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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불안해서 못 살겠다. 제발 이주시켜 달라”_양남면 나아리 주민요구

불안해서 못 살겠다. 제발 이주시켜 달라

양남면 나아리 지역, 부동산 실태조사 등 정부·한수원 책임 있는 대응 필요!


이상홍 통신원(경주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72가구 주민들 이주 요구하며, 4개월째 농성 중

월성핵발전소 바로 곁에 살고 있는 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지난 825일부터 월성원전홍보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11월말 현재, 나아리 주민 중 72가구가 이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한수원에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4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912일은 문재도 산업부2차관과 경주시 관계자들의 간담회가 있던 식당 앞에서 30여명의 주민이 연좌농성을 펼치며 2차관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주민과 산업부2차관의 길거리 면담이 성사됐고, 주민은 미리 준비한 서신 문재도 2차관님께 드리는 글을 전달했다.

존경하는 문재도 2차관님으로 시작하는 서신은, “가까운 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이후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월성 1호기의 가동을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30년 동안 배출된 삼중수소의 피해는 우리 주민이 당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피해 여부에 대한 조사나 실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기피지역이 되어 지가하락, 상권 몰락 등으로 폐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라며, 적극적인 이주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사진설명, 길거리에서 문재도 차관과 면담이 이뤄졌지만, 이후 협상에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200명 주민 중 갑상선암 환자 8, 전국 평균 67

주민의 애로사항을 소상히 전해들은 2차관은 곁에서 수행하고 있던 윤청로 월성원전본부장을 호통치며 주민과 성실히 협의하라고 주문했고, 주민은 큰 박수로 2차관 일행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이후 주민과 월성원전의 협상은 진전이 없으며 주민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이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뿐이었다.

특히 최근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되면서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막연하게 안전하지 않겠지?”라던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대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50가구(200)에 갑상선암 환자 8, 질환자 4명으로 밝혀졌다. 200명에 8명이 갑상선암에 걸렸으니 10만 명으로 환산하면 4천명이 된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병률은 10만 명 당 59.5명이다. 결국 이주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우리나라 평균의 67배에 달한다. 이런 곳에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핵발전소 앞에서 농성중인 주민들의 모습>

정부·한수원, “이주에 대한 법적 근거 없다실태조사, 구제 방안 마련해야!

주민은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좀 더 안전한 지역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민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들의 집과 땅은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핵발전소 돔이 보이는 곳의 부동산은 투자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갑상선암 발병의 진실이 알려지고 있으니 이 지역의 부동산 매매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대책위원회는 정부 또는 한수원이 적극 나서서 부동산을 매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있는 가치 그대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월성핵발전소(중수로)의 경우 핵반응로(=원자로) 기준 914m까지 토지수용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이 저토록 불안해하고 있고, 부동산 거래가 일절 없는 등 재산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를 하면 한수원, 경주시 또는 중앙정부에서 적극 나서 피해 실태라도 공정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나아리 지역의 부동산 거래 실태, 실 가격과 공시지가의 차이 등을 조사하고 피해가 명확하다면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법이 문제라면 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한수원도 행정기관도 어느 곳 하나 주민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주민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발행일 : 201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