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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경주 핵폐기장 운영허가 6개월 또 연기

경주 핵폐기장 운영허가 6개월 또 연기

‘10의 운영기간이 아니라, ‘300간 지하수 펌핑 및 사일로 관찰이 필요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의 어느 반핵운동가는 우리는 실패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은 꼭 성공하길 기원했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일본 정부의 정보 통제, 피폭기준치 변경, 피난구역 축소, 무분별한 제염에 맞선 일본 반핵운동의 활동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으나 실패는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반핵운동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으나, 경주 핵폐기장 문제에서는 우리도 이미 실패했다. 핵폐기장이 결코 건설되어서는 안 되는 땅, 유리처럼 깨어진 불량 암반과 수천 톤의 지하수가 쏟아지는 곳에 보란 듯이 건설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속한 ‘2의 공사기간이 ‘7으로 늘어난 사실이 핵폐기장의 참극을 단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비록 공사는 끝났지만 정부는 운영허가를 올해 12월까지 6개월 더 연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사진 제공 : 이상홍>

방폐장 안전성 찬반 토론회암반 부실, 지하수 대량 유입, 방사능 누출공히 인정

이런 가운데 624일 핵폐기장이 있는 경주시 양북면에서 방폐장 안전성 확인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150여 명의 주민이 행사장을 가득 채우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주민들 속에서 간간이 사업자 쪽을 성토하는 고성이 나왔으나, 예전과 다르게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어 3시간 가까이 갑론을박하며 진행됐다.

경주 핵폐기장의 암반이 부실하고 지하수가 많이 발생한다는 지점에서는 토론자 6명 모두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팽팽히 맞섰다.

사업자 쪽 토론자의 주장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암반이 부실하지만, 공사 이전에는 지하 암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사를 하면서 설계변경 등 보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지하수가 하루에 1300톤 유출되지만 핵폐기장의 규모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지하수는 콘크리트 등으로 차단이 가능하며 콘크리트의 수명은 1400년이므로 안전성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콘크리트의 수명이 1400년이라는 주장에서 주민들의 야유가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또한 그들은 지하수가 유입되어 방사능이 밖으로 확산되더라도 피폭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다.

주민 쪽 토론자는 핵폐기장의 안전성은 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을 때 확보된다며, 지하수가 하루 1300톤 이상 발생하는 부지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정부가 핵폐기장 건설에 앞서 지하수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토목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연한은 50년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토론회는 부실한 암반과 지하수의 핵폐기장 침투 여부에 맞춰졌다. 어떤 논리도 주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암반이 나쁘고, 지하수가 많고,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이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경주 핵폐기장 운영허가 6개월 연기, 안전한 관리방안·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토론에 앞서 발제를 맡은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처장은 경주 핵폐기장의 ‘300년 운영을 제안했다. 300년 운영이란 300년 동안 지하수를 뽑아내면서 핵폐기장 내부를 감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문제가 생기면 독일의 아세(ASSE)처럼 폐기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 경주 핵폐기장은 운영기간 동안만 지하수를 뽑아내고 운영이 끝나면 그냥 폐쇄한다. 그런데 운영기간은 고작 10, 길어도 60년 안쪽이다. 300년 운영, 결코 허황된 논리가 아니라고 본다. 지하수 침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밖에 없다면, 우리는 300년 운영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왜냐면 경주 핵폐기장에 보관되는 세슘 등의 핵물질은 최소 300년의 시간이 흘러야 어느 정도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20146, 경주 핵폐기장 공사는 끝났으나 운영허가는 6개월 연장됐다. 6개월!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300년 운영을 포함해서 가장 안전한 관리 방안을 찾고 제도화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대로 준공되고 운영된다면 반드시 사고를 불러온다.

 

발행일 : 2014.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