감일이다. 정부는 고리1호기 폐쇄 여론의 압박을 강하게 받았고, 618일 이전에 폐쇄를 결정해야만 했다. 문제는 월성1호기가 골칫거리였다. 618일 이전에 월성1호기 재가동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고리1호기 폐쇄와 맞물리며 양남면 주민들의 반대 속에 자칫 큰 저항에 부딪칠 수 있었다. 그래서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보상금 합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쫓기듯 610일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곧바로 이어진 612일의 고리1호기 폐쇄 결정 발표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역사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고리1호기에 맞춘 월성1호기 재가동인 만큼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당장 양남면 이장 7명이 619일 이장단협의회를 탈퇴했다. 이날 신임 이장 환영식이 예정돼 있었으나 신임 이장들이 모두 탈퇴자에 명단을 올림으로써 환영식도 무산됐다. 이들은 김아무개 이장단협의회장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하며 탈퇴했다. 주민총회 등을 통해 월성1호기 재가동 반대 의사가 분명히 확인됐음에도 김아무개 회장이 찬성 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하대근 양남면발전협의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비록 월성1호기는 정부의 뜻대로 재가동됐으나 지역주민들의 갈등은 계속 커지고 있다. 또한 양남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만큼 월성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운동도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