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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민간검증단 중간보고서, 핵심쟁점 11가지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핵심쟁점 11가지

민간검증단 중간보고서전격 공개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민간검증단(이하 검증단)이 지난 421일 중간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검증단은 그동안 중간보고서 제출을 둘러싸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37일 제출 예정이던 중간보고서가 두 차례 연기되어, 418일 원안위에 제출되었으나 미공개 처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검증단은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중간보고서를 공개하며, 그 이유를 밝혔다.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작년 712월성1호기 원전 스트레스테스트 수행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했고, 검증단은 이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19명으로 구성된 검증단은 작년 8201차 회의를 시작으로 최근 411일까지 19차 회의를 진행했다.

검증단은 중간보고서에서 35개의 쟁점 사안을 도출했고, 총평에서 한수원 보고서의 접근방식은 각종 극한상황에서 안전한 경로(시나리오)만을 찾아가는 형태로 일관하고 있어, 후쿠시마 사고를 상정한 스트레스테스트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35개의 쟁점 중 주요하게 생각되는 11가지를 추려보았다.

 

 

 

기초지반에 대한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월성1호기는 캐나다원자력공사에서 40년 전에 건설을 시작했다. 검증단이 원자로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지반의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으나, 한수원은 2014년의 자료가 아닌 40년 전 캐나다원자력공사에서 실시한 지질조사 자료만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검증단은 캐나다의 자료가 지질학 교과서의 상식과 어긋나는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40년간 기초지반의 풍화가 일어난 만큼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의 제출 및 재검증을 요구했다.

 

지진 평가 규모가 매우 축소되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지진을 지반가속도 0.28g(, 지반가속도)로 산출하고 스트레스테스트의 기준을 이보다 조금 높은 0.3g로 설정했다. 그러나 스트레스테스트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지진에 대한 평가인 만큼 검증단은 0.4g를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증단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나(Cernavoda) 원전도 최대지진 0.33g에 대해 0.4g까지 평가를 했고, 벨기에의 티한지(Tihange) 원전도 0.21g에 대해 0.3g까지 평가를 했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0.28g에 대해 0.3g 평가에 그쳤다.

또한 검증단은 월성핵발전소에서 1.8km 떨어진 읍천단층의 경우 지진 발생 시 진도 9.0까지도 예상되는 만큼 발생 가능한 최대지진 값을 0.28g로 낮게 설정한 것도 잘못이라며 이에 대한 검증도 요구했다.

 

참고 : g(지반가속도)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0.2g는 진도 6.58규모, 0.3g는 진도 6.94규모, 0.4g는 진도 7.19규모에 해당한다. 그리고 0.2g에 비해 0.3g3, 0.4g6배 이상 강력한 지진이다. 그리고 월성1호기는 0.2g의 내진설계로 건설됐다.

 

비상발전차량의 실효성이 없다

핵발전소 안전의 핵심은 핵연료를 냉각하는 것이다. 냉각을 위해서는 핵반응로(=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순환시키는 펌프 등에 전기를 공급돼야 한다. 만일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냉각에 실패하게 되고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수원은 비상발전차량을 새롭게 배치했다. 그러나 검증단은 비상발전차량 1대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사고처럼 월성1호기를 비롯한 2,3,4호기가 동시에 사고를 일으킬 경우 무용지물이다. 또한 월성1호기만 사고가 나더라도 비상발전차량에서 700~800미터 떨어져 있는 만큼 지진으로 접근이 어려울 수 있고, 특히 비상발전차량의 전원공급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모터구동밸브 등 안전관련 밸브의 건전성평가가 필요하다

2012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점검하면서 모터구동밸브(MOV)의 전량 교체를 주문했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사용한 지 30년이 지난 모터구동밸브를 전혀 교체하지 않았다. 검증단은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모터구동밸브 전부에 대한 건전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모터구동밸브와 연결된 각종 배관의 건전성 평가도 요구했다.

 

참고 : 모터구동밸브(MOV)는 모터를 이용해 작동하는 밸브를 말한다. 원자로에 설치된 각종 모터구동밸브들이 잘 작동해야 냉각수 공급 등 원자로를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다.

 

수소제어설비의 성능이 입증 안 되었다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이후 월성1호기는 수소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수소제어설비(PAR)를 설치했다. 그러나 검증단은 월성1호기에 설치된 수소제어설비의 성능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소제어설비는 백금 촉매를 활용하여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켜 수증기로 만드는 장치다. 그런데 백금 촉매반응은 많은 열을 발생시켜 수소농도가 10% 이상 되면 온도가 800도를 넘으면서 수소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수소농도 10% 이상에서 수소제어설비의 성능시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검증단은 수소제어설비의 재검증 및 다양화된 수소 제거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의 안전성이 입증 안 되었다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격납건물의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여 붕괴될 수 있다. 핵발전소를 방문했을 때 보게 되는 거대한 돔 건물이 격납건물이다. 격납건물이 파손되면 대량의 방사능 독성 물질이 대기로 방출된다.

이러한 격납건물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가스를 강제로 배출하는 설비가 여과배기설비(CFVS)이다. 압력밥솥의 안전밸브를 생각하면 된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월성1호기에 여과배기설비를 설치했다. 그러나 검증단은 여과배기설비의 성능에 문제를 제기했다. 월성1호기의 격납건물이 파손되는 원리를 정밀하게 평가하지 않고 졸속으로 외국에서 구매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소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여과배기설비를 잘못 작동하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고, 현재 설치된 설비는 불활성기체, 삼중수소 등을 전혀 제거하지 못해 주민피폭의 위험성이 크고, 여과배기설비의 재검증이 필요하다.

 

노심용융물에 대한 냉각 능력 부재

핵반응로 냉각에 실패하면 핵연료가 녹아내리게 된다. 이것이 멜트다운이다. 검증단은 신형핵반응로의 경우 노심용융물(녹아내리는 핵연료)에 대한 냉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며, 월성1호기에 대해서도 그 설계특성에 맞는 장기적인 노심용융물 냉각 방법을 요구했다.

 

중대사고 관리지침이 허술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세계는 중대사고 관리지침을 연구하고 있는 단계다. 그런데 한수원은 시급히 중대사고 관리지침을 마련하여 월성1호기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불완전한 자동차 운전과 같은 것으로 검증단은 국내·외 연구결과를 확보하여 새로운 중대사고 관리지침 개발을 요구했다.

 

핵반응로 냉각계통의 감압능력이 없다

월성1호기는 설계특성상 원자로 1차 냉각계통의 급속감압밸브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핵반응로의 감압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유사시 압력을 급속히 내리지 못하면 원자로가 파손될 수 있고 압력이 높으면 비상냉각수를 주입하지 못하게 된다.

검증단은 월성1호기의 안전을 위해 독립적인 급속감압밸브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핵반응로 등 발전소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서만 평가를 했다. 검증단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극한 자연재해는 핵발전소 주변지역의 도로, 건물 등을 파손시키며 이것으로 인해 핵발전소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고 수습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이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비상대응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

한수원은 중대사고 발생 시 비상발전차량 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그러나 냉각수 외부주입 훈련 등에서 한수원은 원활하지 못한 대응능력을 보였다. 이처럼 설비를 잘 갖추는 것과 비상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검증단은 기계적인 매뉴얼이 아니라 인간공학적 적합성과 유효성 평가를 통한 비상대응 능력의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발행일 : 2014.4.28