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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대만 탈핵운동, 부러워만 할 것인가

 

대만 탈핵운동, 부러워만 할 것인가

공정률 98% 4핵발전소 공사 중단대만 시민들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김현수(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위원)

 


대만은 작년 4월 제1야당 민진당 전 대표의 무기한 단식투쟁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도로 점거 운동 등을 전개하며, 공정률 98%의 제4핵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시킨 바 있다. 지난 2월초 천주교창조보전연대·핵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녹색당·탈핵학교 등은 대만 반핵운동의 역사와 경험을 듣고자, 중심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훙선한 부비서장(녹색공민행동연맹, GCAA)을 초청해,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등에서 강연회를 진행했다. 탈핵신문은 이번 초청강연회의 분위기를 전하고자, 이번 행사에 관계한 녹색당 김현수 위원에게 원고를 의뢰했다편집자 주.

 

탈핵을 선언한 국가와 결정하지 못한 국가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식되면서 탈핵을 선언한 국가도 늘어났다. 하지만 탈핵을 결정하기까지 좌절과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고, 아직 탈핵을 결정하지 못한 국가들도 있다.

그 와중에 최근 대만에서 전개된 제4핵발전소 반대 운동은 대만사회에서 시민주권과 환경권을 수호하는 투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4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성공은 한국의 탈핵 운동에도 큰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되었다. 지난 23일에 홍션한대만 녹색공민행동연맹 부비서장이 방한하였고 그가 강연한 탈핵 운동의 사례는 우리에게 선명한 자극을 주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탈핵운동이 주류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성공 사례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대만과 한국 정부, 민주적 정책결정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대만의 국민당과 민진당 대표 모두 제4핵발전소 운영반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런 결과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제4핵발전소 반대라는 여론이 안정적 다수를 줄곧 유지했기 때문이다. 즉 오랫동안 차곡차곡 형성되어온 탈핵 여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발제 내용 중에서 ‘GDP(국내총생산)증가와 봉급생활자간의 무관련성에 대한 그래프 내용을 보고 놀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전력의 80%는 공업과 서비스 용도이며, 가정용은 18%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부 측의 입장은 핵발전소를 폐쇄하면 전력이 부족해져서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산업경쟁력이 떨어져서 결국 GDP도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반핵이야말로 이러한 약탈식 성장주의에 도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홍션한 활동가는 언급한다.

에너지 소비량이 무한정 높아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일까? 에너지 이용자는 일정하게 누릴 권리만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용에 따른 책임과 윤리적 문제를 반드시 고민하며 가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은 합의에 기초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시민들은 핵발전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소수의 전문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이나 한국의 정권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해왔다.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 점점 커져가는 핵발전소 반대여론

우리나라는 227일 새벽 1시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통과시켰다. 9명의 위원 중에 탈핵 입장을 가진 위원 2명이 퇴장했고 결국 찬핵 입장의 위원 7명이 수명연장을 찬성하며 통과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분개한 시민들과 정당, 시민단체는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면담을 요청했다. 아쉽게도 이 자리에 참여한 시민들은 적었다. 아직 한국의 탈핵 이슈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수명이 끝난 노후핵발전소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국가 정책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을 표출하고 반영하는 구조가 잘 잡혀있지 못하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층과 정치적 문제에 크게 개입하지 못하는 국민과의 불균형 관계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노후핵발전소 재가동 여부와 신규핵발전소 부지 선정, 송전탑 건설 등으로 지역민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핵발전소 반대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주도의 사업이니 관심 밖으로 여기며 일상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기는 시민들도 있지만 위기의식을 느끼며 활동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런 공동의 위기에 급진적인 개인행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적으로 접근하는 시민들이 모여가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해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토론하며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핵발전소 문제는 공포스러운 문제이다. 두려움이라는 정서를 회피하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고, 바쁜 도시민들은 당장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기 삶에 몰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탈핵 공론화가 쉽지 않은 것은, 전기 생산과 사용을 위해 전제된 핵사고의 위험성이 너무나 큰데다가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반핵운동 역사와 전략을 분석하면서, 한국상황에 접목해야

한국의 탈핵 진영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국의 반핵운동의 역사와 전략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상황에 맞는 탈핵 가능성을 모색해봐야 하는데 대만의 반핵운동의 사례는 우리에게 힌트를 많이 준 셈이다. 한국 상황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실행해야할 것이다.

대만은 새로운 풀뿌리 운동이 이런 성과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시민들의 힘으로 공사를 멈추었다는 것은 시민들이 길거리투쟁을 하면서까지 표출한 사회적 목소리가 정치력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만도 탈핵을 위한 노력과 행동이 정말 소용이 있을지에 회의감을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홍션한 활동가는 핵재앙이 우리에게 준 교훈을 잘 되새기고, 사회 홍보와 정치적 압박을 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만의 탈핵운동은 다양한 NO NUKE 문화행동의 방식으로 전개하였다. 이런 문화적 저항 형식은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순회공연을 통해 현지 주민들의 신념을 더욱 고무시켰다고 한다. 한국도 이제는 과격하고 구호를 외치는 집회형식에서 벗어나서 문화예술의 방식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발행일 : 20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