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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5년간 은폐된, 월성1호기 핵연료다발 파손 및 추락 은폐사고

5년간 은폐된, 월성1호기 핵연료다발 파손 및 추락 은폐사고

김제남(국회의원, 정의당)






   2009313, 월성1호기 핵연료방출실에서는 무려 10시간 반 동안 고방사선 비상경보가 울렸다. 다 쓴 핵연료봉을 수조에 넣는 작업을 하는 도중 핵연료다발이 파손되어 폐연료봉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핵연료방출실은 순식간에 고방사선량으로 가득 찼고 경보기는 끊임없이 울렸다. 그러나 한수원은 2시간이 지나서 폐연료봉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것을 인지했고, 무려 8시간이 지나고서야 폐연료봉 위치를 파악했다.

한수원은 치명적인 방사선을 내뿜는 폐핵연료봉을 수거하기 위해 사람을 직접 투입했. 당시 폐연료봉 1미터 거리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1,000R/hr(10,000mSv)으로,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일반인들의 1년간 방사능 허용기준치의 1만배 수준, 편집자 주). 이는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한수원은 가까스로 사건을 수습한 이후, 이번 사건을 철저히 은폐했다. 한수원이 당시 폐연료봉 수거작업을 위해 발행한 작업허가서에는 작업명을 단순한 연료교환설비 점검으로 표기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날 발행된 4건의 작업허가서 중 유독 이 작업에서만 작업전·작업중 준수사항으로 핵연료 교체시 출입금지라고 표기해 놓는 등 마치 핵연료방출실의 일반적인 점검인양 조작, 당시 사고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게 해놓았다.

은폐의 증거는 또 있다. 당시 규제기관의 주재관 일일보고서에는 경보발생 상황점검에 특이사항 없음으로 적혀있다. 10시간 이상 핵연료방출실에서 경보가 울렸는데도 주재관이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수원이 고의로 경보발생기록을 삭제했거나 주재관의 직무유기 혹은 공모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2009313일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봉 추락 사고는 이렇게 덮어졌고, 월성1호기 핵연료는 동일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계속 가동됐다.

사고 당시는 월성1호기의 압력관 교체공사를 위한 보조건물 제염공간 확보 및 제염설비 보강공사 중에 있었고, 4월부터 압력관 교체공사를 진행했다. 압력관 교체는 수명연장을 위한 것으로, 만약 당시 사고가 공개되었을 경우 압력관 교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시도, 이것이 바로 한수원이 사건을 은폐한 결정적인 이유다.

5년이 지난 후 필자에 의해 이번 사건이 밝혀지자, 한수원과 원안위가 내놓은 해명은 보고대상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용후핵연료 다발이 파손되어 폐연료봉이 10시간 이상 공기중에 노출된 초유의 사건인데도 별일 아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과 동일한 사고가 1983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5개의 폐연료봉이 수조로 바로 떨어졌지만, 이는 수시로 연료가 교체되는 중수로형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건이 드러난 후 지난 117일 월성1호기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반면 의외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당시와 같은 사고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고, 그럴 경우 자신이 그 현장이 투입될 수도 있다. 피폭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고, 본인이 방사능이 새어나오는 사용후핵연료봉을 수거하는 작업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한수원과 원안위는 이번 사건이 특이사항은 아니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은 맞다고 한다. 특이사항과 비정상적인 상황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자칫 떨어진 폐연료봉을 찾지 못해 장시간 방치되었다면 폐연료봉은 부풀어 오르고 어느 이상이 되면 터져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한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그나마 사고가 수습된 것을 고마워 하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월성1호기 폐연료봉 추락 은폐 사건은 한수원과 원안위가 국민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벌인 도박과도 같은 일이다. 과연 이런 무책임한 한수원과 원안위에게 핵발전소 운영과 규제를 계속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은 물론, 엄중한 책임을 묻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발행일 : 201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